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라이팅의 제왕, 기쁨이(Joy)가 돌아왔다!
많은 사람들이 인사이드 아웃을 떠올리면 기쁨이(Joy)를 떠올리곤 한다. 그리고 마치 기쁨이가 선한 역할 이어서 주인공인 라일리(Reiley)를 악역인 슬픔이(Sadness)에게서 지키기 위해서 고군분투를 하고 있는 스토리를 줄거리처럼 알고 있다. 인사이드 아웃 1에서는 슬픔이(Sadness), 2편에서는 불안이(Anxiety)를 악역처럼 보여주고 있지만 난 오히려 기쁨(Joy)이야말로 최악의 악역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1편에서 기쁨이는 슬픔이에게 너는 라일리를 슬프게 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절대 패널을 못 만지게 한다든지 혹은 기억들을 모두 행복한 감정으로만 채워 중추 기억(Core Memory)을 오로지 기쁨으로만 채웠다. 그리고 2편에서는 나쁜 기억들을 기억의 저편으로 보내버리는 1편과 같은 잘못(?)을 답습하고 있고, 신념 나무(Belief Tree)를 좋을 기억들로만 채워 '나는 좋은 사람이야 (I'm a good person.)이라는 각박적인 신념을 만드는 모습을 보았을 때... "이거... 조증인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정도면 언제 감정이 폭발해 추락할까?'라는 우려 아닌 우려를 영화를 보는 내내 하게끔 했다. 그만큼 영화가 몰입과 흡입력 측면에서 너무나 잘 만들었다고 생각이 든다.
여하튼 픽사의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은 2015년에 망해가던 픽사를 속된 말로 멱살을 잡아 수렁에서 건져 올린 영화로 애니메이션 역사상 한국에서도 49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는 기염을 토했었다. 1편의 개봉 당시 심리, 감정, 인지 등 뇌와 관련된 공부를 한 사람이라면 이 영화가 이론적으로는 틀린 부분도 굉장히 많지만 정말 재미있게 그리고 또한 어느 정도는 이론을 바탕으로 잘 표현했다는 것을 한 입 모아 말했다.
또한 일반 관객에게는 마치 자신의 머릿속을 보는 듯한 느낌을 들게 하고 마지막에 기쁨 뿐만 아니라 슬픔 등 다른 감정들도 개인에게 있어서는 필요한 것이라고 인정을 하게 되는 자신의 모습을 온전히 바라보는 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즉, 자아의 성장과 자아의 성립에 있어서 꽤나 중요한 과정을 보여주고 '공감'을 이끌어 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9년 후 인사이드 아웃 2(Inside Out 2)가 개봉을 하고 개봉 16일 만에 460만을 찍어버리고 극장가의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조금 아쉽게도 이 영화가 인사이드 아웃 1편 보다 더 좋은 영화냐고 이야기했을 때는... 그렇진 않은 것 같다.
불안도 실패도 슬픔도 다 받아들여야 비로써 하나가 된다
1편의 경우에는 감정의 의인화라는 신박한 소재로 영화를 보고 나서 관객들은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 '그래 그럴 수 있을 거야'라는 등의 마치 지나온 길을 본 것 같은 느낌을 자아냈다면 이번 2편의 경우는 '맞아 나도 그래', '이거 나랑 똑같은데'라는 조금 더 공감을 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즉, 1편의 경우에는 아이의 내면을 들여다보았다면 2편의 경우에는 사춘기로 접어든 라일리의 모습이지만 현재 성인들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는 복합 감정들이 나옴으로 "공감"을 강하게 이끌어 냈다.
영화 후반부에 불안(Anxiety)이가 모든 패널을 잡고 난리를 칠 때 마치 '패닉 어택'을 당한 것처럼 심장이 뛰고 숨을 쉴 수 없으며 손발이 차가워지는 경험을 하게 되는 상황에서 많은 관객들은 아마도 "아.. 나도 그런데"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나도 첫 검도 대회나 학회 발표를 처음 할 때를 생각해 보면 무대나 시합장에 들어서기 전 헛구역질을 하면서 불안을 삭히는 일종의 해소 과정을 가지곤 했다. 그리고 마치 그 모습이 영화에서 라일리가 하키 페널티 박스에서 불안에 잠식당하는 모습과 아주 흡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런 복합적인 감정들의 소용돌이 속에 기본 감정들이 다시 본부로 돌아오면서 '극복'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라일리는 감정들에 이끌리던 아이의 모습에서 이제는 감정을 스스로 조절하는 성인으로서의 모습으로 성장하기 시작한다. 다만 영화는 이런 성장을 잘 보여주는 장점이 있기도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보여주는 과정이 1편을 답습한다. 문제는 좋은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구성적으로는 아쉬운 부분이 많다.
영화의 중반 부분으로 들어서면 기본 감정 기쁨(Joy), 슬픔(Sadness), 버럭(Anger), 까칠(Disgust), 소심(Fear)들이 병에 갇혀 본부에서 쫓겨나버린다. 또 기존의 신념 나무(Belief tree)를 불안이가 기억 저편을 날려버리는데 그 이유는 복합감정들이 사춘기라는 시기에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이런 기본 감정들을 억누르는고 가치관과 신념의 변화와 혼동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13세 이후로 대부분의 기본 감정들이 억누르는데 특히 기쁨이 억눌린 수치가 가장 높다고 한다. 또한 이 시기를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부르는 만큼 기분과 생각 신념이 하루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그리고 이때부터 본부에는 불안(Anxiety)이 라일리의 핸들을 잡기 시작하고 라일리는 하키 캠프에서 꽤나 불안한 일상을 이어간다. 그리고 기본 감정들은 날아가버린 신념 나무를 되찾아 본부로 가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사실 이러한 스토리 과정은 1편의 내용과 아주 비슷하다. 단지 슬픔이가 불안이를 대신하고 다른 기쁨이가 아닌 감정들이 라일리를 조종하는 것이 이번에는 복합 감정들이 하는 것으로 치환되었을 뿐이다.
