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치란을 한번 먹고 손절한 이유?!
일본을 방문하는 관광객 대부분 유명한 라멘집이 하나를 뽑으라고 한다면 이치란을 이야기할 것이다. 우리 부부도 그 유명세를 느끼기 위해서 예전에 도쿄를 갔을 때 이치란을 방문했었고 맛있는 돈코츠 라멘을 먹었던 기억이 있다. 당시를 회상하면 도쿄 한복판에 있는 이치란 라멘을 웨이팅 하나 없이 방문하였고 주문과 메뉴 선정에 큰 어려움이 없이 먹었었다. 이번 교토, 오사카에 여행에서도 이치란 라멘의 분점이 심심치 않게 보였었는데 다만 그곳에는 항상 줄이 많이 서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이치란의 맛을 생각해 본다면 '긴 줄을 기다려서 한 시간 이상 가량 기다려 먹어야 할까?'라는 의문이 들곤 한다. 일본에는 정말 맛있는 라멘집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제는 한국에서 먹는 라멘들의 수준이 많이 성장했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치란의 현재 유명세에 비해 이제는 특별할 것이 없는 맛이 되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치란이 맛이 없는 라멘이냐?'라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아마도 '만일 일본이 처음이고 라멘을 한 번도 먹어보지 않았다면 먹어볼 만한 하다.'라고 이야기할 것 같다.
그래도 관광지로써 일본을 방문했으면 그래도 일본의 라멘을 먹어 봐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고, 실제로 이번 교토, 오사카에서 라멘을 2번 먹었다. 하지만 이치란이 아닌, 맛있지만 색다른 라멘집을 가고 싶었고 이번에 방문한 라멘집은 돈코츠 라멘이 아닌 시오, 미소, 볶음 라멘이 주였다. 그중 교토여행 2일 차에 먹었던 이노이치 라멘은 내가 생각하기에는 라멘이라는 음식을 한 단계 높여준 식당이었던 것 같다.
이노이치 라멘은 이미 미슐랭 가이드에 실릴 정도로 유명하고 맛이 입증이 된 식당이지만 언제나 미슐랭 식당이 맛을 완전하게 보장하지 않기 때문에 경험해 보자는 차원에서 방문을 하였다.
우리 부부는 아침부터 아라시야마에 들렀다 왔기 때문에 이미 조금은 녹초가 되어있는 상황에서 식당에 도착했다. 유명한 식당답게 줄이 길었고 기다리기 위해 줄에 합류를 하였는데... 사실 이 줄은 티켓이 있는 사람들이 서는 줄이었다.
일단 식당에 오면 줄을 서지 말고 식당 문으로 들어가 티켓을 받아야 한다. 바로 먹을 수 있으면 좋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아주 크다. 우리 부부의 경우 거의 오픈 시간에 맞춰서 갔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12:10분까지 티켓이 차 있었고 거의 근 50분을 기다렸다. 50분 동안 주변에 있었던 100엔 샵과 마트 등에서 구경을 하면서 기다리니 시간은 금방 갔다.
하지만 이게 기다림의 끝은 아니다. 티켓 시간인 12:10분에 가면 그때부터 진짜 줄의 시작이다. 12:10분 시간대에 한 6~7팀 정도를 받는 것 같았다. 이 라멘집의 내부는 찍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말로 설명을 하자면 카운터(닷지)에 최대 8명 정도 앉을 수 있고 카운터가 아닌 일반 식탁 좌석이 4인용 2개가 있다. 즉, 큰 식당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을 많이 받을 수 없고 사람들은 유명세에 기다리기 몰리기 때문에 줄이 긴 것 같다.
그래도 라멘이라는 특성상 한 사람이 2~3개 먹지 않고 순환율이 빠르기 때문에 생각보다는 빠르게 먹을 수 있다. 물론 너무 덥지 않다면... ㅜㅜ
정말 이번 여행은 햇볕과 더위와의 싸움이었던 것 같다. 그 때문에 기다리는 동안이 짧음에도 불구하고 체감상으로는 더 많은 시간을 기다린 느낌이다. 12:10분에 가서 라멘이 나오기까지 한 15분을 기다렸지만 체감으로는 30분은 족히 기다린 느낌이었다. 예약 시간에 맞춰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으면 종업원이 메뉴를 가져다주고 주문을 받아 간다. (다만 밖에 기다리는 것뿐만 아니라 매장 안에도 줄이 있다.)
