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까지 와서 커피를 마셔야 하나???
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여행에서 그 지역 카페를 한 번씩 가보는 것이 지난 몇 년간 새롭게 생긴 취미 활동(?) 중 하나가 되어 버렸다. 이런 취미 덕분에 그 지역의 바리스타들과 이야기도 하고 커피도 마시면서 방문하는 지역의 커피들이 어떤 스타일인지 알 수 있고 한국과는 다른 트렌드를 알아가는 소소한 재미가 좀 더 여행을 풍부하게 만들어 주고 있는 것 같다. 여행을 할 때 관광객으로서 그 지역의 어떤 한 면만 보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뭔가 수박 겉핡기 같은 여행이 되곤 하지만 이런 소소한 소통으로 조금 더 그 지역에 딥 다이브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듦으로써 여행을 한층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것 같다.
사실 이번 홋카이도 여행에서 7군데 정도 카페를 방문했지만 오랜만에 여행지에서 만족할 만한 카페를 못 찾은 것 같다. 작년부터 4번의 해외 여행을 다니면서 여행지 당 적어도 2곳 정도는 자신 있게 추천할 만한 카페들을 찾곤 했는데 이번 홋카이도 여행에서는 꼭 가봐라 하는 카페를 찾지 못한게 조금 아쉬운 것 같다.
nido카페는 우연히 검색하다 찾게 된 아사히카와에 있는 정말 작은 로스터리 카페로 일본 커피 커뮤니티에서 소소하게 활동하고 계신 분들의 소식을 접하고 가게 되었다.
nido
한줄평 - 알고 보니 선녀였던 아사히카와 마이크로 로스터리 카페, 마이크로 로스터리 카페를 구상 중이라면 들러볼 필요가 있음.
원래라면 아사히카와에서 규카츠나 라멘을 먹을 생각이었는데 이미 산도리아, 펭귄 베이커리에서 빵을 잔뜩 사서 아사히카와로 오는 길에 한바탕 먹었고, 조식으로 밥을 두그릇이나 먹은 터라 전혀 배가 고프지 않아 그냥 커피만 마시기로 하고 바로 nido로 향했다. 주차장이 따로 있지는 않지만 가게 바로 앞에 고가와 개천이 있고 공간이 충분히 있어서 차를 쉽게 주차할 수 있었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이 원채 아니기 때문에 어디다 주차를 해도 괜찮을 것 같긴 하다.)
주차를 하고서 카페를 찾기 시작했는데 카페를 제외하고 주변 상점은 모두 닫았기 때문에 매장 자체는 찾기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너무 뜬금 없는 장소에 카페가 있어서 오히려 그냥 지나치면 모를 수 있는 곳이긴 했다. 게다가 일본의 카페인 것만큼 매장이 정말 작았는데 나와 아내가 들어 가니 이미 매장이 꽉 차버려서 솔직히 움직이기도 힘들었다.
너무나 작은 카페. 하지만 따듯하고 실속있는 카페인 듯!
사실 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신 직후에는 '아.. 조금 아쉬운데, 추출도 언더인 것 같고 좀 더 맛있는 카페가 있겠지?'라는 평이 아내와 내가 동시에 내린 평가였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에 와서는 삿포로, 아사히카오, 후라노, 비에이를 통틀어 이 카페에서 먹은 커피가 지금 현재 한국에서 먹는 스페셜티 커피 그리고 집에서 먹곤 하는 커피와 가장 비슷하다는 느낌이었다.
카페는 사장님 혼자 운영 하시는데 한 50대 정도 되는 남자 분이 은퇴하시고 차린 느낌이긴 했다. 카페 뒷편에는 로스터기가 있고 앉을 자리는 없는 정말 작은 카페였다. 사실 대부분의 일본 마이크로 카페들이 그렇지만 영어로 소통은 불가능 했다. (그건 한국도 마찬가지 ㅋㅋ) 또한 화, 수는 정기 휴일로 운영을 하지 않고 한달에 쉬는 날이 비정기적이어서 타이밍을 잘 보고 카페를 방문을 해야 한다. 커피 뿐만 아니라 베이커리류도 있긴 했는데 사실 베이커리는 이미 빵이 많이 있고 먹었기 때문에 따로 주문하진 않았다.
생각보다 원두의 종류가 꽤나 많았는데 9가지 정도였다. 나중에 와서 놀란 점이지만 우리가 또 다른 날 방문했던 마루미 커피를 제외하고 이정도 커피 버라이어티가 많은 카페는 없었다. 우리는 영어와 일본어를 말도 안되게 섞어가면서 커피 추천을 받았는데 하나는 주씨(juicy)한 커피와 다른 하나는 단 맛이 나고 플로럴(floral)한 커피를 추천 받았다.
그래서 에티오피아와 파푸아뉴기니 커피를 추천 받아 모두 드립으로 따듯하게 주문했다. 커피는 오리가미를 사용하고 그라인더는 바리아를 사용하시는 것 같았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라심발리로 1구짜리였던 것 같은데 사실 라심발리 1구는 사실 처음 봐서 에스프레소는 어떨지 잘 모르겠다.
추출 처음에는 조금 느린 것 같아서 걱정했지만 기우였고 커피 맛은 단 맛이 아주 좋은 커피였다. 또한 에티오피아 커피에서는 약간 푸른 계열의 과일 맛이 느껴졌다. 파푸어뉴기니 커피에서는 열대 과일의 풍미가 어느 정도 느껴지는, 약간은 신 맛이 튀는 커피이긴 했다. 로스팅 상태가 두 커피 모두 약배전이어서 그렇게 쓴 맛이나 혹은 다크한 느낌의 커피는 아닌 라이트 커피였다. 아쉬운 점은 테이크 아웃 커피 컵에서 너무 냄새가 나서 일반 잔에 받아 먹으면 좀 더 향미가 잘 느껴질 것 같긴 했다.
재미있는 점은 오히려 이곳에서 먹은 커피가 우리가 이번에 다녔던 다른 6개의 카페들에 비해 아주 라이트한 커피였다는 점이다. 나중에 마루미 커피에서 한국인 바리스타를 만나 이야기도 하고, The Relay라는 카페에서 일본 바리스타들과 이야기를 해 본 결과 아직 삿포로에서는 강배전 커피들이 훨씬 인기가 많고 라이트 로스팅 커피들의 경우에는 이제야 좀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홋카이도에서는 워낙 라이트 로스팅 커피를 찾기 힘든 곳인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라이트 로스팅 커피들을 하는 커피들이 있었는데, 대부분 삿포로 외곽에 있어서 이번 여행에서는 다른 일정이 너무 빡빡해 방문해보지 못했다.
몇몇 홋카이도 바리스타들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 글을 쓰고 있는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면 nido에서 먹은 커피가 우리가 홋카이도에서 먹은 커피들 중 최고의 아웃풋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에서 원두를 사지 못한게... 아쉽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이런 마이크로 로스터리는 일본에 꽤나 있는데 관광객으로서 찾기가 참 어렵기도 하고 영어로도 소통이 쉽지 않아서 매번 쫓기듯 주문하고 나오는 경우가 허다해 일본어라도 공부 해야하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님 요즘 번역기가 잘 되어 있으니 그거라도 사용해야 하나?? ㅋㅋ)
여하튼 알고 보니 선녀였던 nido. 만일 마이크로 로스터리 카페에 관심이 있고 창업을 꿈꾸고 있다면 한번쯤 방문하면 좋을 것 같다.
여행했던 기억을.
우리에겐 추억을.
누군가에겐 정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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