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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적 영화보기-「파묘」] 서브 컬처로의 오컬트, 하지만 대중화를 이루고 싶은 끔찍한 혼종의 꿈

by 매드포지 2024.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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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 컬처로서의 오컬트, 그 무거움과 가벼움에 대하여!

한국에서 만든 오컬트 영화가 천만을 넘었다?!! 사실상 이 대기록(?)은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깨기 힘든 기록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파묘가 엄청난 영화여서 천만을 넘었을까? 이 문제의 답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오컬트에 대하여 조금 더 알 필요가 있는 것 같다. 흔히들 오컬트라 함은 서브 컬처의 한 장르로써 알고 있다. 이 서브컬처라는 것은 메인이 아닌 아류 문화로 대중적이진 않지만 꽤나 많은 사람들이 향유하는 문화를 이야기한다.

그중 큰 축을 차지하고 있는 오컬트(Occult)는 그 단어 의미 자체가 라틴어로 숨겨진 지식 혹은 비밀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꽤나 많은 장르를 포함하고 있다. 귀신, 무당, 영매, 사이비 등 어떤 종교적이고 영적인 세계를 탐구하기도 하지만 프리메이슨이나 혹은 나이트 템플러, 일루미나티 등 마법과 비밀 단체들을 포함한 사회, 정치적 세계를 탐구하는 것까지 포함하기도 한다. 어찌 보면 주류라고 불리는 문화에 이면에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실체를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것에는 이런 오컬트라는 것이 붙는 느낌이긴 하다.

물론 지금 시대에 와서 어떤 것이 메인 컬처냐고 물어본다면... 사실 대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포스트 모더니즘 시대로 오면서 사실상 메인과 서브 컬처의 경계가 아주 모호해졌는데 어떤 사람에게는 서브 컬처가 자신의 메인 컬처로써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이제는 메인과 서브 컬처의 경계는 그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보느냐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장르가 서브 컬처라고 불리는 이유는 대중적인 취향에서 오컬트보다는 액션을 호러보다는 로맨스를 선호하기 때문이고 그것이 현재 대부분의 시장을 대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찌 보면 비주류(?)인 오컬트 영화가 대중성을 띄고 흥행을 하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고 만일 그 영화가 성공을 했다면 대부분의 오컬트 마니아 층에게는 얇고 대중적으로는 즐길만한 요소가 혼재되어 있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파묘이다.


장재현 감독의 오컬트 세계관

한국에서 이런 장르의 영화를 하는 감독이 있다는 건 한 관객으로서 엄청나게 기쁠 따름이다. 장재현 감독의 경우 입봉작부터 지금 파묘에 이르기까지 딱 3 영화로 오컬트장인이라는 수식이 붙은 유일무의 한 감독이라고 할 수 있다.

입봉작인 '검은 사제들'은 한국형 오컬트의 시작을 알리는 기념비적인 영화가 되었고 한국에서도 '엑소시즘'이라는 소재를 엄청나게 잘 활용한 영화였다. 두 명의 가톨릭 사제가 귀신 들린 여고생을 퇴마 하는 전형적인 서양 오컬트물을 한국에 맞게 잘 버무린 한국형 서양 오컬트였다. 또한 대부분의 서양 오컬트 영화에서 보여주는 신과 악마의 대립 구도가 나타나고 이런 대립 구도를 통해 결국 신이 있다는 반증을 하며 신앙을 가진 사람들 혹은 신앙을 잃어버린 사람들의 믿음을 다시 굳건하게 되는 그런 전개까지로 이어진다. 