너무 더운 날씨 때문에 사실 냉라멘을 시킬까 많이 고민을 했지만 그래도 처음 간 집에서 따듯한 국물 라멘을 먹기로 하고 Dashi Ramen(다시 멘)과 한정 메뉴인 Grilled Wagyu Beef Ramen(구운 와규 라멘)을 시켰다. 토핑은 기본인 계란만 추가를 했고 사이드 메뉴로 Small Rice Bowl인 Rice with Grilled Scallops and Tofu with Mayo를 시켰다.
그리고 이노이치의 라멘을 시킬 때에는 간장을 골라야 한다. White Soy sauce(백간장), Black Soy sauce (검은 간장 - 일반 간장)을 고를 수 있다. 백간장의 경우 일본에서 유명하기 때문에 한 번 먹어보고 싶었는데 이번 기회에 다시(Dashi) 라멘에는 백간장을, 구운 와규 라멘에는 검은 간장을 주문했다.
라멘 시키기
1. 냉, 온 라멘을 고른다. (Hot, Cold)
2. 라멘의 종류를 고른다.
3. 라멘에 들어갈 간장을 고른다. (White, Black soy sauce)
4. 토핑을 고른다. (Bamboo shoot은 죽순입니다.)
쇼마이를 시킬까 했지만 그래도 안 먹어 본 메뉴를 시킬 생각으로 Rice Bowl를 시켰는데 이게 신의 한 수였던 것 같다.
개인적인 취향은 다시(Dashi) 라멘이 정말 맛이 있었다. 물론 와규 라멘의 경우도 맛이 있었지만 와규의 맛보다는 불에 그을린 탄맛이 강했고 검은 간장과는 정말 잘 어울렸지만 좀 더 깔끔한 다시(Dashi) 라멘이 맛이 개인적으로는 좋았다.
그리고 사이드로 시킨 두부밥은 집에서 한 번 따라 해 보고 싶을 정도로 간단하면서도 맛이 좋았다. 특히 두부를 어떻게 이렇게 부드럽게 마요네즈와 함께 버무릴 수 있는지 궁금하긴 했다.
종업원의 이야기로는 먹다가 앞에 있는 Tororo-Konbu를 기호에 맞게 넣어서 먹어보라고 했다.
그냥 Tororo-Konbu를 해석해 보면 '마-다시마'라는 뜻이다. 집게로 이 다시마를 꺼내보니 실타래 같이 생긴 아주 얇은 다시마가 겹겹이 쌓여 있는데 한지 같은 질감이다. 하지만 이것을 라멘 국물에 풀면 마치 '콧물'처럼 변하는데 다시마 향이 강하게 나는 마를 푼 느낌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라멘에 변주를 줄 수 있어서 가끔 넣어서 먹었지만 아내는 식감이 너무 이상해서 먹기 싫다고 했다. 이 Tororo-Konbu는 호불호가 있을 토핑이긴 하다. 하지만 한 번쯤은 넣어서 먹는 것도 추천을 한다.
라멘이 정말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정당한 음식이란 걸 이번 이노이치 라멘에서 느낀 것 같다. 돈코츠 라멘이 눅진한 고깃국을 먹는 느낌이라면 이노이치의 라멘은 깔끔한 잔치 국수를 먹는 느낌이었다. (물론 잔치 국수보다 가격적인 면에서 많이 차이가 나지만 느낌적인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다.)
이노이치 라멘
추천 - 다시 라멘, 계란 추가 (원한다면 챠슈를 더 추가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사이드 - Rice with Grilled Scallops and Tofu with Mayo
평점: 5점 만점
나 - ★★★☆ (3.5점)
아내 - ★★★☆ (3.5점)(안 기다렸으면 4점)
P.S. 몇 블록 옆에 분점이 있다. 멘야 이노이치 하나레로 영업 중인데 사람이 덜하다는 것 같다. 다만 그렇게 심하게 기다리진 않아도 되니 본점을 이용해도 될 듯하다. (그리고 분점은 미슐랭에 등재되어 있지는 않다.)
이제 점심 커피를 마시러 가보자
다음 편에 계속~!
여행했던 기억을.
우리에겐 추억을.
누군가에겐 정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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