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속편은 불안하죠?
요즘 영화시장에는 잘되고 확장성이 어느 정도 있다 싶은 영화면 거의 대부분 속편을 진행하는 것이 관례(?)가 되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이전의 영화가 이미 엄청나게 성공을 했거나 1편이 끝나고 나서 스토리의 확장성의 폭이 좁을 경우에는 문제가 된다. 이런 경우에 속편의 제작이 확정되면 우려와 함께 기대가 같이 나오곤 한다. 조커는 이러한 문제점을 2가지 모두 가지고 있는 영화였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첫 번째 영화가 엄청난 흥행을 했을 뿐만 아니라 역대 최고의 조커라는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문제는 첫 번째 영화의 마지막에 혼돈 그 자체라고 불릴 수 있는 주인공인 조커가 경찰에 잡히며 끝이 났고 더 이상 어떤 확장성에 대한 실마리를 남기지 못한 채 끝이 났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조커가 첫 영화로 끝났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고, 감독과 배우들도 속편에 대한 생각이 크지 않은 듯 보였다. 하지만 돈의 힘이라는 것이 무서운 것이 엄청난 출연료와 제작비는 모두의 마음을 바꾸기에 충분했던 것 같고 속편으로 조커의 히로인인 할리퀸까지 등장을 시켜서 속편을 제작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그 이름은 공유정신병인 폴리 아 되(Flex a dux)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말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조커? 재해석한 조커?
엄연하게 DC에서 가장 유명한 슈퍼빌런은 뽑으라고 한다면 당연히 조커일 것이다. 배트맨의 숙적이기도 하면서 온갖 문제는 일으키만 그 범죄에는 이면에는 항상 음흉한 계획과 이유를 가지고 있는 인물로 슈퍼맨에게 렉스 루터가 있다면 배트맨에게는 조커가 있을 정도로 빠져서는 안 될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DC 영화나 코믹스를 알지 못하는 사람도 한 번쯤은 조커에 대하여 이야기를 들어봤을 정도이니 그 존재감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은 조커에 대한 일정한 선입관이 있다. 그리고 그 선입관이 강하면 강할수록 원작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배척을 많이 받게 된다. 하지만 1편의 조커는 각색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환상적으로 그려졌고 관객들의 기대와 합치하는 걸 넘어서는 조커로 재탄생을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19세 이상 관람가 영화에서는 드물게 흥행에 성공을 하였고 다크나이트 이후에 최고의 히어로 영화 (정확히는 안티히어로영화)라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 조커: 폴리 아 뒤에서는 이런 기대를 부흥하지도 못했을뿐더러 어쩌면 배우와 감독의 욕심만 많이 들어간 영화라고 할 수 있던 것 같다. 이 영화를 보면서 마크 미로드(Mark Mylod) 감독의 [더 메뉴(The Menu, 2022)]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영화에서는 유명 셰프로 나온 랄프 파인스(Ralph Fiennes)는 식당에 온 손님들을 조롱하는듯한 코스의 메뉴를 내온다. 그 메뉴는 빵과 이멀젼을 같이 내야 하는 코스에서 사람들을 놀리듯 빵을 빼버리는 만행(?)을 보여준다. 이는 주식에서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내용이기도 하지만 마치 본질을 잃어버린 것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이번 조커: 폴리 아 되는 마치 이런 모습을 영화로 담은 듯한 느낌이 있다.
어떤 원작이 있는 캐릭터를 재해석하기 위해서는 우선 원작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캐릭터를 재해석하여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이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조커: 폴리 아 되는 이런 과정을 정말 잘 지켰다 할 정도로 재해석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이 원작의 조커의 이해가 아니라는 것에 문제가 있다.
앞서 이야기를 했듯이 사람들은 이미 뇌리에 박힌 강렬한 캐릭터에 대한 선입관을 바꾸지 않으려 한다. 더군다나 그것이 마음에 드는 캐릭터라면 온 힘을 다해 분석하고, 연구하고, 스스로 그 캐릭터에 대한 생각을 굳혀 버린다. 하지만 이번 조커: 폴리 아 되의 조커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던 조커와는 사뭇 달랐다.
일단 조커의 기본은 '혼돈'이라고 할 수 있다. 높은 지능을 가진 사이코페스인 그는 그의 잘못된 행동이나 혹은 범죄에 전혀 양심의 가책이라던지 혹은 나약함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나약한 상대를 조종해 자신의 원하는 바를 이루는 소시오패스적인 모습까지도 있다. 그런 강인한 캐릭터의 모습을 항상 보여줘 왔기 때문에 우리는 조커의 나약한 모습은 기대를 할 수 없다. 물론 조커가 몇몇 코믹스에서는 이런 나약한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다. 초반의 조커 모습을 다룬 Red hood라던지 혹은 배트맨이 죽었을 때라던지 말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웃음으로 넘기고 새로운 모습을 찾아가거나 혹은 더 미쳐버려서 광적으로 웃는 조커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소름이 돋곤 했었다. 하지만 왠지 모를 딱함도 있었지만 그 속에서 잔인함과 비릿한 조롱까지도 같이 느껴지는 이중적인 모습에 우리는 조커를 좋아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한 이런 강한 조커와는 다르게 조커: 폴리 아 뒤에서는 그런 조커의 모습을 지워버렸다.
