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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적 영화 보기-「가여운 것들」] 프랑켄슈타인 + 돌아온 탕자 + 기묘한 이야기를 섞어 하나의 아름다운 그림으로 담아낸 영화

by 매드포지 2024. 5.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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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할 수 있을까?

작년 한 해를 돌아봤을 때 이해하기 가장 난해했던 영화는 [보이즈 어프레이드(Beau Is Afraid)]였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게 무슨 뜻이지?'라는 생각과 '왜? 이거 뭔데?'라는 의문이 끊이지 않았었다. 그리고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든 생각은 '이거 내가 감히 이해를 할 수 있을까?'였다. 물론 [가여운 것들(Poor Things)]은 그 정도로 심각하게 이해가 어려운 정도는 아니지만 영화를 둘러싼 표면적인 부분과 심층적인 부분의 이해를 동시에 요구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비슷한 느낌이랄까?

이 영화는 배우부터 감독까지 너무나 유명한 사람들의 모음집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그러나 배우의 이야기도 꽤나 중요한 이야기를 차지할 순 있으나 이 영화의 감독을 이야기하지 않는 건 이 영화를 반 정도밖에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Yorgos Lanthimos), 이 감독의 영화는 대부분이 호불호가 강하고, 해석할 가지가 너무 많아 중심을 잘 잡고 영화를 보지 않으면 다른 길로 많이 빠져버리는 상황을 많이 겪게 된다. 영화를 보면 '왜?'라는 의문이 꽤나 많이 들긴 하지만 웃기게도 감독의 이야기나 혹은 인터뷰를 들어보면 '그냥'이란 대답이 꽤나 많이 나온다.

영화 자체를 해석을 어렵게, 그리고 해석할 수 있는 요소를 여러 가지 배치해 논 것은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간에 어쩌면 이 감독의 개성이자 특징일 것 같다. 내가 이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게 된 것은 2015년에 나왔던 [더 랍스터 (The Lobster)]의 강렬한 충격 때문이었을 것이다. 신박한 세계관 설정, 순응하지만 반항하는 주인공, 동조하지만 갈등이 있는 커뮤니티 온통 모순이 되는 것 투성이인 영화의 의도적 구성 때문에 정말 불편하지만 재미있게 봤었다. 그 이후 2017 [킬링 디어 (The Killing of a Sacred Deer)], 2018 [더 페이보릿 (The Favourite)] 모두 이 감독의 개성과 특성이 잘 드러나 있는 영화를 계속해서 만들고 있고 거기에 더해 이번 [가여운 것들 (Poor Things)]에서 정점을 찍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이번 작품은 영상, 시나리오, 구성, 음악 거의 모든 것들이 정말 완벽에 가까웠다.

참고로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시그니쳐 같은 장면들을 꽤나 많이 볼 수 있는데 그건 다음과 같다. 1) 등장인물들의 어색한 순간을 꽤나 길게 잡거나, 2) 등장인물들의 뒷모습을 따라가는 느낌으로 카메라를 쓰거나, 3) 이상한 행동과 더불어 특이한 춤사위 그리고 4) 마지막으로 결말의 모호함이다. (거의 대부분의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영화에 등장한다.)

포스터도 보면 각각의 주요 인물들이 겹쳐서 있는 묘사를 일관되기 하고 있다. (관계를 암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여전히 이 영화가 호불호가 강하게 있을 것 같다는 의견에는 전혀 이견이 없다. 그 이유는 몇 가지 있는데 1) 불친절한 설명, 2) 너무 적나라한 성행위, 3) 인물의 동기에 대한 부족한 개연성 등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불필요하다고 하면 불필요하지만 영화를 좋아하고 분석, 해석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파고들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좋아하는 것 같다. 그렇기에 '명작이다?'라고 이야기하기엔 조금은 무리가 있는 듯하다. 아마도 수작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시간의 흐름 -> 성장의 흐름 (feat. 인간 군상)

사실 표면적으로 영화를 살펴보면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기본적으로 프랑켄슈타인의 '생명 창조'를 차용해서 성인의 몸에 어린 아이의 뇌를 넣어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 낸 스토리에, 돌아온 탕자의 일화처럼 집을 나간 주인공이 세상의 풍파를 겪은 후에 다시 집으로 돌아와 한 성인으로서의 성장을 보여주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조금 더 작품에 대하여 이야기 해보면 엠마 스톤(Emma Stone)이 연기하는 벨라 백스터(Bella Baxter)의 성장을 주요하게 보여주는 일종의 로드 무비 같은 성격을 지녔다고 보면 쉽다. 그리고 그 여정 가운데 벨라가 마주하는 여러 인간의 군상이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생각이 많아지게 한다는 점이다. 

표면적으로는 이 영화는 쉬울 수 있으나 심층적 분석을 하기 시작하면 간단하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벨라의 성장과 함께 카메라의 색감과 구도가 바뀌기 시작하는데 이것은 마치 시대가 변화하는 것을 표현하는 것일 수도 있고, 벨라의 성장 자체가 프로이트의 심리성적 발달단계인 구강기, 항문기, 남근기, 잠재기, 생식기라는 단계를 나타내고 있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한 벨라가 자신의 성장을 여성으로서의 주체성과 독립성을 기른다는 면에서 어떻게 보면 페미니즘에 대한 내용일 수도 있다. 

