와.. 눈 덮인 맥주 박물관이라니... 술이 들어간다 술술술
전날 요이치 증류소에서 즐겁게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삿포로 맥주 박물관은 사실 그렇게 기대가 크지는 않았다. 토리톤 스시를 기다리기 위해 카페를 찾아서 향하던 우리는 '아! 우리 여기 삿포로 맥주 박물관 가려고 왔지?'라고 생각한 뒤 다시 본래의 목적을 위해 삿포로 맥주 박물관으로 급선회했다. 삿포로 맥주 박물관을 방문한다면, 어떤 투어나 컨텐츠적인 매력을 느낀다기보다는 시음이 거의 메인이벤트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맥주 박물관 자체에 그렇게 많은 것들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여기서 진행하는 유료 투어를 하지 않고서야 할 것들이 많지는 않다.
삿포로 맥주 박물관
한줄평 - 맥주는 맛있긴 하나.... 두 번은 안 갈듯... 그리고 시음 시간이 너무 짧네
눈 덮인 박물관의 외관이 정말 멋있다는 생각을 했다. 붉은 벽돌 건물에 예전에는 공장으로도 썼기 때문에 있는 굴뚝과 술통들이 나열되어 있는.. 다소 낡았지만 운치 있는 모습들을 보니 꽤나 보기 좋았다. 사실 기대를 많이 하지 않고 가서 더 멋있어 보인 것도 있겠지만 외관에서 사진을 꽤나 많이 찍을 정도로 사진 찍는 맛이 있는 곳이기도 했다.
건물은 총 3~4개 정도로 중간에 위치한 레스토랑을 제외하고는 박물관과 가든으로 이루어져 있는 듯하다. 대부분의 관광객이 이 박물관 정도만 가고 뒤에는 잘 안 가는 모양이다. 뒤쪽에는 징기스칸을 먹을 수 있는 곳들이 나오는데 우리는 거기까지는 가진 않았다. 일단 박물관 자체가 목적이기도 했고 징기스칸을 먹을 시간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맥주 박물관 바로 옆쪽으로 아리오라는 몰도 있기 때문에 만일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시간이 애매하다면 이 아리오 쇼핑몰에 가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loft도 있고 롯카테이 분점도 존재해서 볼 것들이 좀 있어 보인다.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면 박물관의 입구에서 투어표를 사는 곳과 무료 전시 공간을 볼 수 있는 코스를 시작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가 나오는데 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가면 된다. 3층으로 올라가면 바로 거의 한층 규모의 양조통을 볼 수 있다. 정말 큰데, 이 정도 통에 맥주를 양조하는 걸 직접 볼 수 없어서 아쉬웠다.
유료 투어를 하면 이런 것들의 설명을 볼 수 있고 시음을 할 때에도 시음 장소 중간에 있는 긴 테이블에서 조금 특별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듯했다. 물론... 이것 모두 일본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일본어를 못하면 그냥 멀뚱멀뚱 있어야 한다.
양조통을 지나면 이 삿포로 맥주의 역사를 알 수 있는 곳이 나오는데 1800년대부터 지금까지의 맥주의 변천사 그리고 양조장의 변화를 보여주기도 하고 마지막에는 맥주의 CF의 변화까지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아쉽게도 설명 자체도 모두 일본어로 쓰여있어서 구글 번역기를 통해 하나하나 번역을 해 가며 보지 않는 이상에는 알 수 없었다.
재미있는 건 타이틀에는 영어가 있는데 아래의 설명에는 영어가 거의 쓰여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래도 박물관이라면 좀 영어 정도는 써놓을 만 한데 그렇진 않았다. 오사카에서도 오사카 성의 경우에는 영어 설명이 대부분 있었는데 삿포로에서는 어디를 가든지 영어 설명이 없어서 조금 아쉽긴 했다.
3층의 양조통, 그리고 2층의 설명을 보고 나면 1층으로 내려가 시음을 하면 된다. 1층으로 내려가는 곳에 삿포로의 별이 크게 떠있는데 사진에는 잘 담기진 않았지만 꽤나 멋들어진다. 약간은 컴컴했던 2층의 인테리어와는 달리 시음 장소는 마치 중세 성의 홀처럼 꾸며 놨다. 내려가자마자 보이는 줄이 있는데 줄을 서면 자판기에서 원하는 상품의 티켓을 자판기에서 살 수 있다.
