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버스를 100% 활용하면 이렇게 될까?
마블, DC 팬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다른 작품들의 캐릭터들이 여럿 나오는 영화나 작품을 보기 원한다. 하지만 영화를 만들기에는 각각의 저작권 문제도 있고 또한 각각의 캐릭터들을 맡고 있는 배우들의 출연료들이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마블은 이런 작업을 어벤저스라는 영화 그리고 MCU라는 대형 프로젝트로 꾸준히 제작하고 있다. 문제는 멀티버스라는 개념을 가지고 들어오면서 크로스 오버가 되는 비중이 늘었는데... 이게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작품의 수는 늘고 있지만 엄청나게 질이 낮아지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이렇게 크로스 오버가 되는 작품들이 늘어날수록 한 작품을 보기 위해서 그전에 나왔던 모든 작품을 봐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기게 된다. 이걸 우리는 진입 장벽이라 부른다. 사실 이스터 에그는 아는 사람만 보이는 제작자가 남겨둔 숨은 재미이지만 점점 이런 것들을 대놓고 사용하다 보니 이제는 전 작품들을 보지 않으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많아졌다.
마블이 벌써 이런 MCU 세계관의 영화를 만든 지 20여 년이 지났고 이제 20살이 되는 관객에게 20여 년 전 나왔던 영화를 봐야 영화를 볼 수 있다고 한다면 아마 이 영화를 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서 많은 영화들이 노력을 하지만 쉽지만은 않은 듯하다. 그런데 이런 진입장벽을 낮추는 영화들과 정반대로 이번 [데드풀과 울버린]은 마블팬이고 지금까지 나온 대부분의 작품들을 꾸준히 봐왔던 사람을 관객으로 가정하고 만든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단편적인 예로 이 영화를 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영화가 필요하다. 정말 간단히 나열해 보면, 우선 엑스맨 시리즈로 2,000년에 나왔던 엑스맨 1부터 2편, 3편, 거기에 리부트 한 엑스맨 시리즈 3편, 거기에 울버린 단독 영화였던 울버린의 탄생과 로건을 봐야 한다. 거기에 더해서 사이드로 웨슬리스나입스의 블레이드 1,2,3편, 벤에플릭의 데어데블, 제니퍼 가너의 일렉트라를 봐야 한다. 그리고 마블 시대로 들어와서는 당연히 모든 어벤저스 시리즈를 다 봐야 하고 거기에 디즈니 플러스에서 스트리밍 하는 로키 시즌 1,2를 모두 보고 데드풀 1,2를 봤다면 이제 영화를 100% 이해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아직 가능성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이에 더해 아직 영화화되지 않은 캐릭터가 이번 영화의 메인 빌런이기 때문에 엑스맨 코믹스에 대한 내용도 일부 필요하다. 또한 멀티버스이기 때문에 등장하는 다양한 데드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데드풀의 코믹스도 섭렵하고 있는 것이 좋다. 더 심한 건... 데드풀이 제4의 벽을 깨는 특이한 캐릭터이기 때문에 각각의 캐릭터를 맡은 배우들의 사생활에 대한 드립도 이해하고 있는 것이 이 영화를 100% 즐길 수 있는 준비가 된다. (데어데블의 벤에플랙과 일렉트라의 제니퍼 가너가 결혼했던 것, 울버린의 휴 잭맨이 최근 이혼한 이야기, 데드풀의 라이언 레이놀즈와 감독인 숀 레비 감독이 캐나다 사람이라는 점 등)
과연 이 영화들과 만화들 또한 할리우드의 루머와 제작사들의 관계를 모두 이해하면서 영화를 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참 궁금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가 마블팬들에게 받치는 헌정사 같은 취급을 받고 있는 중이다. 결국 팬이 아니라면 이해할 수도 이해하고 싶지도 않을뿐더러 이걸 모두 볼 자신과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만일 마블의 팬이라면 이 영화는 좋아할 요소들이 차고 넘친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이야기 한 모든 요소들이 짧게나마라도 나오고 또한 각각이 짧게 캐릭터가 소비가 되긴 하지만 그래도 꽤나 시간들을 잘 할애해서 매력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캐릭터 소비야 멀티버스의 세계관으로 들어오면서 그 속도가 가속이 되었기 때문에 그나마 한 영화에서 이렇게 많은 카메오와 조연들이 나오지만 캐릭터들을 잘 설명하고 사용한다면 그래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다음은 데드풀과 울버린에 나오는 카메오 캐릭터들을 정리해 보았다.
스포일러이기 때문에 접은 글로 정리하니 원하면 더 보기를 눌러보시길.
데드풀과 울버린에 나오는 카메오 캐릭터
1. 판타스틱 4 휴먼 토치/조니 스톰 - 크리스 에반스 (실제로 판타스틱 4의 1,2편에 휴먼토치역할을 함)
2. 아이언맨 시리즈 해피 호건 - 존 파브로 (데어데블과 아이언맨에서 나온다.)
