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드라마, 영화, 만화이야기/영화감상

[주관적 영화보기-「노스페라투」] 비주얼만은 돋보인 고전명작의 재해석과 실망!

by 매드포지 2025. 2. 5.
728x90
반응형

고전명작의 이면에는 무엇이 있을까?

내가 본 영화 중 가장 오래된 영화는 어떤 것이 있을까? 각 시대마다 그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들이 많고 매년 열리는 영화제 중 흥행에 면에서는 아카데미 시상식이나 혹은 골든 글로브, 작품성으로 생각하면 칸과 베니스 국제 영화를 살펴보기만 해도 대단한 작품들을 심심치 않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시대에 살고 있지 않았다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시간이 지난 후 영화를 찾아서 보는 경우가 많다. 적게는 몇 년, 많게는 30년 아니면 50년이 지나서 보게 되는 영화들인 경우들도 있다.

이런 영화들 중에 몇 년 지난 영화들은 그래도 잘 볼 수 있지만 10~20년 지난 영화들은 잘 보지 않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매년 많은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물리적인 시간과 한국에 유통되지 않은 영화들이 많기 때문에 못 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런 이유를 떠나서 사실 고전 영화들이 보기 쉽지 않다는 이유는 고전 영화라는 선입견 때문일지도 모른다. 잘 생각해 보면 문학은 고전을 더 최고로 치지 않는가?

잘 생각해 보면 우리가 크리스마스 때마다 여전히 사랑하는 해리포터라는 영화는 가장 첫 번째 영화인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2001년에 개봉을 해서 벌써 24년이나 흘렸다. 조금 시간을 더 써보자. 서양사람들이 환장해마지 않는 스타워즈의 가장 첫 번째 시리즈인 [스타워즈: 새로운 희망]은 1977년작으로 47년이 지났지만 현재 보더라도 나쁘지 않은 영화다. 또한 그로 2년이 지난 1979년작인 [에어리언 1]의 경우도 스페이스 호러라는 장르를 만들어낸 엄청난 영화로 지금 2025년에 영화를 봐도 오히려 요즘의 영화도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들이 많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금 더 시간을 더 써서 100년이란 시간을 가보자. 1920년대를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는 아직 일제 강점기였다. 하지만 미국은 2차 산업혁명이 극 정점에 이르는 시기로서 광란의 20년대라고 부를 만큼 엄청난 성장과 발전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20년대에 나온 작품들 중 대단한 2가지가 [메트로폴리스(Metropolis),1927], [노스페라투(Nosferatu, a Symphony of Horror), 1922]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메트로폴리스]는 [메갈로폴리스]로 그리고 [노스페라투: 공포의 교향곡]은 [노스페라투]로 2024년 리메이크를 통해 재개봉을 하게 되었다. 물론 [메갈로폴리스(Magaropolis),2024]는 야심 차게 개봉을 했지만 국내 개봉은커녕 미국에서도 엄청난 속도와 스케일로 망해버렸기 때문에 우리가 볼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노스페라투(Nosferatu),2024]는 그래도 몇몇 측면에서는 원작의 그대로를 잘 계승했다는 평가를 받는 영화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결코 원작을 뛰어넘지 못한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비주얼적인 부분은 정말 압도 그 자체!

100년이 지났지만 1920년대 작품을 무시하면 안 된다. 유튜브에 풀려있는 고전 노스페라투를 보게 된다면 1920년대에 이걸 이렇게 찍을 수 있구나 하는 경이라는 감정이 올라온다. 물론 20년대는 당시 무성영화의 시대였기 때문에 대사가 컷씬으로 들어간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맥 끊기는 경우가 있지만 영상효과가 없었던 시대에서 편집, 분위기, 조명만으로 이 정도의 공포감과 작품성을 만들어 냈다는 것은 마치 로마에서 판테온을 보며 고대에 이렇게 웅장한 건축물을 어떻게 쌓아 올렸는지 신기해하는 것과 같다.

물론 영화사적으로 이 영화가 드라큘라의 불법 차용을 했다는 사실을 너무나 극명하다. 실제로 프리드리히 빌헬름 무르나우 감독은 소송에서 져서 남아있는 영화들의 필름들이 모두 파기되어 버렸다. 요즘 남아있는 것들은 다른 나라로 수출되어서 저작권의 저촉을 받지 않은 불법 복사본 같은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프리드리히 감독이 소송에 휘말려 힘들었다고는 하지만 이 불법 차용이 의도된 것으로 당시 유행했던 표현주의 방식을 차용하기 때문에 간섭이 심한 원작의 저작권을 일부러 사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당시에는 전쟁 때문에 그랬다는 속설도 있다.)

