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깨어난 퓨리(Fury-분노)
'아니...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가 나온 지 9년이나 됐다고????' 그렇다. 매드맥스가 리부트인지 이어지는 내용인지 알려지지도, 알려줄 생각도 없는 듯한 조지 밀러 감독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가 나온 지 9년이 되었고 그 영화의 프리퀄인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가 극장에 개봉했다. 사실 조지밀러 감독보다는 떠오르는 신예 스타 안야 테일러-조이가 퓨리오사로, 그리고 햄식이 크리스 햄스워즈가 디멘투스라는 빌런으로 캐스팅되었다는 게 아마도 더 유명할 것이다.
물론 개봉을 한지는 벌써 7일 차에 들어가고 있지만 아쉽게도 봄철 특수인지 혹은 영화의 가격이 비싸져서인지 모르겠으나 여전히 100만이 넘지 않는 65만 정도의 관객수를 동원하고 있다. 전작인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는 같은 5월에 개봉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7일 차에 백만이 넘어간 것에 비하면 조금은 저조한 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본격적인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간단하게 감상평을 말하자면 솔직히 '전작보다는 못 하지만 기술(記述)적으로는 성장은 한 듯한 영화였다.' 전작은 자동차 액션 영화에 새로운 트렌드를 세우기에도 충분했고 영상미와 강렬한 블록버스터로서의 특이점을 가졌다고 한다면 이번 퓨리오사는 이런 액션은 거의 그대로 가져가지만 '서사'에 조금 초점을 맞추려고 하는 기술(記述)이 독보였다고 할 수 있다.
특이한 감독 조지 밀러 (George Miller)?
요즘 영화들의 특징이 거장 혹은 주목받는 신예 느낌의 감독들이 대부분 메가폰을 잡고 극장가에 있는 반면 중간층에 있는 감독들의 경우에는 넷플릭스, HBO, 파라마운트 등 OTT로 빠지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물론 유명하지만 특이한 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은 오히려 넷플릭스를 선호할지도? 예를 들면 데이빗 핀처 같은 감독들 말이다. 물론 나이트 샤밀란 감독의 영화는 극장에서 개봉하긴 하지만.. ㅋㅋ
여기 유명하지만 사람들에게 대표작을 물어본다면 무언가 인지부조화가 걸린 것처럼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는 감독이 있는데 바로 조지 밀러(George Miller) 감독이다. 사람들이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조지 밀러 감독의 필모 때문인데, 멜 깁슨과 더불어 조지 밀러 감독을 지금의 입지에 있게 한 작품인 [매드맥스 1, 2, 3]를 바로 떠올릴 수 있지만 그 이외에 생각나는 것은 아마도 펭귄이 탭댄스를 추는 [해피핏 (Happy Feet)]정도밖에 떠올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해피피트와 매드맥스는 괴리가 있어도 같은 감독이 만들었다고 보기 힘든 정도의 괴리가 있을 것이다. 게다가 해피피트는 아카데미에서 그해 장편 애니메이션 상까지 받았는데 이게 조지밀러 감독의 첫 번째 오스카 상이었다. 재미있는 점은 조지밀러 감독의 또 다른 아동용 영화가 아카데미 노미네이트 되었는데 바로 그 영화는 1996년에 개봉한 [꼬마 돼지 베이브(Babe)]이다.
또한 이 감독의 필모에 꽤 나오는 영화 중에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로렌조 오일(Lorenzo's Oil)]이 있다. 내용을 간단히 이야기하면 ALD라는 희귀병을 가진 아들과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부모의 고군분투를 다룬 내용으로 가족, 사랑 영화이다. 이 영화도 아카데미에 각본상 후보에 올라간 적이 있으면 감동적인 내용으로 많은 사람들이 보면서 눈물을 흘린 영화이다.
사실상... 이 정도면 가족/아동 영화 장인이라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의 필모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잊으면 안 된다. 그의 시작은 매드맥스였다는 것을. 그런데 작품들을 잘 살펴보면 거의 대부분의 영화들에서 아름답고 따듯한 이야기를 하지만 주인공을 둘러싼 환경과 사회, 혹은 세계가 가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인공이 돼지이든 펭귄이든 불치병을 알고 있는 아이를 가진 부모던 모든 영화에서는 세상이 주인공을 억까는 듯 하지만 주인공은 절대 '희망'을 놓지 않고 결국은 쟁취해 나가는 것이다.