자판기의 앞쪽에 어떻게 자판기를 이용하는지 그 방법에 대해 한국어로도 꽤나 자세히 써 놓았기 때문에 그렇게 어렵지 않게 사용을 할 수 있는데 카드가 가능하긴 하나 카드의 인식이 조금 느려 기다려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도 일본도 꽤나 카드를 사용하는 곳들이 늘어나 이제는 예전처럼 그렇게 현금이 많이 필요하진 않는 듯하다.
여러 메뉴가 있었지만, 가장 많이 사람들이 결정하는 3개의 맥주 테이스팅 세트를 골랐다. 물론 3개의 조그마한 맥주에 만원은 조금 비싼 감이 있지만 그래도 한 번에 3개를 비교하며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맥주 맛들도 먹어 보기 위해 이 세트를 구매를 하였다. 물론 우리가 직접 맥주를 사서 4종의 삿포로 맥주를 비교했던 건... 안 비밀 ㅋㅋ
자판기에서 티켓을 구매했으면 티켓을 가지고 계속해서 줄을 따라가면 바가 나온다. 이때부터는 비디오 촬영이 불가능하고 사진만 가능한데 맥주를 따르는 직원들이 꽤나 신경질적으로 '노 비디오'라고 계속해서 이곳이 얼마나 바쁜지 알 수 있다. ㅋㅋ 일본 사람들이 화를 내면... 정말 문제가 있는 것이긴 하다. ㅋㅋ
여하튼 맥주 바에서 티켓을 내면 테이스팅 세트에 3개의 맥주를 따라준다. 그리고 바로 앞에 시음 시간은 30분 이내로 제한되어 있다고 아주 크게 한국어로도 쓰여있긴 하다. 물론 30분을 칼같이 지키는 사람은 없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계속 그곳에 있기보다는 바로바로 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게 술집이란 생각보다는 시음 장소라는 느낌이 많이 나서 그런지 죽치고 앉아 있는 사람들보다는 시음 후 바로바로 떠나는 사람이 더 많았다. 그래서 순환율이 꽤나 빠르기 때문에 좌석을 찾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정말 테이블이 꽉 차있다면 서서 먹을 수 있는 스탠딩석도 있기 때문에 서 있는 게 너무 힘들지 않다면 그쪽에서 마시는 것도 방법이다.
바빠서 그런지... 맥주를 따르는 솜씨는 그렇게 좋지 않은 듯한데 1/3이 거품이라서 조금 아쉽긴 했다. 3가지 맥주는 블랙 라벨, 클래식, 카타쿠시 3가지였다. 사실 각각의 매력이 다 있었지만 이 삿포로 클래식이 정말 맛있었다. 내가 마셔본 맥주 중에 가장 고소하기도 하고 향이 좋은 맥주였는데 그나마 가장 비슷한 맥주를 이야기해 보면 Hop13이라는 맥주와 꽤나 비슷했다.
블랙 라벨은 조금 삿포로 클래식보다는 조금 쓴맛이 올라오는 맥주로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보통의 맥주와 비슷하다. 그래도 향 자체는 구수함을 유지하고 있지만 뒤쪽에서 쓴 맛이 많이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 카타쿠시는 조금 더 라이트 한 느낌이 나고 산뜻했지만 향이 가장 덜 한 맥주였다.
아무리 먹어봐도 삿포로 클래식만 한 맥주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기념품도 야무지게 파네?? ㅋㅋ
맥주 시음을 마치고 나면 내려가는 쪽에 박물관의 기념품을 파는 곳이 있다. 맥주와 관련된 제품, 안주, 그리고 맥주 자체도 팔고 있다. 그리고 삿포로 티셔츠와 코스터 등 굿즈들도 있는데 삿포로 티셔츠는 워낙 유명하기도 해서 원한다면 하나 사도 될 듯하다.
그래도 간단하게 삿포로 역사도 보고, 시음도 야무지게 했던 삿포로 맥주 박물관... 시음이 30분 밖에 안 돼서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가볼 만한 것 같다. (두 번은 안 갈 거 같다 ㅋㅋ)
여행했던 기억을.
우리에겐 추억을.
누군가에겐 정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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