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상술 아니요?? 이 쫘식들이 말이야!
커피를 마시면 마실수록, 그리고 여러 가지 커피를 접해볼수록 맛에 대한 취향이란 게 생기게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드는 생각은 커피도 술이나 담배처럼 꽤나 중독성이 강한 기호 식품이라는 것이다. 기호 식품이기 때문에 소위 좋은 커피라고 불리는 스페셜티 등급의 커피를 계속해서 마시다 보면 향미(香味)에 (코에서 느끼는 향기와 입에서 느끼는 맛에) 대하여 좀 더 뚜렷하게 느끼고 싶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몇몇 회사들에서 소위 '향미컵'이란 느낌으로 컵을 제작해서 이런 향미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제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향미라는 것을 조금만 자세히 보면 아쉽게도 인간이 느낄 수 있는 향미는 자신의 경험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서 망고스틴이란 과일을 먹어 보지 못한 사람이 위스키, 커피 등의 향미를 즐기는 식품에서 망고스틴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또 다른 예로 전혀 알지 못하는 음식을 접했을 때 그 비주얼이 어떻냐에 따라서 그 맛을 스스로 결정을 해버리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만약 처음 먹는 음식인데 자신의 경험에서 짜장면과 가장 비슷한 비주얼을 가지고 있다면 그 맛을 짜장면을 예상하며 먹을 것이다. 하지만 완전 다른 음식이라면 실망할 것이고 비슷한 음식이라면 짜장면이라고 치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런 향미의 영향을 주는 것이 자신의 경험에 너무 많이 국한되기 때문에 조향사나 커핑 전문가, 아니면 커핑 대회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향미에 관련해서 훈련을 하는 것이다.
이런 향미 훈련은 사실 일상적으로는 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음식을 다양하게 선입견 없이 먹는 사람이고, 다양한 나라에 방문해서 로컬 음식, 과일, 음료 등을 섭렵한 사람이라면 그래도 어렵지 않게 접근을 할 수 있겠지만 향미 훈련을 하는 키트만 70만 원이 넘는 고가이기 때문에 일반 사람에게는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클래스들이 많이 생기고 몇십만 원을 내더라도 하는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장난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눈을 가리고 콜라, 사이다, 환타 등 여러 가지 음료들을 놓고 친구들과 맞히는 게임 같은 것 말이다. 신기하게도 눈을 가리고 냄새와 맛만을 놓고 평가를 하면 완전하게 정답을 맞히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드물다. 만일 이게 복합적인 향신 음료가 아니라 단일 식재료로 해 보면 훨씬 어려워진다. 무, 당근, 감자, 고구마, 마, 비트 등 단단하고 향이 비교적 적은 음식을 놓고 눈을 가리고 맞추려고 한다면 정답을 맞히는 사람은 콜라, 사이다를 비교하는 것보다 훨씬 적어질 것이다.
이런 식으로 향미를 실제 그 음식이 없는 상태나 완전히 다른 비주얼을 가진 상태에서 찾는 것은 훈련이 된 사람들이 아닌 이상에야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커피의 경우에는 가향 커피가 아닌 이상에야 커피를 내린 후에 향미를 평가하기가 정말 어렵다는 것을 증명해 준다. 많은 로스터리, 카페 등에서 다양한 종류의 커피, 다양한 발효 방법, 그리고 다양한 로스팅 방법을 통해 커피를 내고 있고 자신들이 커핑을 한 바탕으로 향미를 적어주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 향미를 느낄 수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는 게 향미인 것이다.