또한 다시 헤드쿼터로 돌아오는 과정 또한 1편과 거의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생각의 강, 상상 나라, 꿈 구성이 거의 비슷하고 또한 기억으로 저장하거나 잊어버리는 과정도 똑같이 보여주고 있다.
다소 따분하기까지 한 이런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인사이드 아웃 1편을 본 사람이라면 약간 지루해질 수 있다. 또한 1편에 나왔었던 중요한 장소들이 너무 대충 설명을 하고 넘어가거나 변화한 모습을 아무런 이유 없이 버려지는 것을 볼 때 1편을 보았던 관객이라면 아쉬움을 2편만 본 사람들에게는 답답함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기본 감정들의 본부로 돌아오기 위한 여정보다는 불안이와 나머지 복합 감정들이 라일리를 조종하면서 나오는 이야기들이 영화가 확실히 흡입력이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특히, 불안이가 계획을 짜면서 불안한 요소들을 계속 제거하는 모습이라든지 부럽(Envy)가 불안이를 동조하는 모습, 그리고 이를 통해 라일리가 잘못된 선택을 계속하는 것을 보면서 마치 우리가 라일리가 된 것 같은 흡입력을 잘 보여준다.
특히, 불안이 커지면서 생기는 새로운 신념 나무에서 들려오는 '나는 부족해(I am not good enough)'를 듣고 있으면 자신감이 떨어져 있는 대부분의 현대인들에게 큰 울림을 준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기본 감정들이 본부로 돌아오게 되고 신념 나무도 새롭게 형성되면서 라일리는 감정에 휘둘리기보다는 감정을 컨트롤하고 이성을 되찾으면서 성장하게 된다. 기본감정이던지 복합감정이든지 라일리에게는 모두 필요한 감정이라는 것을 1편과 더불에 2편에서도 기쁨이에게 알려주고 또한 관객에게도 이야기해 주는 것이다. 이렇게 모두가 받아들이고 나를 비로소 나로 인지하면서 자아를 성장시키는 것이다.
다양한 감정들 사이로 보이는 다양성
특히나 마지막에 불안 폭풍이 칠 때 모든 감정들이 한 군데 모여 포옹을 하는 장면에서 이런 감정들도 받아들이면서 나라는 존재를 그 존재 자체로 귀하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 같은 느낌을 많이 준다. 하지만 이 장면을 조금 확장시켜 보면 조금 다르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등장인물들의 잘 살펴보면 아버지는 버럭(Anger)이가 어머니는 슬픔(Sadness)이 그리고 라일리는 기쁨(Joy)이 대장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결국 각각의 사람들 마다 중요한 대장격의 감정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이런 감정들이 사람을 모두 좌지우지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기분 탓이라는 말이 있듯이 인간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감정이 어쩔 수 없이 가는 것이다. MBTI의 TJ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기계처럼 공감을 하지 못한다고 하지만 그들에게도 마음을 따듯하게 하는, 슬프게 하는, 화나게 하는 감정들은 있다. (내가 INTJ이라 확실하다 ㅋㅋㅋ)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당황이(Embrassment)가, 어떤 사람은 까칠이(Disgust)가 대장인, 그리고 또 어떤 사람은 불안(Anxiety)이 주요 감정이 될 수 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모든 감정이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나의 자아가, 그리고 모든 감정이 중요하다면 타인도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 것이다.
많은 PC 관련 혹은 젠더 이퀄리티로 점철된 영화를 보면 하려는 메시지가 확실하지도, 그리고 영화도 좋은 영화들이 아닌 경우가 많이 있다. 이련 신념은 주류가 아닌 이상 누군가에게 강요하게 된다면 반발을 살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오히려 은연중에 이러한 메시지를 감춰 중요하게끔 만들어 넣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것도 가스라이트라고 할 수 있지만 만일 긍정적인 이론, 혹은 신념이라면 근간에 스며드는 들어 뿌리를 내리게 하는 마치 인셉션(Inception)이 필요한 것이다.
누가 정치적 중립, 그리고 성별의 동등함을 부정하겠는가? 물론 극단적으로 남성이 군림했으니 이제 여성이 군림을 해야 한다는 식의 내용이나 혹은 정치적으로 공산주의, 빨갱이, 민주주의 등의 라벨을 붙여 분류하고 상류, 하류 사회의 극단적 분리로의 차별은 이런 가스라이팅으로도 아니 세뇌를 하지 않는 이상에야 인셉션이 어려울 순 있다. 하지만 모두가 옳다고 가슴 저편에 가지고 있는 신념이라면 이렇게 인사이드 아웃처럼 돌려 말하는 과감함을 그리고 '나'라는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너'도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좋은 영화는 불신과 차별, 비교가 판치는 세상에 아주 필요하다.
제가 보고, 볼만했던 드라마, 영화, 다큐멘터리 등을 포스팅으로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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