그리고 벨라가 성장의 단계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군상을 보면 개인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의 구성원들을 하나씩 대변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가족의 울타리인 갓윈 백스터, 연인의 3가지 모습을 보여주는 플라토닉 사랑의 의사 맥스 맥캔들스(Max McCandles), 욕망과 욕정의 화신 던컨 웨더번(Duncan Wedderburn), 그리고 가부장적이고 남성우월주의적인 남편 알피 블레싱턴(Alfie Blessington). 또한 사회의 부조리함에 대하여 불평, 불만을 토로 하지만 행동하지 않는 지성인이자 위선자인 해리 아스트레이(Harry Astley)와 마사 (Martha) 그리고 창녀촌에서 만난 가스라이팅의 제왕인 사장 스위니(Swiney)까지 사회에서 한 개인을 둘러싼 다양하고 구성원들을 기괴하고 때로는 적나라하지만 익살스럽게 잘 보여주고 있다.

이를 통해 관객은 자신이 벨라일 수도 혹은 다른 구성원일 수도 있는 상황들을 마주치며 몰입하며, 영화를 따라가게 한다. 벨라의 성장은 대부분 성인들이 겪는 성장이기 때문에 자신이 지나온 길 혹은 지나가지 않은 길들을 보면서 관객들은 생각에 잠길 수 있을 것이다. 


어쪄면 모순과 오만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영화를 보면서 중심으로 가져갈 수 있는 해석은 어떤 것이 있을까 생각을 많이 해봤다. 이미 감독이 영화의 직접적인 의미는 없다고 이야기했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 생각이 난 단어 한가지는 '모순에 따른 오만'이다. 가여운 것들에 나오는 거의 대부분의 캐릭터들은 기본적으로 '모순'이란 공통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이 된다.

벨라의 창조자인 갓윈은 자신이 신과 같은 존재처럼 자살한 엄마의 배에서 아이를 꺼내 뇌를 엄마의 몸에 넣어 벨라를 창조하여 살렸음에도 자살한 여자의 생명을 살리는 일은 자신이 뭐라고 이미 버린 생명을 살리냐고 자신의 제자인 맥스에게 이야기한다. 행위와 말의 앞 뒤가 맞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거기에 실상 벨라는 실험체이기 때문에 감정을 주면 안된다고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는 딸처럼 벨라에게 감정을 숨기지 못하게 된다.

또한 바람둥이 던컨의 경우에는 자신이 다른 여자들에게 했던 행위에 대하여 굉장히 자부심이 넘치게 벨라에게 이야기하지만 벨라가 돈이 부족해서 매음굴에서 몸을 팔자 더러운 행위라고 하면서 경멸한다. 하지만 그마저도 벨라에게 다시 돌아와 사랑을 외치고 벨라를 악마라고 치부하면서 상사병에 걸린 것처럼 정신병원에 갇힌다. 

그렇다면 배에서 만난 진정한 위선자인 해리는 어떤가? 세상을 알고 부의 격차를 알고 있음에도 그리고 많은 사상과 이론을 알고 있음에도 무언가 행동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이런 세상을 모르는 벨라를 혐오하고 일깨워주는 행동을 자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이상의 것은 또 하지 않는다. 벨라에게 빈부의 격차에 대한 세상을 알려주고는 그는 벨라에게 이런 사실을 알려준 것에 대해 미안해 한다. 그리고는 다시 위선자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회의주의자로 돌아간다.

이런 말과 행동의 모순, 말과 말의 모순들에서 벨라는 자신도 모르게 이런 모순을 배워가고 그 모순을 자행하기에 이른다. 실험이라는 명목이 있지만 돈이 필요해서 몸을 팔고, 돈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사회주의 모임에 나가고, 자신을 이렇게 만든 갓윈을 혐오하지만 자신도 자신의 생부이자 남편에게 비슷한 일을 자행하면서 자신이 성장했다고 믿는다.

이런 모순이 영화에만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앞과 뒤가 맞지 않는 모순을 안고 살아가기 마련이다. 물론 감정이란 것으로 치부해 버리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 조차도 모순이라고 할 수 있다. '내로남불' -나는 맞지만 넌 아니다- 이 모순을 아주 잘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에서 각각의 캐릭터가 보여주는 모순적인 모습이 사회의 구성원 전부이고 그것을 배워가는 벨라 또한 모순적인 존재로 만들어지고 빚어진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각각의 캐릭터들은 이런 모순을 통해 드러내고 보여주진 않지만 은연중에 '오만'이란 성격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나와 다른, 혹은 내가 맞다고 하는 바를 적용할 때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고 하찮게 여기고 자신만이 맞다는 행동을 보인다. 결국 모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것이 잘못됐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로 삶을 이어가기 때문이다.

이는 모순적인 인간이라면 대부분 가지고 있는 행태라고 볼 수 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반박 시 니가 맞음'이란 풍토가 있다. 틀림을 누군가 지적하지 않는 이상은 자신이 맞다는 지극히 오만한 말이다. 이런 시대의 흐름이 비단 요즘에 있던 건 아니다. 인간 세상이 시작된 이래로 이 '모순과 오만'은 있어왔고 앞으로도 고쳐지지 않을것이다. 그 이유는 아마도 인간이 날때부터 악하기 때문이 아닐까?

영화는 이러한 모습을 기괴하고 특이하게 풀어내고 있는 듯하다. 영화라는 허구의 기괴한 세계이지만 치밀하게 우리 사회와 비슷한 가여운 것들(Poor things)이었다.


제가 보고, 볼만했던 드라마, 영화, 다큐멘터리 등을 포스팅으로 남깁니다.
만일 오타나 해석 실수 등을 댓글로 남겨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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