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더움을 이기지 못해... 틀렸어 먼저가~~
Weekenders Coffee Roastery에서 커피를 마시고
아직 더움이 가시지 않은 채 청수사(기요미즈데라)로 향했다.
2시 정도에 떠났는데 정말 날씨가 너무 더워 36도에 육박하고 있었다. 카페에서부터는 지하철보다는 버스로 가는 편이 좋기 때문에 버스를 타고 청수사로 향했다. 버스로만 17여분 정도 걸렸지만 가는 내내 시원해서 어느 정도 체력이 회복이 된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게 함정이었다.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청수사로 올라가는 길이 너무나 사람이 많았고 더움이 가시질 않았다. 이 근처에서 현지 사람들이 정장들을 입고 결혼식, 피로연 모임 등을 하는 것을 보았는데, 정장을 어떻게 입고 있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우리는 더위를 먹은 듯한 느낌이 들어 거의 1시간이 걸린다는 청수사를 올라 관광을 할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더위를 식히고 쉬는 시간을 가지기 위해서 다시 카페를 찾아가기로 했다. 물론 이 주위의 카페, 음식점들은 마치 인사동의 카페, 음식점처럼 관광 메리트가 붙어 비싸고 맛은 그냥저냥인 곳들이 많아서 가지 않으려고 했지만 이 중 The Unir Coffee Senses라는 카페는 비싸긴 하지만 커피가 맛이 있는 집이라고 이야기를 들었다.
원래 계획으로는 사실 청수사를 보고 다서 오사카로 넘어가기 전에 만일 시간이 남거나 너무 더우면 가려고 했던 집인데 너무 더운 나머지 반대로 카페를 갔다가 청수사를 가기로 한 것이다.
The Unir Coffee Senses는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잠시 돌담길을 걸으면 닌넨자카의 시작 위치보다는 외곽으로 떨어진 곳에 위치를 하고 있다. 입구는 정말 일본의 옛날 건물로 들어가는 느낌이 들지만 들어서자마자 현대적인 인테리어가 나오기 때문에 고즈넉한 분위기는 아니고 클래식과 모던의 합작인 느낌의 카페이다.
사진은 없지만 이 The Unir는 카페를 이용할 것인지 1층에 위치한 바를 이용할지 고를 수가 있다. 그래서 프론트로 들어가면 커피를 마실 것인지 혹은 술을 마실 것인지 물어본다. 우리는 더웠기 때문에 카페를 이용한다고 하고 메뉴를 보았다. 커피를 마시고 온 터라 커피를 하나만 시키고 이 The Unir에서 유명한 과일산도를 먹으려 하였다.
그러마 음료를 개인당 하나를 시켜야 한다고 종업원이 이야기하였고 어쩔 수 없이 아이스커피 한잔과 레모네이드를 시켰다. 여기가 스페셜티 커피 맛집이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다른 디저트류들을 보고서는 커피에 대한 의심이 들었다. 이게 오히려 잘못된 생각이었다.
또한 과일산도의 가격이 내 눈을 의심할 정도로 비싸 더 의심이 된 것은 사실이다. 2200엔 과일산도가... 2만 원.... 제정신인가????
이거 완전 잘못 생각했네.... ㅜ
사실 음료가 먼저 나오고 관광지 특수로 완전 호구(?) 당했다는 느낌이 많이 나왔다. 그리고 커피를 마셨을 때 어... 레모네이드가 아니라 커피를 마셨어야 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싱글오리진이 아닌 Unir에서 사용하는 블랜드를 시켰는데 그 맛이 지금까지 먹었던 스페셜티 커피집들의 커피들보다 화사하고 맛이 있었다.
일본 커피를 계속 마시면서 쓴맛에 대한 개념이 정말 달라졌는데 이 The Unir에서 먹었던 커피는 오히려 한국에서 쓴맛을 많이 잡아낸 스페셜티 커피에 가까운 맛과 향이 났다. 그래서 아이스임에도 꽤나 만족을 했던 커피였다.