재미있는 점은 향미 컵들의 광고나 소개하는 영상들을 찾아보면 이런 향미컵을 통해 조금 더 향미를 정확히 다양하게 느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이런 향미는 자신의 경험이 없다면 찾아내기도 힘들고 또한 훈련이 되지 않으면 더 어렵다는 사실이 버젓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커피뿐만 아니다. 이제는 좀 정체기에 다다르고 있지만 위스키 시장을 봐도 그렇다. 개인적으로는 소주와 맥주를 마셔보기도 전에 위스키나 와인 등 조금 더 향미가 있는 술을 마셔본 사람으로서 이야기하지만 위스키의 향을 더 잘 느낄 수 있다는 글랜캐런잔은 일반 사람에게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 물론 술을 취하려고 마시는 사람에게는 더더욱 필요 없다. 하지만 향을 즐기기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마치 글랜캐런잔이 없으면 향미를 잘 느끼지 못하는 사람으로 치부해 버리는 말도 안 되는 행태는 솔직히 웃프다. 아무리 글랜캐런잔이 있더라도 향기를 모아서 코에 들이대면 뭣하겠는가? 내가 경험해 본 향미가 지극히 적다면 그 향을 느끼고도 가장 비슷한 향으로 치부해 버릴 것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커피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향미컵은 딱히 필요가 없다. 향미를 즐기고 싶다면 오히려 여러 가지 식재료와 음식, 그리고 다양한 음료들을 선입견 없이 즐기고 분석을 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그런 선행과정을 거친 후에 정말로 향미를 즐기고 싶다면 구매해도 전혀 늦지도 않고 더 즐거울 것이다.
일반 컵 Vs 모아진 컵 Vs 향미컵
물론 그렇다고 해서 컵이 전혀 향미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향미를 잘 느낄 수 있기 위해서는 도구의 도움보다는 개인적인 향미에 대한 훈련이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당연히 플라스틱 컵이나 혹은 종이컵에 커피를 마신다면 제대로 된 향미를 즐기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그런 컵을 사용해도 느낄 수 있는 향미는 존재한다. 하지만 이전에도 이야기했듯이 향미라는 것이 정말 미묘하기 때문에 종이컵이나 혹은 플라스틱 컵에서 나오는 향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다른 향미를 누를 가능성이 크다.
이는 아이스커피도 마찬가지이다. 향미 중 향기, 아로마는 휘발성으로 뜨거울 때 확산되고 그 휘발되는 향을 사람이 코로 들이켜 향기를 느끼는 것인데 아이스에서는 일단 온도가 낮기 때문에 아로마의 확산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스는 향보다는 맛으로 즐겨야 하는 경우가 큰 것이다. 커피 중에는 아로마가 때문에 코에서 느껴지는 아로마와 입에서 느껴지는 맛이 다른 경우가 있는 것이기도 하다.
사실 이런 컵에 대한 연구는 위스키, 와인이 더 먼저 시작했고 훨씬 제품들이 다양하다. 아로마와 맛을 즐기는 것은 커피, 와인, 위스키가 모두 같기 때문이다. 공통점은 아로마를 잘 모아줘서 집중시키느냐 혹은 확산을 시키느냐에 따라 종류가 다르다. 대표적인 컵으로는 글랜캐런잔과 튤립잔이 있다.
글랜캐런잔의 경우에는 아로마를 잔의 아래 부분의 둥그런 부분에서 확산시켜 잔의 좁은 입구를 통해 집중을 시켜주는 형식의 잔이고 튤립잔의 경우에는 반대로 잔의 넓은 입구를 통해 조금 더 확산을 시켜준다. 커피 향미컵도 대부분 둘의 메커니즘을 똑같이 따라간다.
그렇다면 향미에서 어떤 극단적인 차이가 있는가? 같은 커피를 잔을 다르게 해서 마셔본 결과 입구가 모아진 잔의 경우에는 향과 맛에서 신맛이 도드라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아마도 휘발되는 가장 도드라지는 아로마가 가벼운 과일과 비슷한 향이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산미가 도드라지는 커피의 경우에는 더욱 강한 산미를 느낄 수 있었고 산미가 적은 커피의 경우에는 산미를 더 느끼게 해 주었기 때문에 확실히 이 잔의 경우에는 아로마에서는 과일의 느낌이, 그리고 맛에서는 산미가 도드라지게 해 주었다.
