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드라마, 영화, 만화이야기/영화감상

넷플릭스에서 보는 미디어 (6) - 월레스와 그로밋: 복수의 날개 (Wallace & Gromit: Vengeacne Most Fowl)

by 매드포지 2025. 1. 20.
728x90
반응형

어릴 때의 추억보정일까?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의 기억 저편에 나만의 애정하는 작품이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애니메이션일 수도 있고 어쩌면 시트콤, 혹은 영화일지도 모른다. 나에게 있어서 애정이 있는 작품은 하나만 뽑기 어려울 정도로 여럿 있지만 어렸을 때 정말 좋아했던 애니메이션은 바로 월레스와 그로밋(Wallace & Gromit) 시리즈이다. 처음으로 이 월레스와 그로밋의 단편 애니메이션을 접했을 때의 기쁨은 마치 어린아이가 아주 좋아하는 장난감을 발견한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흔하게 생각하는 찰흙을 가지고 만드는 클레이메이 혹은 클레이메이션은 사실 월레스와 그로밋이 최초라고 할 수 없다. 시기상으로는 1900년대 초반에 광고에서 나오기 시작해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작품은 패트와 매트일 것이다. 심지어 패트와 매트는 2020년까지 시즌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최장수 클레이메이 시리즈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유명한 작품들이 월레스와 그로밋, 꼬마펭귄 핑구가 있다. 이 둘은 비슷한 시기인 80년도 후반에 나와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월레스와 그로밋은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패트와 매트처럼 인간 친구가 아닌 강아지와 인간의 유대를 그리고 있고, 월레스의 직업인 발명가라는 소재가 아주 신선하면서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처음 본 에피소드가 1989년의 [월레스와 그로밋 - 화려한 외출 (A Grand Day Out)]로 집안에서 우주선을 만들어 치즈를 얻기 위해 달나라를 가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당시 방구석 몽상가(?)인 나는 마치 어린 시절의 롤모델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월레스와 그로밋은 단편이 아닌 장편 영화로 제작이 되었고 90년대에는 두 작품이 나왔는데 1993년에 나왔던 전자바지 소동 (The Wrong Trousers)를 시작으로 2년 후인 1995년에는 양털도둑 (In a Close Shave)이 나왔다. 또한 이 양털도둑에서 나오는 양들을 가지고 만든 스핀오프 작품이 못 말리는 어린양 숀(Shaun the Sheep)으로 이 또한 정말 재미있게 보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마지막 작품이 외계인이 나오는 작품이라... 많이 실망을 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월레스와 그로밋 말고도 클레이메이션 작품의 명맥을 잇고 있는 작품으로 천재 강아지 그로밋의 못지않은 어린양 숀도 그만의 매력이 엄청나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거의 10년이 지난 후 2005년에 거대 토끼의 저주 (The Curse of the Were-Rabbit) 나왔다. 그리고 이번 작품이 나오기 전 가장 최신작이라고 할 수 있는 2008년에는 빵과 죽음의 문제(A Matter of Loaf and Death)가 나왔고 이때의 스토리 상으로 월레스가 결혼하는 것처럼 그려지면서 작품의 명맥이 끊겼다고 생각이 들었다. 

2000년이 들어서 나온 작품들은 예전의 90년대의 나온 작품처럼 정겹지만 어딘가 몇 프레임 빠지는 느낌의 뚝뚝 끊기는 클레이메이는 아니었다. 그래도 10년간 기술력이 많이 발전하여 아주 스무스한 애니메이션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우리의 판타스틱 듀오인 월레스와 그로밋을 보는 것은 언제나 반갑고 정겹다. 그리고 이번 작품의 트레일러가 나왔을 때... 어쩌면 지금까지의 시리즈 중 최고의 빌런(?)이라고 생각이 되는 페더스 맥그로(Feathers McGraw)가 돌아왔다는 것에 환호성을 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쩌면 시대에 역행하는 작품

시간이 지나면서 클레이메이는 너무나 인건비가 많이 드는 영화라는 것을 인식하고 나서는 다만 이 작품들이 제발 나와주기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다. 영화상의 10초를 만들기 위해 며칠이 걸리는 이 작업은 정말 경이롭다고 할 수 있다. 솔직히 사람을 갈아 넣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제는 인건비가 너무 많이 올라 제작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기회가 된다면 집에서 디오라마를 제작해 이런 숏 필름을 만들어보고 싶은 어린 시절의 로망이 있었다.