3. 다른 세계의 울버린 - 헨리 카빌 (슈퍼맨으로 유명한 헨리 카빌이 울버린 루머가 있었는데 여기서 공개)
4. 헐크 - 거의 실루엣만 나오는 CG
5. 엑스맨 세이버투스 - 타일러 메인 (엑스맨 1에서 세이버투스를 연기함)
6. 엑스맨 파이로 - 애런 스탠퍼드 (엑스맨 2에서 파이로를 연기함)
7. 엑스맨 갬빗 - 채닝 테이텀 (20세기 폭스사가 채닝 테이텀으로 갬빗 영화를 기획했으나 디즈니가 인수하면서 영화 무산)
8. 엑스맨 X-23 - 다프네 킨 (로건에서 X-23를 연기함)
9. 엑스맨 토드(브라더후드) - 레이 박 (엑스맨에서 토드를 연기함 (스타워즈의 다스몰로도 유명)
10. 엑스맨 아자젤, 저거넛, 사일로크, 레이디 데스스트로크 - 배우가 누군지 모름
11. 데어데블/일렉트라 - 제니퍼 가너 (데어데블과 일렉트라 영화에서 일렉트라를 연기함)
12. 블레이드 - 웨슬리 스나입스 (블레이드 1,2,3에서 블레이드를 연기함 - 전설)
13. TVA B-15 - 운미 모사쿠 (로키 시즌 1,2에서 B-15을 연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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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풀로의 카메오
나이스풀 - 라이언 레이놀즈 본인 (스스로함)
레이디 데드풀 - 블레이크 라이블리 (라이언 레이놀즈 아내)
카우보이 데드풀 - 매튜 매커너히 (목소리만)
각각의 재료는 참 맛이 있는데... 만들고 보니 맛없는 잡탕밥?
정말 각각의 요소들은 팬이든 팬이 아니든 그 존재를 아는 사람에게는 너무 매력적인 것은 틀림없다. 문제는 이 엄청난 군단을 끌고 나가야 하는 만큼 스토리 자체가 모든 것을 아우를 만큼 탄탄해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번 [데드풀과 울버린]의 경우에는 스토리가 그렇게 굳건하지 않고 각각의 캐릭터를 부각하긴 하지만 서사가 뛰어나지 않다. 그나마 울버린이 지금까지의 엑스맨, 마블 영화와 역사에서 얼마나 중요한 인물인지 볼 수 있는 서사가 있었으나 그마저도 데드풀의 알아들을 수도 없는 이상한 농담으로 상쇄시켜 버리는 느낌이다.
거기에 주인공이라고 하는 데드풀의 서사는 어떠한가? 데드풀하면 '미친놈'이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안티히어로가 아니었는가? 그런데 갑자기 메인 시간선인 지구-616의 어벤저스에 지원을 했다가 떨어져 중고차 판매원으로 6년을 살았다고? 데드풀이? 이건 말이 안 된다. 마치 디즈니 속 인물들이 자신의 현실을 생각하지 못하고 더 나은 이상향을 항상 동경하고 소위 떠돌아다니는 것을 풍자라도 하는 것인가? 정말 데드풀 답지 않는 결정과 스토리 라인에 영화를 보는 내내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거기에 친구들이 중요하다는 데드풀의 말은... 더욱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물론 1,2편을 거치며 사람들의 중요함을 데드풀이 느낄 순 있었으나 데드풀의 미친 성향을 보았을 때는 그냥 다른 세계선으로 가서 더 좋은 친구를 만들을 결정했을 것 같은데 자기희생을 하고 마치 히어로가 되는 듯한 이야기는... 영화가 마무리되어서도 무언가 상반되는 느낌이었다. 그나마 데드풀이 중요한 인물이 되고 싶다는 설정 "Matter" 정도만 이번 데드풀의 서사에 이해가 가는 부분이긴 했다.
물론 숀 레비(Shawn Levy) 감독의 특성상 이런 스토리가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 같은데... 스토리가 엉망이다 보니 그냥 각종 캐릭터들을 가지고 와서 조각 모음을 해 놓은 것 같은 느낌의 영화였다. 거기에 데드풀의 시도 때도 없는 농담과 외설은 재미는 있으나 근본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데드풀 자체로는 잘 표현한 듯 보이나 서사에 맞지 않는 행동들로 인해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부분이 너무 많았다.
원래 조각 모음을 해도... 여러 재료를 넣은 잡탕밥을 만들어도 재미있고 맛있게 새로운 일품요리로 거듭나게 하면 그것도 그것만의 맛이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렇게 되려다가도 갑자기 힘이 빠져버리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그나마 카산드라 노바라는 매력적인 빌런이 있어서 참 흥미진진했는데 사실 배우 자체의 매력이 커서 좋아 보였지 서사 자체가 복잡하지도, 영화의 필요하지도 않은 부분이 있었다.
