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해 본 적이 있는가?

이 영화의 제목인 헤러틱(Heretic)을 보자마자 이 영화에 흥미가 생겼었는데 그 이유는 헤러틱이라는 단어가 이교도라는 강렬한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제작사가 이런 인디영화에서는 유명한 A24라는 것을 보고 극장에 나오면 봐야겠다고 생각했고, 휴 그랜트(Hugh Grant)가 정말 매력적으로 등장하는 예고편을 본 순간 이 영화는 무조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작년에 미국에서 개봉을 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개봉할 기미도 보이지 않았는데 이번에 홍콩을 가는 비행기에서 운이 좋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한국에 돌아오니... 4월에 개봉을 한다네... ㅋㅋㅋ.
여하튼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기독교가정에서 자라 기독교에 깊숙이 관여했던 사람으로서 항상 가지고 있던 의문과 동일한 의문을 던지고 있어서 여운이 참 강하게 남았다. 대부분의 종교에서는 설교, 강연, 법회 등을 통해 '믿음'에 대하여 강조한다. 이 믿음은 오로지 신과 나에 대한 관계이며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리고 만일 신의 존재가 혹은 그 종교에서 믿는 신을 믿지 못하겠다고 이야기하면 많은 종교 지도자들은 '믿다 보면 믿어진다'라는 다소 황당한 답을 준다. 하지만 이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말이 얼마나 모순이 되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상자 안에 고양이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그 고양이가 있다고 믿으면 고양이가 있게 된다는 논리와 같은 것 아니겠는가?
이 영화는 이런 종교에서 강조하는 '믿음'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캐릭터들의 믿음에 대하여 되묻고 있으며 '의심'을 깊숙이 심어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거기에 한술 더 얹어서 캐릭터들의 관계뿐만 아니라 관객들의 믿음을 흔들어 버리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리고 잘 생각해 보면 이 영화는 비단 종교적인 이야기라고만 국한할 수도 없을 것 같다. 요즘 현대 사회에 팽배한 신뢰와 불신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가짜 뉴스를 진실이라고 생각해서 믿는 극우 세력이나, 종교라고 우기며 정치색을 설파하는 광화문의 광신도들, 그리고 마치 이 모든 것을 누군가는 끝낼 거라고 믿는 진보세력도 결국에는 신뢰가 깨셔 서로를 불신하게 만드는 그런 속이고 속이는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던지는 믿음과 의심 그리고 불신에 대한 질문이다. 이 영화의 빌런인 미스터 리드(Mr.Reed)가 이야기한 것처럼 이 모든 것은 단 하나 통제(Control)를 위한 것이 아닐까 싶다.
첫판부터 장난질이냐? 속고 속이는 세상

영화는 두 명의 몰몬 여 자매들로부터 시작한다. 시스터 반즈 (Sister Barnes), 시스터 팩스턴(Sister Paxton)은 몰몬의 가르침을 전파하는 임무를 가지고 마을을 돌아다니고 있다. 금욕주의를 전면에 내걸고 있는 몰몬임에도 둘의 첫 대화는 콘돔과 야동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을 한다. 이 대화를 통해 팩스턴은 반즈에 비해 몰몬이즘에 더 들어가 있는 순수한 모습을 보여주고 반즈는 어딘가 모를 까칠함을 가진 체 종교에 대하여 이야기하지만 이성적인 느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둘은 한 외딴곳에 있는 집을 찾아가게 되는데 그 집이 미스터 리드(Mr. Reed)가 사는 집이다. 이 리드라는 인물은 꽤나 다양한 종교에 관심이 있는 것 같으며 몰몬의 교구에도 자신이 몰몬에 관심이 있다며 이야기를 전달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반즈와 팩스턴은 이곳을 방문하였고 집으로 들어오라는 리드의 말에 둘은 집에 여자가 있어야 들어갈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한다.
여기서부터 영화가 본격적으로 시작이 되며 관객을 속이기 시작한다. 물론... 게임은 이미 시작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처음에 봤던 팩스턴과 반즈의 대화에서부터 이미 영화는 관객을 속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하튼 리드는 자신의 아내가 블루베리 파이를 주방에서 굽고 있다고 하면서 둘을 집안으로 들인다. 응접실에 모여 앉아서 리드는 팩스턴과 반즈에게 종교에 대한 질문들을 하면서 자신은 'One true religion(단 하나의 진짜 종교)'를 찾고 있다고 둘에게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갑자기 리드는 둘에게 불편한 질문을 하겠다고 이야기하며 몰몬이 초창기에 주창했던 일부다처제에 대하여 물어본다.