물론 지금은 그런 생각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지만 언젠가 상황이 되면 디오라마는 제작해 볼 수 있지 않을까? ㅋㅋ

사실 요즘 영화 판은 대 CGI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일반 영화에도 CGI가 안 들어가는 작품이 거의 없을 정도고 애니메이션까지도 CGI를 사용하여 만드는 세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월레스와 그로밋은 CGI를 최소화로 사용하는 정도가 아닌 거의 없다시피 작업을 하기 때문에 시대 역행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불편한 아날로그 작업인데도 우리가 이 작품을 사랑하는 이유는 아마도 이널 아날로그 감성에서만 느낄 수 있는 부드러움과 따듯함이 아닐까 싶다. 

캐릭터가 움직일 때마다 찰흙을 조금씩 움직여 찍는데 실제 영화상에서도 찰흙에 지문이 남아있어 그마저도 지우지 않고 보내는 그런 감성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도 이번 작품에서는 2008년도에 나왔던 마지막 작품 보다 더 부드러운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장면의 전환이나 캐릭터들의 움직임 그리고 작품들에서 나오는 각종 기물들까지 훨씬 발전된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기술의 발전이 가져오는 편함을 거부하는 아날로그 어쩌면 바보 같은 행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아날로그적 감성의 느낌과 현대 문명의 이기 사이에서 계속 고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을 해도 그때 그 감성을 찾는 인간의 본성과도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영화에서는 이런 기술적인 이야기를 영화의 주제와도 결부시키는 작업을 했다. 또한 곳곳에서 나오는 위트와 개그가 소소하게 웃기기도 하고 갑자기 빵 터지기도 하는 등 점차 스토리라인이 클리셰에 가깝게 되어가고 있던 월레스와 그로밋의 새로운 힘을 불어넣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최고의 빌런인 펭귄이 돌아왔다는 것에 아주 희열을 느꼈다.


최고의 빌런이 돌아왔다!!!

페더스 맥그로(Feathers McGraw)는 1993년에 나왔던 전자바지 소동 (The Wrong Trousers)에서 나왔던 천재 펭귄 캐릭터이자 빌런이다. 과도한 발명 때문에 항상 돈에 쪼들리는 월레스가 임시 돈벌이로 무언가 사업을 시작하고 이런 사업이 문제가 되다가 전화위복으로 결국에는 문제의 해결을 넘어 해피엔딩으로 끝나게 되는 내용이 이 월레스와 그로밋의 기본 플롯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전자바지 소동에서는 하숙집으로 돈벌이를 하다 하숙생으로 들어온 것이 바로 천재 펭귄인 페더스 맥그로였다.

페더스 맥그로는 일반적인 펭귄이 아닌 이중 신분을 가진 천제 펭귄이자 도둑이다. 빨간 장갑을 머리에 쓰고 도둑으로 활동을 하기도 하는데 목적은 박물관에 위치한 블루다이아몬드를 훔치는 것으로 월레스의 발명품인 전자바지를 도둑질에 사용하고 월레스에게 누명을 씌우기 위해서 하숙생으로 들어왔다. 물론 계획을 성공적으로 실행시키지만 월레스의 지킴이 그로밋이 훼방을 놓고 마지막 순간에 블루다이아몬드를 다시 돌려주고 경찰에 페더스 맥그로를 잡아다 준다.