그냥... 조커가 아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물론 이 영화의 초점은 사실 조커에 있지 않다. 오히려 조커보다도 레이디 가가가 보여준 리 퀸젤(Lee Quinzel)이 더 주인공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가 조커인 아서 플렉(Arthur Fleck)의 시선에서 진행이 되지만 그가 하는 행동이 중요하다기보다는 사회가 그를 바라보는 모습이 더 중요하다. 이 사회가 그를 바라보는 모습은 조커이고 그 조커는 순교자 혹은 선구자로서 작용을 한다. 이 이미지는 우리가 원래 가지고 있는 조커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은 즉, 선입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선입견 혹은 만들어낸 이미지와 달라지는 조커의 모습을 리 퀸젤과 사회가 보면서 그를 부정하고 배척해 버린다. 즉, 요즘 사회 이슈로도 부상하고 있는 켄슬컬처(Cancel Culture)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다. 조커로써의 아서 플랙을 사람들이 좋아하기에, 그리고 아서 플랙도 그런 관심을 받고 싶기 때문에 그는 조커를 연기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자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자각과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들의 기대에 부흥하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이 동시에 있다. 대부분의 연예인들이 그렇듯이 이런 강박과 불안 때문에 공황장애가 오곤 한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자신은 조커가 아니라는 것을 만 찬하에 공개를 하면서 사람들에게 거절(Cancel) 당한다. 그의 가장 열렬한 팬이었던 리 퀸젤이 떠나가고 다시 아서 플렉은 다시 리 퀸젤을 찾아가지만 비참하게 버려진다. 결국 사람들은 아서 플랙이 어떠한 사회를 뒤집는 캐릭터가 되길 원했으며 그 캐릭터를 숭배하며 같이 공유망상병(폴리 아 되)이 걸려 버린 것이다. 하지만 아서가 그 캐릭터를 부정해 버리자 자신들의 이상과 부합하지 않다고 생각해 버려 버린 것이다.
이영화의 서사는 사회를 비판하고도 있지만 지금 우리가 이 영화를 평가를 하는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적용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즉, 조커를 우리가 원하는 모습으로 그려내지 않은 이 영화를 우리는 싫어하는 것이 바로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비판점이자 욕심(?)이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이 우리는 이 비판점을 조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정말 이 영화가 이런 점을 비판하고 싶었다면 마지막에 넣은 새로운 조커의 탄생은 왜 가지고 있을까? 그리고 1편에서의 변화된 아서 플렉의 모습은 온데 간대 없어졌는데 그런 개연성은 어디로 갔을까? 혹은 아서 플렉이 감옥과 법정을 오가면 보여준 단호함, 강인함 등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만일 그 조커를 부정한다면 자신도 부정이 된 것이 아닌가?
이러한 문제점들은 영화가 원하는 바를 큰 틀에서는 납득할 수 있지만 '조커'라는 타이틀로는 배우와 감독의 욕심으로 빚어낸 후속작이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사실 조커라는 이름만 빠진다면 꽤나 수작이 될 수 있었을 것 같다. 그저 아서 플랙이라는 이름으로 조커가 아닌 연쇄살인자이지만 그것이 대중에게 보이는 모습대로 살아가다 다시 부정을 하고 그 과정에서 아서 플랙 본인은 망가지는 모습을 담은 영화였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하지만 유명 IP를 사용하였고 그 IP를 재해석해서 나왔다면 자신들이 하려는 말과 잘 버무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참 아쉬운 부분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못 만든 영화는 아니다.
오히려 더 화나는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영화는 장면 하나하나가 정말 잘 만들었고 배우들도 연기가 소름 끼칠 정도로 잘했다고 할 수 있다. 정말 잘 만들었다면... 조금만 사람들이 기대하는 바를 넣었다면 오히려 더욱이 빛났을 영화를 평론가들이 좋아하는 영화로 만들어 놨다고 할 수밖에 없다. 일반 대중들이 보는 표면적이고 피상적인 모습 말고 그 속에 들어있는 뜻과 풀이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을 위한 영화라는 것이다.
만일 그것을 원한다면 조커라는 캐릭터를 사용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하지만 팥빵을 먹으러 갔는데... 빵이 없이 팥만 있다던지, 혹은 팥이 없이 빵만 있다 던 지 하면... 그게 진정한 팥빵일까??
제가 보고, 볼만했던 드라마, 영화, 다큐멘터리 등을 포스팅으로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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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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