이런 불편한 질문에 팩스턴은 잘 모르겠다고 이야기하면서 불편한 질문을 피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반즈는 정면으로 리드의 말을 부정하면서 어쩌면 화를 내는 것 같은 느낌을 보여준다. 이런 일련의 대화가 지나가고 리드에게 둘은 부인이 없으면 우리가 같이 있을 수 없다고 이야기하며 자리를 파하려는 시도를 한다. 이 장면을 통해 리드는 어떤 여자가 훨씬 다루기 쉬운지 둘을 시험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고 나서 리드는 주방에서 아내에게 물어보겠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집 안으로 들어오라고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이미 팩스턴과 반즈는 이상함을 느끼고 들어온 현관문을 확인하지만 잠겨있는 것을 보고 결국 집 안으로 들어간다.
이 영화의 앞부분에서도 계속해서 리드는 확실하지 않지만 반즈와 팩스턴을 속이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그리고 그 둘도 꺼림칙함을 느끼지만 어쩔 수 없이 계속해서 둘은 속을 수밖에 없고 리드에게 통제를 받는 상황이 된다. 그리고 영화는 빠르게 전개가 되면서 리드가 둘에게 진짜 종교가 무엇인지 설파를 한다. 여기서 리드는 결국 종교라고 하는 것이 원본이 있고 계속해서 카피를 통해 반복(Iteration)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여러 종교에서 나온 예수에 대한 공통점 그리고 음악과 보드게임의 이야기를 빗대어 설명을 한다.
그리고는 둘에게 집을 떠나기 위해서는 두 개의 문중 하나로 나가면 된다고 이야기하며 각각의 문에 믿음(Belief)과 불신(Disbelief)을 적어 고르라고 한다. 하지만 모두 알겠지만 이 두 문은 같은 곳으로 향하는 곳이고 둘은 지하실로 향하게 된다. 이 영화에서 이 앞부분은 계속해서 둘에게 선택을 강조하고 있고 그 선택이 틀렸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한 믿음 어떻게 보면 조금은 뒤틀린 믿음을 즉,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믿어 문제가 생긴다고 할 수 있다.
처음 만남에서 여자가 없으면 집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을 리드가 주방에 부인이 블루베리 파이를 굽는다는 말을 믿었지만 실제로 증거가 없었다. 그리고 블루베리 파이가 있다는 것을 냄새를 통해 알았지만 알고 보니 블루베리 파이 냄새가 나는 향초였고, 집을 문을 통해 나갈 수 있다는 것도 리드가 말한 것을 그대로 믿었다고 할 수 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이런 믿음을 특히 실체가 파악되지 않는 믿음을 계속 가져간다는 것이 조금은 답답하고 어쩌면 멍청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자 종교적으로 신에 대한 어떤 한 증거도 나오지 않았지만 수백만, 수천만 사람들이 신을 믿는다. 아니 종교적이 아니라 요즘 잇가 되고 있는 극우, 극좌의 세력들이 주장하고 믿는 것을 잘 살펴보면 결국 실체가 없는 소문, 증거가 조작된 자료, 짜깁기된 사실들 가짜가 많지만 믿는다.
이것은 자신이 믿고 싶어 하는 것만 믿는 행위로 '의심'이라는 행위가 전혀 없다. 얼마 전 개봉한 콘클라베(Conclave, 2024)에서도 보면 주인공 로렌스 추기경은 '확신 (Certainty)'를 경계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결국 우리가 확실하다고 믿는 것도,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는 것 들고 결국 거짓일 수 있고 문제가 있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믿음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 정말 통제일까?