세계관은 바뀌었지만 계속하고 싶은 말은 하나였다?
매드맥스 1,2,3편을 보면 표면적으로는 자동차 액션씬, 전투, 갈등이 범벅이 되어있는 전형적인 액션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잘 살펴보면 주인공 맥스는 항상 갈등을 한다. 원래 선량했던 맥스는 가족의 복수를 위해 나쁜 사람으로서 변모를 하지만 스스로는 착한 사람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 복수를 하면서도 이게 잘못됐다는 생각을 어딘가 가진 선량한(?) 사람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는 맥스를 보고 있자면 가슴이 아프면서도 어쩔 수 없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래서 복수에 성공을 하지만 가슴 한편에 무언가 무거운 마음이 있다고나 할까?
이런 맥스의 성격과 괴리는 시리즈가 계속될수록 더욱 혹독해지는 세계관에 비해 강화된다. 맥스는 세계가 더 황폐화될수록 착한 사람 증후군에 걸린 것처럼 어쩔 수 없이 주변 인물들을 도와주고 때로는 이끌고 때로는 가이드를 해주며 세상이 변하더라도 자신만은 선량하게 남을 도와주는 사마리아인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는 전설이 된다.
3부작이 지나고 나온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퓨리오사]에서는 미쳐 돌아가는 세상에 맥스라는 선량한 사람이 남아 있다는 희망과 함께 더불어 이 세상 어딘가에 낙원이 있다는 희망까지도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이 낙원에서 온 퓨리오사라는 인물을 통해 다시 한번 낙원으로 가기 위해 동료들과 맥스의 도움을 받아 험난한 세상을 헤쳐나가는 것이다. 물론 영화를 본 사람들이라면 알 것이다. 낙원은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닌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런 희망을 가진 이들과 대비되게 빌런들을 배치하면서 얼마나 희망이 중요한 것인지 보여주고 있다. 물론 아쉬운 점은 전작과 이번작품에서 공통되게 등장한 이모탄 조에 대한 내용이 더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또 다른 빌런인 크리스 햄스워즈의 디멘투스가 희망을 잃어버린 대척점에 있는 것에서 우리는 묘한 대비와 함께 매력을 느끼게 된다.
영화는 이런 대척점을 디멘투스와 퓨리오사의 관계를 보여주면서 마지막 10분을 향해 달려간다. 대사가 거의 없는 영화이기 때문에 많은 부분이 생략이 되어있고 또 퓨리오사와 관련되지 않은 사건들에 대하여도 과감하게 뛰어넘지만 그래도 영화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정확하게 마지막 10분의 디멘투스와 퓨리오사의 대화에서 해주고 있다.
퓨리오사는 디멘투스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심어주고 싶었지만 디멘투스는 이미 절망 가운데서 살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퓨리오사가 원하는 복수를 망쳐버리고 만다. 그리고 퓨리오사는 그런 디멘투스를 희망의 산재물로 사용하기 위해 자신이 가지고 다니던 희망의 씨앗인 복숭아 씨앗을 디멘투스에게 심어 자라게 한다. 그리고 그 열매를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에서 나온 이모탄 조의 아내들에게 먹임으로써 계속해서 희망을 이어나간다.
이 영화는 혹독한 아포칼립스 세계관에서 선량한 사람도 있다는 희망, 그리고 어딘가에 낙원이 있을 거라는 희망 이런 희망을 과격하게 하지만 처절하게 부르짖고 있다. 이는 장르만 과격한 헤비메탈 같은 것에서 시티팝으로 바꾸기만 한다면 현실 세계와 다르지 않다. 세계 경제가 무너지고 있고, 자연환경은 파괴를 거듭하고 언제 임계점을 넘을지도 모르고 우리 주면엔 미친 인간들이 날뛰고 있다. 능력 없는 상사가 갑질을 하고 돈이 많다는 이유로 아무렇게나 행동하고, 남을 속이지 않으면 내가 잘 살 수 없다는 사상이 팽배한 지금이 매드맥스의 세계관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하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선량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아 아직은 세상은 살만하구나.' 하는 깨달음과 희망을 얻게 된다. 그리고 어쩌면 구원을 받을지도 모른다.
제가 보고, 볼만했던 드라마, 영화, 다큐멘터리 등을 포스팅으로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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