이 당시 독일에서 유행하던 표현주의가 있었는데 어떤 장면이나 혹은 인물의 표정을 그 감정에 맞지만 과장되게 표현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즉, 현실을 왜곡하는 강렬한 감정과 내면의 불안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생각을 하면 된다. 그래서 시각적으로 이런 것들을 표현하기 위해 왜곡된 공간, 기하하적 디자인, 극적인 명암 대비, 비 현실적인 분위기 등 여러 가지를 차용했다. 실제로 지금 이 고전 영화를 보아도 배울 점이 정말 많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만일 CGI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그리고 다른 영화적 기법과 카메라가 아닌 편집과 촬영만으로 영화를 찍어야 한다면 이렇게 찍어야 하는 교과서적인 교본의 느낌을 받을 수 있다.

2024년의 이 노스페라투도 이런 독일식 표현주의를 의도적으로 계승을 하려고 한 것인지 혹은 비주얼 적으로만 따라 하려고 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몇몇 부분에서는 시각적으로는 원작보다 더 좋은 느낌을 받았다. 감독인 로버트 에거스(Robert Eggers)는 이런 느낌의 영화를 정말 잘 만든다고 할 수 있다. 안야 테일러-조이(Anya Taylor-Joy)를 확실하게 각인시킨 [더 위치(The VVICH),2015]부터 비주얼 적으로 꽤나 굉장했던 [노스맨(The Northman), 2022], 그리고 한국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감독의 가장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라이트하우스(The Lighthouse), 2019까지 노스페라투를 만들기에는 정말 적절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이 감독의 영화를 보면 2가지 특징이 있었는데 가장 극명한 것은 명암 대비를 활용해 흑백상태이지만 3차원적 깊이와 극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 기법이다. 이 기법은 요즘 영화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지만 대부나 블레이드러너 같은 70~80년대 작품들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번 노스페라투는 처음부터 거의 마지막까지 흑백영화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무채색이 스크린을 감싼다고 할 수 있다. 그로 인해 분위기가 아주 가라앉아서 공포영화에서의 터줏대감인 점프스케어가 거의 없는대도 불구하고 분위기로만 무서움을 자아낸다.

또한 다른 시각적 효과는 극적인 클로즈 업과 과장된 표정이다. 개인이 나올 때나 혹은 2명 씬에서 이 영화를 잘 살펴보면 불쾌할 정도로 클로즈업을 해서 주변 환경에 무엇이 있는지 관객으로 하여금 제한시켜 버리는 장면이 많다. 그로 인해 관객은 답답함을 느끼기 때문에 캐릭터들이 느끼는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또한 과장된 표정과 웃음이 키포인트로 사용이 되어서 웃지 말아야 할 곳에 웃음을 대량으로 배치한 다던지 갑자기 아이들이 놀면서 비명을 지른다던지 하는 몇몇 장면들이 마치 고전 독일의 표현주의를 따라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사실 이 3가지는 로버트 에거스 지금까지 보여준 영화들에서 잘 사용하는 것들이었기 때문에 놀랍다기보다는 감독의 기술에 성숙도가 좋아졌구나 하는 끄덕임 정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좋은 기술들과 연출 효과에 비해 문제가 되는 것이 있었으니.


하지만 공감과 몰입에서는 부족하다!

원작이라고 할 수 있는 드라큘라, 그리고 고전 영화인 노스페라투의 주인공은 남자이다. 전체적인 줄거리는 3 영화 모두 같다. 한 남자가 자신의 부인과 터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을 하는 다소 남성성이 굉장히 부각이 되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영화/소설이 단순이 판타지일 뿐일 것은 아니다. 전쟁에 대한 공포,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 종교적인 비판이 들어있으며 거기에 더해 공포와 절망에 인간의 저항과 절규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서 영화화가 많이 되었음에도 관객들과 독자들은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들에서는 여성의 비중이 그렇게 크지 않다. 브램 스토커의 원작 드라큘라와 고전 영화 노스페라투에서는 드라큘라에게 희생당하는 연약한 존재로 그려진다. 하지만 눈여겨봐야 한 포인트는 두 작품 모두 이 여성의 희생이 없었더라면 드라큘라와 올록 백작을 죽이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즉, 보살핌과 보호를 받아야 하는 연약한 존재에서 구세주가 되는 격변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격변은 사실은 가장 연약하고 보호해야 하는 존재였기 때문에 그 희생의 고귀함과 대담함이 더 부각이 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2024년의 노스페라투의 여자 주인공은 전혀 다른 느낌이다. 조니뎁의 딸인 릴리-로즈 뎁(Lily-Rose Depp)이 연기하는 엘렌은 무언가 진취적인 여성으로 보이려 노력하는 것 같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만악의 근원인 노스페라투를 불러들인 장본인이고 결정적인 순간마다 누군가에게 의지하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강한 여성상과는 또 거리가 있어 보인다. 자신의 남편이 위험한 곳으로 가는데도 적극적으로 말리지도 않고 따라가지도 않는다. 사실 이 장면에서 앞부분에서 보인 엘렌의 모습에 조금 트위스트를 주어 주인공이 따라가는 거 아닌가 하는 기대를 했지만... 갑자기 연약하게 변해버려 잘 다녀오라고 자신의 머리를 잘라 로켓까지 만들어 준다.