그렇게 페더스 맥그로는 경찰에 잡혀가고 무기징역으로 동물원에 있게 된다. 그로 15년이 흐르고 페더스 맥그로는 여전히 복수의 날갯짓(?)을 준비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영화의 제목이 영어로 Vengeance most fowl (복수를 꿈꾸는 강력한 조류?)이다. 사실 Fowl과 Foul의 발음이 같기 때문에 언어유희로 사용이 되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페더스 맥그로의 탈옥 그리고 블루다이아몬드의 탈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리고 이번 작품에서도 언제나 낙천주의인 월레스가 아닌 그로밋이 모든 상황을 정리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번 작품을 보다 보면 이전 작품들에서 나왔던 장치나 장면들을 오마주 한 것들이 꽤나 있기 때문에 그것을 찾는 것도 소소한 재미를 안겨준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는 이전 작품들과는 조금 다른 코드들이 존재한다. 그것은 월레스와 그로밋의 관계에 대한 것과 기술과 아날로그의 균형이라는 점이다. 우선 월레스와 그로밋은 인간과 인간이 아닌 인간과 강아지의 관계이다. 주종이 확실한 관계이지만 월레스는 그로밋을 거의 하나의 인간처럼 대한다. 하지만 그로밋은 여전히 주인을 좋아하고 주인을 지키는 강아지이다.

그리고 그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영화 초반에 나온 그로밋이 월레스의 스다듬(Petting)을 기대하는 장면과 인간만의 기술인 언어로 '노봇'을 작동하는 것을 설명하면서 그로밋에게 해보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볼 수 있다. 월레스가 어떤 나쁜 짓을 해도 월레스만 바라보는 것이 바로 그로밋인 것이다. (심지어 전 작품에서는 그로밋이 감옥까지 갔다. ㅋㅋ)

이전 작품들에서도 이런 관계가 나오긴 했지만 이번 작품은 조금 더 이런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거의 30여 년을 지내온 우리의 판타스틱 듀오의 우정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며 관객과 작품과의 유대감을 은유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번 작품에서는 기술의 이기를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에 대한 경고와 기존의 것을 지키는 제작사의 메시지도 들어있다. 발명품으로 가득 찬 월레스와 월레스는 그로밋에게 발명품을 사용해 더 편하고 효율적으로 살아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로밋은 집에서 여전히 아날로그를 좋아하는 면을 모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월레스는 항상 자신의 발명에 지지를 하지 않는 다며 그로밋에게 불평을 한다. 영화의 후반부로 가면 자신의 발명품 때문에 차를 어떻게 끓이는지 조차 까먹은 월레스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문명의 이기인 기술들을 사용하는 것보다 지켜야 하는 것들이 있고 무분별하게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을 깨닫는다. (영국인들에게 차를 어떻게 끓이는지 모르는 것은... 엄청난 문제다.)

이런 장면들은 마치 제작사의 클레이메이 제작과정의 불편함과 CGI를 사용하여 편하게 영화를 제작하는 방법을 차용할지 말지에서 제작사의 갈등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이 되기도 한다. 물론 CGI기법도 사람을 갈아 넣어야 하는 작업이긴 하지만 이 클레이메이를 만드는 작업에 비하면 그래도 손쉬운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문명의 이기를 받아들이지 않고 아날로그의 감성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자신들의 철학이라는 것을 월레스와 그로밋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다. 

어린이를 위한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하지만 페더스 맥그로는 탈출을 했고 앞으로 더 확장할 수 있는 여지도 남겨놓았다. 정말 오랜만에 잘 만든 애니메이션을 본 것 같아서 아주 좋았다. 또한 작품적으로도 더욱 성장한 모습이어서 어린아이부터 성인까지 모두 잡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오랜만에 다시 나온 월레스와 그로밋, 앞으로 계속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제가 보고, 볼만했던 드라마, 영화, 다큐멘터리 등을 포스팅으로 남깁니다.
만일 오타나 해석 실수 등을 댓글로 남겨주세요.
감사합니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