그리고 입구가 비교적 넓은 잔의 경우에는 향미를 확산시키고 입구에서 가두어주어서 그런지 오히려 산미보다는 밸런스가 잡혀 어느 하나 튀는 향미가 없는 커피가 되었다. 이 잔의 경우에도 산미가 강한 커피, 산미가 적은 커피에서 모두 실험해 보았는데 산미가 강한 커피에서는 산미를 감소시켜서 부드러운 느낌을 많이 주었고 산미가 없는 커피에서는 산미도 약간 올라와 역시 벨런스가 좋은 커피 같은 느낌을 주었다.
이런 향미컵 말고 위스키와 코냑잔에서 모두 실험해 보았는데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몇몇 카페에서 글랜캐런잔이나 위스키, 코냑 잔으로 서브하는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일반 머그들에서는 어떨까 궁금해서 실험을 해보았다. 우선 입구가 약간은 모아져 있는 머그와 아래가 약간은 둥그렇지만 확산이 잘 되지 않는 잔 두 가지로 실험을 하였다.
결과는 역시 비슷했다. 다만 정도의 차이가 있었는데 머그의 두께가 다른 잔들에 비해서 조금 두꺼웠기 때문에 다소 도드라지는 느낌이 덜했다. 하지만 이런 정도의 차이 말고는 거의 비슷했는데 한 가지 더 좋았던 점은 온도가 다른 유리잔에 비해 늦게 떨어졌기 때문에 한잔을 마실 때까지 따듯한 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
정리를 해보면...
아로마 (산미 강조)
입구가 좁은 향미컵 ≥ 글랜캐런 > 입구가 모아진 머그 컵
맛 (벨런스 강조)
입구가 넓은 향미컵 ≥ 주먹잔(튤립잔) > 일반 머그
온도(보온 효과 클수록 보온이 더 잘됨)
글랜케런 < 향미컵(2종) ≤ 주먹잔 < 일반 머그
당신은 누구십니까? Who Are You?
커피 향미컵이 필요한가 필요하지 않은가에 대하여 답을 하기 위해서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먼저 알아보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1) 얼마나 향미에 민감한가?, 2) 어떤 종류의 커피를 선호하느냐? 이 두 가지 질문을 먼저 던져보고 향미컵에 대하여 구매를 결정하기 바란다.
만일 내가 향미에 대하여 민감해서 한 커피에서 3~4가지 향을 느낄 수 있다면 향미컵을 구매해 보는 게 좋을 수도 있다. 만일 일반 컵에서 3~4가지의 향의 프로파일을 뽑아낼 수 있다면 향미컵을 이용하면 조금 더 많은 향을 골라내거나 혹은 조금 더 집중된 향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원하는 대로 향을 골라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좋다.
커피에 따라서 산미를 조금은 죽이고 싶은 커피가 있고 오히려 어떤 컵은 산미를 더 늘리고 싶은 커피가 있는데 이럴 때에는 컵을 다르게 해서 마시면 딱 원하는 맛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만일 향을 조금은 더 즐기면서 온도를 유지하고 싶다면 입구가 좁은 머그를 구매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여기에서 어떤 종류의 커피를 선호하느냐의 질문해야 한다. 만일 카페인을 보충하기 위해서 커피를 마신다면 향미컵은 전혀 필요 없다. 하지만 커피의 향을 즐기고 싶고 산미를 즐긴다면 향미컵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향미를 즐기긴 하나 산미가 덜한 커피를 선호한다면 오히려 향미컵보다는 머그로 즐기는 것이 좋을 것이다.
뭐... 향미컵이 그렇게 비싸지 않다면 이런 고려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그냥 구매를 하겠지만 2잔, 3잔에 7~9만 원을 넘는 가격대이기 때문에 약간은 구매가 망설여지는 것은 사실이다. 만일 조금이라도 이런 느낌을 얻고 싶다면 차라리 다이소에서 위스키나 와인잔을 사서 비교를 해보고 구매하는 것도 방법이다.
소비자가 할 수 있는
최소의 커피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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