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미친 영화라고?
이 영화의 트레일러가 4~5개월쯤 나왔을 때 영화의 이야기는 둘째 치고라도 캐스팅에서 엄청나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주연으로 예전의 영광만큼 엄청나지는 않지만 그 아우라가 확실한 데미 무어(Demi Moore), 그리고 요즘 할리우드 거장들에게 사랑을 받는 마거릿 퀄리(Margaret Qualley)를 캐스팅하였고, 거기에 약방의 감초처럼 눈도장이 확실한 데니스 퀘이드(Dennis Quaid)까지 캐스팅을 했다. 이런 출연진에 다소 미친 듯한 플롯까지 더해지니 이 영화는 기대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야기의 아주 간단한 줄거리는 이렇다.
이제는 잊힌 스타가 되어가고 있는 엘리자베스(데미무어)는 어떤 노력에도 불구하고 늙어가는 자신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러다 오랫동안 고정이었던 프로그램에서 일방적인 하차 통보를 받은 후 교통사고를 당하게 된다. 그리고 우연찮은 계기로 한 의사에게 서브스턴스(The Substance)라는 약물을 알게 되고 이 약물을 복용하면 '더 나은 자신(Better version of self)'로 거듭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결국 그녀는 고민 끝에 약물을 복용하게 되고 자신이 복제되어 수(마거릿 퀄리)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이미 이 정도 줄거리로도 엄청나게 흥미롭지 않은가? 하지만 영화를 직접 눈으로 보기 전까지 이 내용이 이렇게까지 기괴하면서 불쾌하기까지 할 수 있는지는 전혀 알 수 없다. 자칫 잘못하다간 바디호러영화의 클리셰처럼 잘못된 점을 답습할 수 있는 영화의 스토리를 시각적으로 그리고 청각적으로 충격을 주며 동시에 기괴하며 불쾌함을 줄 수 있는지는 영화관에서 직접 봐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두에게 추천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니라는 것이 함정인 듯...ㅋㅋ)
이 사실 영화는 이런 SF의 전형적인 Fun and Horror의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상업적인 호러영화라기보다는 기괴한 예술, 사회 비판 영화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려운 비유나 표징을 사용하는 것이 아닌 다소 과한 직유에 가까운 모습으로 영화는 진행이 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페미니즘영화라고 이야기하지만 페미니즘 만 이야기하는 영화는 아니다. 페미니즘이 전반에 깔려 있긴 하지만, 이영화는 약물과 중독에 대한 경고, 기존의 미의 어긋난 기준, 남성 우월주의에 대한 경고와 비난, 연예계의 성형에 대한 비판, 거기에 더해 노화와 젊음라는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딸과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는 해석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꽤나 와닿은 문구가 있는데 한국에서는 유명하지 않지만 그래도 영어권 특히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그래도 인지도가 있는 잭 런던(Jack London)이라는 작가의 말이다.
"The proper function of man is to live, not to exist. I shall not waste my days in trying to prolong them. I shall use my time.
해석을 해 보면 "인간의 존재 목적은 생존이 아닌 삶이다. 난 더 오래 살려고 애쓰기보다는 주어진 시간을 쓰겠다." 즉, 우리는 주어진 시간 안에서 삶을 풍족하게 그리고 의미 있게 사용을 하겠다는 말이다. 이 영화는 이 문장에 대척점에 있으며 반어법으로 이 문장을 대변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캐스팅이 이렇게 찰떡일 수 있을까?
아무리 그래도 영화 서브스턴스의 주요한 요소는 여성의 성형(?)이다. 물론 이 영화에서 그려지는 성형이라는 것이 한 인간을 바꿔버릴 정도로 드라마틱하게 변하지만 결국 이뻐지고 젊어지기 위한 여성의 욕구 그리고 이를 기대하는 남성 위주의 사회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는 현재 거의 모든 나라의 연예계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적용이 되는 말로 노화를 막기 위해 그리고 더욱더 잘나 보이기 위해서 노력을 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특히나 불법 약물에 손을 대면서 까지 말이다.
쉬운 예시로 남성은 헬스장에서 더 빨리 더 큰 근육을 얻기 위해서 불법 스테로이드와 남성호르몬제를 투여하고, 여성들은 성형외과에서 여러 가지 뼈를 깎는 시술과 수술을 하는 모습을 보면 쉽게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90년대 엄청난 스타였던 데미 무어는 이런 캐스팅에 엄청나게 잘 맞는다고 볼 수 있다. 데미 무어는 브루스 윌리스와 헤어지고 나서 기괴한 행보를 보였는데 자신 보다 10살 이상 어린 애슈턴 커쳐와 사귀면서 전신 성형을 하는 등 떠나가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잡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의 설정과 아주 잘 맞지 않는가?