이런 문제는 데드풀 군단이 나오는 곳에서 가장 극심화 되는데 이제 대부분의 소재가 떨어졌는지 혹은 영화의 후반부에 힘이 떨어졌는지 모르겠으나 매력적인 데드풀 군단의 특징을 전혀 살리지 못한 채 그냥 소비되는 모습을 보였다. 중간에 데드풀이 디즈니의 마블을 까면서 이제 멀티버스는 그만하라고, 계속 망하지 않냐고 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 영화도 그 모습을 어느 정도 답습하고 있는 걸 보여준다.
영화 후반에 나이스풀, 헤드풀, 레이디 데드풀, 도그풀, 키드풀, 베이비풀, 골든 에이지 데드풀, 데드풀 키드, 렉섬풀, 로닌풀 등 정말 여러 데드풀의 군단의 구성원들이 짧게 스치듯 나온다. 그리고 그 후 데드풀과 울버린이 데드풀 군단과 대치하며 전투를 하는데 이 장면을 원테이크와 횡적 무브로 찍어냈다. 다만... 너무 많은 CG의 사용이 조금은 어색하면서 맛이 없고, 특징도 없이 쓰러지는 조연들 같이 데드풀이 너무 어이없을 정도로 정리가 되어서 다소 맥이 빠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마지막에 피터풀의 느낌은 잘 살렸다 ㅋㅋ)
이런 장면이 영화를 정말 잘 전개를 하다가 이렇게 맥 빠지게 되면 아쉬운 부분으로 치부가 되는데... 이건 영화를 정신없이 끌고 오는데, 마치 스토리가 캐릭터들을 이끄는 것이 아닌 캐릭터들에 치여 스토리가 중구난방으로 튀다가 마지막에 맥이 빠지게 되니 좋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마블 지저스는... 아닌 것 같다
사실... 이게 쉬운 작업은 아니라는 것은 나도 인정하고 이해한다. 이렇게 많은 영화/코믹스/캐릭터들을 하나의 영화에 집어넣으면서 정신없는 가운데 중심 체계가 있게 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관록이 있는 숀 레비 감독과 라이언 레이놀즈, 그리고 휴 잭맨의 파워가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재미 원툴이라도 챙기는 영화가 나왔다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데드풀이 이야기했던 것처럼 마블 지저스였을까?
아쉽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다. 물론 요즘 나왔던 디즈니/마블 영화들에 비하면 정말 재미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망해가는 마블 세계관을 살릴 만한 스토리적 큰 도약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이미 드라마 로키에서 나왔던 콘셉트인 시간선과 시간선 제거를 차용해 왔을 뿐 스토리자체가 메인 시간선에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는다. 다만 TVA가 드라마 로키 이후에 조금 다른 식으로 운영이 되고 있고 TVA안에서도 세력이 분화되어 있다는 점 하나만 밝혀졌을 뿐이다.
또한 어벤저스만큼, 아니 어찌 보면 어벤저스보다도 많은 캐릭터들이 나오는 이 영화에서 어벤저스만큼의 각 캐릭터의 서사나 촬영이 좋아진 것도 아니다. 어벤저스가 완전히 영화관용의 대형 스크린 영화였다고 한다면 데드풀과 울버린의 경우에는 집에서 혹은 태블릿으로 봐도 되는 정도의 스케일이었다. 사실 이번 영화에서 가장 맘에 들지 않았던 부분은 보이드의 무채색 배경이었는데 로키를 한 번이라도 봤던 사람들은 이해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근래에 나왔던 마블 영화보다는 확실히 재미가 있으나 그뿐이고 구원할 정도의 마블 지저스는 아니었던 것 같다. 뭐 야구에 빗대어 본다면 9회 말 1점 뒤지고 있는 가운데 대타로 나와서 이제 1점 따라가는 솔로홈런 정도를 친 정도랄까? 아직 마블이 예전 어벤저스에 해당하는 서사를 그리고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갈길이 아주 멀고 험하다.
그래도 영화를 재미위주로 보고 지금까지 잘 따라온 마블 팬이라면 꼭 보는 걸 추천한다. 놓치면 너무 아쉬운 영화이기 때문이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마블 팬이 만든 마블 팬을 위한, 마블 팬에 의한 영화이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 데드풀과 울버린이 MCU 세계관에서, 뮤턴트와 엑스포스 등으로 활약을 할 징검다리 같은 영화이다. 이제 앞으로 어떻게 마블이 이 좋은 소스를 사용할지를 우리는 지켜보면 된다.
아 참고로... 이번 쿠키도 데드풀의 그동안의 쿠키와 비슷하게 그저 조크로 점철된 쿠키이기 때문에 시간이 없다면 패스해도 된다.
제가 보고, 볼만했던 드라마, 영화, 다큐멘터리 등을 포스팅으로 남깁니다.
만일 오타나 해석 실수 등을 댓글로 남겨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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