영화는 갑자기 리드가 두 몰몬 여자에게 기적을 보여주겠다고 이야기하면서 한 여자가 독이든 블루베리파이를 먹고 살아나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둘에게 살아난 여자는 이상한 조정자(Conductor)가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진짜가 아니라고 이야기하면서 리드의 손에 다시 방으로 돌아가게 한다. 그러고 나서는 리드는 계속해서 두 여자에게 선택을 강요하게 되고 결국 반즈는 리드의 손에 죽게 되고 팩스턴의 경우에는 리드의 손에 이끌려 진짜 종교가 무엇인지 이야기를 하게 된다.
이때부터 관객은 갑자기 순진하던 팩스턴이 반즈보다 더 똑똑하고 모든 것을 다 파악하고 있었던 사람처럼 변한다. 사실 이 영화의 반전은 이제부터 시작이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관객에게 팩스턴 보다 반즈가 더 살아남을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지만 오히려 팩스턴이 훨씬 더 반즈보다 더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던 것이었다. 여기서도 관객에게 믿고 싶은 대로 믿는 것에 대한 반전을 안겨준 것이다.
그렇게 리드의 손에 이끌려 간 곳에는 여자들이 추운 방에 우리 안에 들어가 있었고 이전에 리드의 집에 왔었던 각종 종교에 관련된 여자들인 것 같았다. 그러면서 리드는 팩스턴에게 어떤 것이 진짜 종교냐고 물어보자 팩스턴은 '통제(Control)'이라고 이야기한다. 여기서 정말 몸이 떨릴 정도로 전율이 돌았다. 비행기여서 더 그랬을지는 모르겠지만 ㅋㅋ 여하튼 종교라는 것이 나온 계기가 개인적으로는 이 사회에 통제를 위해서 나왔다고 생각했었는데 너무나 그 생각과 일치했다.
아주 예전부터 종교는 결국 사람들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이 되었다. 진짜 신이 있던지 없던지 간에 사람을 통제하는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은 종교이다. '어떤 불합리한 일을 당했다면 신이 너에게 고난을 주는 것이고 고난을 이겨내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다.', '계속해서 시도를 했는데 안된다면 신이 너에게 허락하지 않은 길이다.', '욕심을 버려놓고 내려놓고 착하게 살아야 한다.' 거의 대부분의 종교에서 이야기하는 것이고 어떤 복을 바란다면 '기복신앙'이라고 이야기하며 부정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결국 이 믿음을 강요하는 것이 사람들을 사회의 구성원으로 만들기 위한 혹은 조종하기 쉬운 상태로 만드는 '통제'를 위한 것이라고 하는 것이다. 정말 우리는 더 이상 무언가를 믿을 수 없는 것일까? 어떤 것을 믿으면 누군가의 통제하에 놓이게 되는 것일까? 영화는 이런 질문들을 계속해서 던져준다. 그리고 마지막 엔딩에서도 영화는 우리가 믿고 싶은 것과 진짜를 혼동하게 만들어 놓고 답을 관객에게 전가하고 있다. 과연 나비는 진짜일까 가짜일까?
이 영화는 2025년 봤던 호러 영화 중 아직까지는 최고였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점프 스퀘어가 나오고 괴물이 나오는 종류의 공포가 아니라 영화가 선사하는 경종과 이야기가 그 자체만으로 공포를 자아낸다. 종교에 심취해 있는 사람에게는 독이든 성배 같은 영화가 될 해러틱 정말 이단스럽다.

제가 보고, 볼만했던 드라마, 영화, 다큐멘터리 등을 포스팅으로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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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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