그리고 그 대척점에 있는 더 나은 자신의 수(Sue), 그 역할에 마거릿 퀄리. 사실 이 영화를 보기 전 까지는 가여운 것들(Poor things,2024), 카인즈 오브 카인드니스(Kinds of kindness, 2024),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Once upon a time... Hollywood, 2019)에서 이 배우를 봤지만 기억에 남는 배우는 아니었다. 그래도 매력 있는 배우로 인식을 하고 있었지만 이번 영화에서 데미 무어의 노화와 반대의 젊음을 대변하는 역할에 너무나 잘 어울리고 특히나 아름다웠다. 어떻게 이렇게 캐스팅이 완벽할 수 있을지 영화를 보면서 너무 감탄을 했다.
거기에 데니스 퀘이드 정말 예전부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배우로 개그면 개그, 악역이면 악역, 그리고 최근에는... 망했지만 레이건 대통령을 연기했다. 솔직히 이렇게 가볍고 무거운 역할 모두에 잘 어울리는 배우는 많이 없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이 배우는 남성성이라는 것에 대변하는 역할들을 많이 했다고 할 수 있다. 대통령, 아빠, 매니저, 군인 등 정말 남성성이 대변되는 역할이 찰떡인 배우기 때문에 서브스턴스의 방송국 대표 하비(Harvy) 역할에 너무나 잘 어울렸다. (특히 엘리자베스를 앞에 두고 새우를 먹는 씬과, 수에게 미소를 보이라고 강요하는 씬은... 엄청났다.)
제약과 경계 그리고 어긋난 결말
이 영화에서는 물질(The substance)을 주는 회사에서 약물 사용과 관련하여 몇 가지 지켜야 할 제한 사항과 선택을 가지고 있다.
1) 약물(The substance)은 무조건 한 번만 주입할 것. (문제는 약물을 한번 주입하고도 많이 남았다는 거다.)
2) 모체와 파생된 자신은 7일씩 번갈아 사용할 수 있다.
3) 둘은 하나이다.
4) 사용을 멈추고 싶다면 원할 때 멈출 수 있다.
물론 이 사항을 잘 지켰다면 전혀 문제가 없었겠지만 영화에서는 사항을 어겨버리는 일이 생겨버린다. 이런 어긋남은 인간의 욕망과 관련되었으며 특히 약물 중독과 많은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관객은 언젠가 부서지고 어겨질 이 제한 사항이 캐릭터들에게 어떻게 다가오고, 작용을 할지 지켜보는 것이다. 이런 어긋남들은 결국 문제로 다가오고 그 문제는 오로지 자신이 감당을 해야 한다. 흥미로운 점은 영화는 어긋남을 줄거리를 따라가는 것뿐만 아니라 영상에서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이 영화는 조금 잘 못 보면 엄청나게 야하다. 이미 청소년관람불가의 19금을 걸고 있지만 이 영화는 29금을 걸어도 될만하다. 주인공들의 전신 나체가 나오고 그리고 수의 몸 중 중요 부위들이 엄청나게 조명되며 클로즈업되지만 신기하게도 '야하다'라는 감정을 전혀 느낄 수 없고, 오히려 불쾌하다는 느낌을 더 받을 수 있다.
분명 시각적으로는 야해야 하는데 받아들이는 뇌에서는 불쾌함을 느끼는 기이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영화에서는 카메라의 무빙 자체를 멀미가 날 정도 빠르게 아니면 형체를 알 아볼 수 없을 정도로 클로즈업으로, 그리고 클로즈업이지만 피사체는 움직이며 카메라는 틸트를 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한다. 일반 영화에서 이렇게 했다간 카메라 무빙에 욕을 많이 먹겠지만 이것은 다분히 의도된 것으로 우리는 이 경계를 어긋나는 모습을 시각적으로도 볼 수 있는 것이다.
결말로 가면 갈수록 영화는 더욱 기괴해진다. 하지만 이것은 수, 엘리자베스 둘러싸고 있는 기존의 사회에 대한 조롱이자 비판이라고 할 수 있다. 괴물로 변해버린 자신이 오히려 더 아름답게 보이지만 그것을 보는 사람들은 기겁을 하고 두려워하며 심지어 역겨워한다. 하지만 마치 영화 캐리의 장면처럼 하지만 반대로 엘리자베스/수는 피를 관객들에게 뿜으며 조롱을 역으로 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서스페리아, 캐리, 티탄이라는 영화가 떠오르긴 했다. 모두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이고 기괴하며 또한 사회의 비판과 예술적인 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래도 서브스턴스는 올해 영화들 중 가장 기괴한 영화 중 하나였으며 앞으로도 이런 영화가 나오기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렇게 기괴하면서도 여러 가지 표상을 직설적으로 풀어내는 이런 영화는 참 좋은 것 같다.
제가 보고, 볼만했던 드라마, 영화, 다큐멘터리 등을 포스팅으로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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