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때 가족끼리 가보고 거의 20여 년 만인데 같을까???
왜 그런 음식점이 하나쯤은 있지 않은가? 맛과 서비스, 가성비를 모두 떠나서 추억 보정이 있는 음식점. 라따뚜이라는 애니메이션을 보면 냉혹한 음식 비평가인 안톤 이고가 프랑스 음식 중 간단하고 가정식에 가까운 음식인 라따뚜이를 파인 다이닝에서 낸 것을 무시하다가 추억 때문에 인정하게 된 것을 보면 음식이 아무리 맛이 있고, 서비스가 좋고, 가성비가 좋더라도 추억 앞에서는 모두 평등하다.
물론 라따뚜이의 안톤 이고처럼 그 정도의 큰 추억은 없지만 이런 비슷한 추억 보정 음식점이 몇 있는데 그중 20여 년간 잊고 있다가 갑자기 생각이 나게 된 이 '화진 가든'이 그러하다.
화진가든
한줄평 - 가성비, 그리고 추억의 맛!
안양시에 있는 이 화진가든은 그나마 관악역이 가깝지만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엔 조금 불편한 곳에 위치하고 있다. 거기에 가든이라는 이름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음식점이 얼마나 오래됐는지 대략 어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80~90년대에 이런 고기를 굽는 가든이라는 형식의 레스토랑이 우후죽순처럼 서울 근교에 생겨났는데 이제는 그 자취를 거의 감췄다.
그래도 이 화진가든은 거의 50여 년이 된 노포로써 아마도 안양에 사는 토박이라면 한 번쯤은 이야기를 들어본 음식점일 것이다. 정말 오래된 음식점으로 주로 고기와 관련된 음식을 하는데 예전에는 인지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오리고기까지도 하고 있다. 화진가든의 특징이라면 가장 큰 특징은 고깃집이지만 여느 고기 가게와는 다르게 숯불구이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숯불 대신 양념 소갈비의 경우에는 철판에 구워서 나오는데 어렸을 때는 그 철판에 구워서 나오는 소갈비가 그렇게 맛있어 보일 수가 없었다. 물론 지금은 숯불에 구운 고기가 얼마나 맛있는지 알고, 더 맛있는 음식도 많이 먹어봤기 때문에 그렇게 큰 감흥이 없지만 여전히 추억 속에는 '이건 맛있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주차장도 꽤 크지만 너무 많은 사람이 몰릴 경우에는 주차장을 사용하지 못한다. 물론 이제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리진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웨이팅석이 있을 정도로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1시 반 정도에 도착을 했는데 단체 손님 2팀 정도밖에 없어서 거의 기다리지 않고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홀 쪽에는 앉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데 일단 겨울의 경우에는 너무 춥기도 하고 고기 굽는 냄새도 꽤 나기 때문에 쾌적하지 않다. 그리고 예전에는 방이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곳들이었는데 이제는 신발을 신고 들어가서 의자에 앉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뭐 화장실에 들어가 보면 명언이 쓰여있는 걸 보면 이 집이 노포라는 것을 확 알 수 있다.
주방 맞은편에 보면 철판을 데우고 고기를 굽는 화덕 같은 곳이 보이는데 여기서 대부분의 고기 조리가 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왕갈비를 제외한 다른 고기들은 부르스타에 철판을 가져다줘서 그곳에서 직접 구워 먹어야 한다. 예전에도 숯불이 있던 기억은 없어서 아마도 처음부터 숯불이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예전과 또 달라진 점은 식사류가 생겼는데 양념게장의 경우에 무한 리필이 되었었는데 이제는 4,000원으로 돈을 내야 먹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물론 여기가 게장 맛집이냐라고 물어보면 그렇진 않다. 약간 비리고 고깃집에서 나오는 자극적인 게장이기 때문에 굳이 추가해서 먹을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철판은 여전하구나... 지글지글
이 음식점이 좋은 점은 반찬이 참 많다는 점이다. 요즘 음식점들에서 반찬이 거의 사라진 것에 비하면 여전히 예전 고깃집에서 나오는 반찬들을 유지하고 있다. 예전에는 더 많았던 것 같은데 줄어든 것을 감안해도 꽤 먹을 만한 반찬들이 있다. 청포묵, 샐러드, 브로콜리, 숙주 등 게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리필이 가능하다.
반찬이 나오고 나서 얼마 안 있으면 고기가 철판에 나오는데 300g으로 1인분 치고 꽤나 많은 양이 나온다. 당연히 한우는 아니다. 만일 한우 300g이 38,000원이라면 아마 주말에는 발 디딜 틈이 없는 음식점일 것이다. ㅋㅋㅋ
여하튼 철판에서 고기는 모두 구워져 나오는데 다만 뼈에 붙은 고기는 아직 다 익진 않았기 때문에 서버 아주머니가 오셔서 뼈를 다시 회수해 가신다. 이것은 나중에 다시 구워서 나오기 때문에 걱정을 안 해도 된다.
예전에는 된장찌개를 시키면 뼈와 남은 고기를 넣어서 주기도 했던 것 같은데 지금도 그렇게 하는지는 모르겠다. 우리는 된장찌개를 시키지 않았고 대신 물냉면을 시켰는데 물냉면은 정말 맛이 없었다 ㅜㅜㅜ.
그래도 게장과 왕갈비는 궁합이 잘 맛기도 하고 실패가 없는 맛이긴 하다. 값싼 소갈비의 느낌이지만 고기 자체가 그렇게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이런 경우에는 간을 엄청 세게 해서 고기의 맛을 감추기 마련인데 이곳의 왕갈비는 약간 심심하게 간이 되어있다. 그렇다고 간이 마냥 약하진 않은데 간장, 마늘 맛이 적당히 나기 때문에 달달하니 맛이 있다.
고기의 지방 분포가 사실 꽤나 높은데 갈비의 특성상 그런 것이기도 하지만 약간 정육 자체가 조금 대충 되어 있는 느낌은 있다. 하지만 그것도 이 정도 가격이면 꽤나 봐주면서 먹을 수 있기 때문에 괜찮은 편이다.
다만 냉면의 경우에는 정말 많이 아쉬웠는데 분명 시판 냉면을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면을 삶아서 잘 안 빨고 냉면에 넣어서 메밀물이 너무 많이 나와 냉면의 시원함을 많이 가렸다. 게다가 냉면 육수의 맛이 너무 약해서 차가운 것만 빼면 마트 푸드코트에서 먹는 냉면보다도 못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만일 먹는다면 비빔냉면이 그나마 날 것 같다.
그리고 대망의 뼈에 붙은 고기. 사실 이 뼈에 붙은 고기는 근막과 떡지방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느끼하고 질긴 맛없는 고기이다. 사실 고기라고 부를 수 없는 부위이지만 바짝 구워서 오돌뼈처럼 으적으적 씹어먹는 맛이 있다. 고기의 본식이라기보다는 별미에 가까운데 약간 느끼에서 배부른 느낌을 질긴 식감으로 눌러버린 느낌이라고 할 수 있다.
만일 내가 이곳에서 먹었던 추억이 없었다면 이 식당을 20년 만에 다시 방문했을까?라고 생각해 보면 그렇진 않을 것 같다. 하지만 확실히 노포의 느낌과 그 저력은 남아있다고 할 수 있다. 노포 느낌을 좋아하고 그리고 소고기를 싸게 먹고 싶다면 한 번쯤 방문해도 좋을 화진가든이었다.
소비자가 할 수 있는
최소의 소비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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