그리고 두 번째 영화 '사바하'는 물론 작품 2개로 이런 말을 하기엔 조심스럽지만 '검은 사제들'보다는 조금 더 장재현 감독스러운 영화라고 생각이 된다. '사바하'는 사이비 종교라는 소재를 가지고 조금은 어렵게 신학을 풀어낸 종교 오컬트에 가까웠다. 아마도 '사바하'를 본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호불호가 꽤나 많이 갈리는 영화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불교와 기독교의 신학 지식이 없다면, 사실 '사바하'는 일반인이 보기에는 조금 어려운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적 내용을 차치하고 극을 이끌어나가는 이정재 배우를 따라서 사건, 사고를 이해하기만 한다면 영화 자체가 흥미진진한 추격 스릴러물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조금 특이한 점이라면 이런 오컬트물에서 나오는 어떤 신앙적 부분이 조금은 다른 방향성으로 흘러간다는 것이다. '검은 사제들'에서 악마의 존재를 보여주며 신이 있다는 것을 반증을 통해 믿음을 굳건히 했지만 '사바하'에서는 오히려 모든 사건과 영화가 끝난 후에 '정말 신이 있는가?'라는 의문을 가지게 하며 끝나게 된다. 조금은 다른 색채로 이런 종교 오컬트를 이끌어간 '사바하'는 아직까지는 한국형 오컬트 중에 가장 흥미롭게 봤던 작품이기도 하다.

앞선 두 작품으로 인해 장재현 감독은 한국형 오컬트를 잘 만드는 사람으로 등극하기에 충분했고, 그만의 세계관을 구축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3번째 작품인 '파묘'의 경우 많은 관심을 받게 되었다. 또한 이번 작품을 잘 살펴보면 이전 두 작품보다 더 디테일이 엄청나게 살아 있는 영화로 스토리를 차치하고 정말 잘 만든 영화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이번 '파묘'는 앞선 두 작품과는 다르게 동양오컬트로서 예전 강시, 도사 등이 나왔던 홍콩 영화나 음양사에 기초하여 요괴가 나오는 일본 영화들과 비슷한 느낌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마도 한국 관객에게는 앞선 두 영화보다는 소재면에서 조금 더 가깝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천만을 넘긴 것이었을까?


파묘, 깊지만 가벼운 오컬트의 대중화

장재현 감독은 작품을 거듭할수록 계속해서 그 오컬트의 세계관을 넓혀가고 영화 자체도 꽤나 심도가 깊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소재가 무겁고 더욱 심도가 깊어지면 질수록 오컬트라는 장르가 대중성을 가지기가 참 어렵다. 그 이유는 앞서 이야기했던 서브컬처의 특성 때문일 것이다. 메인의 속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거나 혹은 재미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바로 전작이었던 사바하의 경우 거의 신학 논문을 한편 보는 것 같은 느낌의 무게를 가지고 있지만 검은 사제들의 경우에는 그 정도의 무게감이 있지 않았다. 

이게 대중성과 비례하는 관계성을 가진다는 게 관객수로 드러난다. 검은 사제들의 경우에는 5백만이지만 사바하의 경우에는 약 2백4십만 정도밖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심도가 깊은 오컬트 영화는 대중화를 꽤 할 수 없는 것인가? 해외 영화들을 살펴봐도 그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장 유명한 프랜차이즈인 엑소시스트와 오멘의 경우도 계속해서 후속작을 내고는 있지만 아쉽게 흥행면에서는 첫 번째 작품을 제외하고는 참담하다.

또한 비교적 최근 영화인 컨저링의 경우에도 1,2편의 경우 꽤나 괜찮은 성적을 냈지만 3편의 경우에는 처참했고 또한 사이드작품인 '애나밸'과 '더넌'도 결과적으로는 최악이었다. 그나마 개성 있는 오컬트를 잘 뽑아낸다는 A24의 작품들인 '유전', '미드소마', '보이즈어프레이드' 정도가 그나마 꽤나 흥행면에서도 작품적으로도 좋은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미국이라는 시장 자체가 가지는 특수성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한국 영화 시장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될 것이다. 또한 다른 액션이나 로맨스 영화에 비해서 흥행이라는 면에서는 턱없는 수치이긴 하다.

그만큼 이 오컬트 영화가 깊이와 흥행 모두에서 성공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파묘'의 경우 앞선 오컬트의 정석이라고 불리는 영화들과 그리고 아주 트렌디한 오컬트 영화들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깊다. 영화의 전개에서 나오는 빌드업, 그리고 각각의 인물들이 보여주는 역학, 또한 무당, 지관, 장의사들이 보여줄 수 있는 업계(?) 용어들이 심각하다 못해 정말 소름 끼칠 정도로 디테일하고 정확하다.