그리고 노스페라투가 도시에 들어왔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친구이자 유일한 자신의 서포터인 애나와 그녀의 딸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충분히 노스페라투에 저항하여 어떻게든 그들을 살리려는 노력을 보여주는 척하다 갑자기 연역한 사람이 되어 그저 그렇게 당해버리고 만다. 그리고는 아내와 두 딸을 일은 남편인 프레드리히에게 자신들을 버리지 말아 달라고 화를 내는 부분은... 최악이었다.

거기에 노스페라투를 불러들인 이유가 자신의 욕정을 채우기 위해서이다. 차라리 예전 게리 올드만과 키아누 리브스의 [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Bram Stoker's Dracula), 1992]에서 나온 미나 하커의 스토리가 더 그럴듯해 보인다. 이 1992년작의 드라큘라에서는 엘렌이 아닌 미나로 등장을 하는데 이 미나는 드라큘라 백작의 아내의 환생이기 때문에 무의식 중에 미나는 영혼에서부터 드라큘라를 원한다. 하지만 이번 노스페라투에서는 오로지 자신의 욕정을 채우고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노스페라투를 찾는... 이 말도 안 되는 설정이 영화의 시작부터 거슬리게 한다.

그리고 마지막 희생을 하는 장면에서 정말 아름답고 기괴하게 표현이 되긴 했지만 관객의 입장에서는 '이게 맞나?'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자신의 욕정과 욕망에서 시작된 비극을 자신의 손으로 끝내면서 고귀한 희생이라고 표현을 하는 것은 약간 어패가 있지 않은가 싶다. 사실 이런 희생은... 자신의 과오를 덮는 정도에 지나지 않다고 생각이 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또한 다른 남성들의 비중이 그렇게 크지 않아 보이기 때문에 이 영화의 스토리와 조금 동떨어져 있는 사람들 같이 보인다. 특히 남편인 니콜라스 홀트(Nicholas Hoult)의 토마스는 영화의 중심에서 노스페라투에게 당하기도 하고 비밀을 파헤치고 있지만 전혀 그 행동이 마음에 와닿지 않는다. 오히려 아론 테일러-존슨(Aaron Taylor-Johnson)의 프레드리히 허딩(Friedrich Harding)이 자신의 아내와 딸을 잃고 절규를 하지만 가장 진취적이며 무언가를 실제로 하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이 영화는 노스페라투인 올록 백작과 앨렌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아쉽게도 거대한 악/질병/재해 등에 대한 인간의 사투를 잘 그려내지 못한다. 사투가 아니라 인생의 절망에서 그를 받아들이는 것을 보여주기만 한다고 할 수 있다. 그 절망을 받아들이고 하나가 되어 자신을 소멸하는 것을 보여준다. 어쩌면 운명에 저항하려다가 실패해 발화하는 인생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까지 한다. 이런 장면은 윌리엄 데포(Willem Dafoe)가 맡은 알빈 교수에서 나오는데 연기는 정말 잘하지만 알맹이가 없는 느낌이라고 할 수 있다. 너무나 허무한 것들을 보여주며 결국 여자 주인공인 앨렌에게 맡겨야 한다고 하며... 관에 불을 지르는 모습은... 너무 아쉬웠다. 윌리엄 데포가 가여운 것들(Poor things)에서 연기한 갓윈과 상반되는 느낌이라서 더 비교가 되어 아쉬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고전의 리메이크이지만 그 이상과 이하도 아니었던 조금 아쉬웠던 영화 그래도 영상미는 죽였다!


제가 보고, 볼만했던 드라마, 영화, 다큐멘터리 등을 포스팅으로 남깁니다.
만일 오타나 해석 실수 등을 댓글로 남겨주세요.
감사합니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