하지만.... 과일 산도...
물론 나중에 일본에서 먹은 과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지만 일본 과일은 정말 향이... 좋다. 한국 과일이 맛있는 건 한국사람이라면 모두가 알 것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일본 과일이 맛이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일본 과일은 맛보다는 향이 더 도드라진다. 맛은 한국 과일과 크게 다르지 않은 단맛을 가지고 있는데 향이 너무나 다르다.
과일산도에 나온 멜론, 바나나, 딸기 중 바나나를 제외하고 딸기, 멜론은 맛보다는 정말 향이 너무 좋았다. 특히 멜론의 향기를 백화점 식품부에서나 맡을 수 있는 정도의 멜론의 향 정도의 상급이라서 참 좋았다.
하지만 이게 2,200엔이라는 가격을 주고 먹을 것인가는 조금 다른 이야기인 것 같다. 물론 내가 음식 중 디저트에 대하여는 더 엄격한 기준이 있어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산도 맛집이 아니라 커피 맛집이 맞는 느낌이다. (산도는 정말 인스타그램용이라는 생각이 든다.)
The Unir Coffee Senses
추천 - 솔직히 잘 모르겠다. 커피를 마실 거면 들어가도 좋다.
과일산도는 인스타용. 맛은 그다지... (맛이 없진 않다.)
커피는 맛있음.
평점: 5점 만점
나 - ★★ (2점 - 커피만 먹었다면 3점으로 올라갈 것 같다.)
아내 - ★★★☆ (3.5점 - 의외의 맛)
청수사... 우린 널 만만히 봤어...
여하튼 그렇게 과일 산도와 커피로 잠시 수혈을 하고 땀을 시킨 후 괜찮아졌다 생각하여 청수사로 가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정말 사람이 너무나 많았다. 주말이어서 그런지 아님 축제를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외국인, 현지인, 한국인 할 것 없이 정말 사람이 많았다. 일본에서 몸을 부딪히며 어디를 돌아다녀 본 적이 없는데 청수사로 가기 위해 산넨자카를 들어선 순간 큰 사람의 물결 안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사람들과 부딪혀 가며 이동을 해야 했다.
그래도 청수사에 가까워져 오자 길이 넓어져서 그런지 조금 나아졌다. 다다미가 있던 스타벅스를 한번 들어갔다 왔는데... 사람은 많고 매장 안이 너무 더워서 앉아 있을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일본을 다녀와서 여름 일본은 가는 거 아니라고 했던 말이 정말 맞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그렇게 청수사에 도착하자 교토의 전경이 내려다 보이는 경치를 보았다. 또 운이 좋게 그때부터는 구름이 많이 끼기 시작해서 해를 가려 조금씩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청수사의 묘미는 입구가 아닌 본당의 절벽에 있다고 생각을 한다. 그런데 사람이 너무나 많았고 표를 사기 위해서 들어선 줄은 이 날씨에 기다리지 못할 것 같았다. 결국엔 우리는 입구에서 본당을 들어가는 것을 포기하고 다시 내려갔다. 아쉽지만 청수사를 봤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든다. 그것을 보고 몸이 아픈 것보다는... 나았던 것 같다.
아직 4일 중 2일밖에 되지 않았고 그날 당장 오사카로 가야 하는 일정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첫날 너무 무리한 탓이 있고 비가 올 것이라고 생각을 해서 오히려 이 더위를 예상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던 것 같다. 여행에서 또 느끼는 점은 포기할 때도 있다는 점이다. 비싼 비용과 시간을 들여서 왔지만 결국엔 다른 여러 변수를 고려하지 못하고 무리한 일정을 강행하다 보고자 하는 바를 못 봤던 것 같다.
우리는 그렇게 나중에 또 오자는 이야기와 함께 청수사를 내려가서 교토역으로 향했다.
다음 편에 계속~!
여행했던 기억을.
우리에겐 추억을.
누군가에겐 정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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