하지만 영화의 6장 가운데, 앞선 1,2,3장. 많이 봐줘서 4장까지만 그 평가가 적용이 된다. 영화가 3장 이후로는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1,2,3장에서 무서운 영화의 공식인 '귀신이 덜 보일수록 무섭다'를 잘 지키며 귀신의 실체를 보이지 않으며 공포적인 요소로 잘 이끌어갔지만 3장 이후의 행보는 갑자기 요괴를 헌팅하는 요괴 사냥물로 장르가 갑자기 변모를 하고 그 전환에서 너무나 멕이 빠져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정말 마치 두 가지 영화를 하나로 억지로 합쳐놓은 것처럼 영화의 맥이 확 끊겨 버려서 4장 이후에는 정말 '왜 이걸 계속 봐야 하지?'라는 느낌으로 영화를 감상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치닫을수록 그 디테일에서 오히려 어긋나는 부분이 생기기 시작하는데 지금까지 잘 만들어오고 설명했던 음양오행의 이치를 갑자기 이상하게 확대 해석해서 요괴를 잡아버리는 일까지 나타나게 된다.

하지만 영화적으로 이렇게 문제가 있음에도 흥행에 성공했던 이유는 '국뽕'이다.

한때 '파묘'가 인기였을 때 반일 감정을 가진 영화이냐? 아니냐?라는 또한 이게 '좌파'나 '우파'냐 하는 문제로 영화계에서 엄청난 논쟁이 있었다. 이게 '좌파', '우파'영화다라고 색깔 이념을 가지고 평가하기엔 영화가 너무 멀다. 하지만 오히려 반일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영화냐고 했을 때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본다. 솔직히 난 이 영화가 3장 이상으로 넘어가기도 전에 '이거 베를린 영화제에 나갔는데... 괜찮은 주제일까?'라고 우려 아닌 우려를 마음속에 가지고 영화를 감상했다. 그 정도로 반일, 항일 감정이 엄청나게 있는 영화로 영화 후반부에서는 반일의 감정을 넘어 '국뽕'에 해당하는 독립투사의 마음을 가지게 되는 영화라고 어찌 보면 MSG를 약간 칠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이런 요소를 집어넣으면서 갑자기 오컬트 공포물에서 오컬트 명량이 되어버린 느낌이 강하게 들어 너무 아쉬웠다. 정말 후반부로 가면 갈수록 영화를 이끌어가는 힘이 오로지 '반일'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물론 극 중에 유해진이나 김고은의 대사에서 계속해서 이 것을 숨기는 느낌을 주려고 하지만 오히려 주연배우가 최민식이었기 때문에 이 반일의 감정이 어쩔 수 없이 강하게 들 수밖에 없었다.

정말 K-오컬트의 명작이 되어버릴 뻔한 영화가 아쉬운 선택을 해버리는 바람에 딱 반토막짜리 영화가 되어버려 아쉬울 따름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몰입감, 설정, 디테일이 너무나 완벽하다. 그렇게에 한 번쯤 오컬트를 좋아하는 사람들, 오컬트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 모두 볼 수 있는 그런 영화임에는 틀림이 없다.


좋은 영화는 디테일이 강하지만, 디테일이 좋다고 좋은 영화가 되진 않는다.

많은 좋은 영화들은 파고파면 팔 수록 디테일이 미친 영화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오히려 디테일적인 측면이 떨어지더라도 영화의 스토리가 좋으면 어느 정도는 커버가 되는 면이 없지 않아 있다. 영화는 결국 스토리 텔링이고 그 스토리를 서포트해 주는 것이 바로 디테일이다. 그것이 소품일 수 있고, 대사일 수도 있고, 연기를 하는 배우들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스토리 면에서 반토막인 영화는 명작으로 치진 않는다. 아무리 잘 줘도 수작 정도가 될 것이다. 이번 파묘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다 용이 되지 못하고 떨어진 이무기에 가까운 영화일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장재현 감독의 오컬트 세계관은 여전히 기대가 된다. 다만 같은 실수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


제가 보고, 볼만했던 드라마, 영화, 다큐멘터리 등을 포스팅으로 남깁니다.
만일 오타나 해석 실수 등을 댓글로 남겨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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