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한 남자가 정신과 의사를 찾았다.
오페라로 원래도 유명하지만 DC의 다크 히어로물에 해당하는 워치맨(Watchmen)의 주인공 중 하나인 로어셰크(Rorschach)의 대사로 팔리아치가 등장한 적이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English Version)
“Heard joke once: Man goes to doctor. Says he's depressed. Says life seems harsh and cruel. Says he feels all alone in a threatening world where what lies ahead is vague and uncertain.
Doctor says, "Treatment is simple. Great clown Pagliacci is in town tonight. Go and see him. That should pick you up."
Man bursts into tears. Says, "But doctor... I am Pagliacci.”
(한글 버전)
"이런 농담을 들었던 적이 있지: 한 남자가 의사를 찾아갔다더군. 그리고는 그는 우울하다더군. 삶이 가혹하고 잔인하게 느껴진다고. 그는 앞날이 막연하고 불확실한 위협적인 세상에서 홀로 있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지.
그러더니 의사가 말하길, "치료는 간단해요. 위대한 광대 팔리아치가 오늘 밤 도시에 왔어요. 그를 보러 가면 기분이 나아질 거예요."
하지만 남자가 눈물을 터뜨리며 말하더군, "하지만, 의사 선생님... 제가 그 팔리아치입니다.'"
이탈리아어로 광대에 해당하는 팔리아치(Pagliacci)는 루제로 레온카발로(Ruggero Leoncavllo)의 짧은 2막짜리 오페라이다. 사실 이 팔리아치를 제외하고 레온카발로의 작품을 말해보라고 하면... 말할 수 없는데 그 이유는... 요즘 말로 원히트 원더에 해당하는 작곡가이기 때문이다. 후에 푸치니의 라보엠과 같은 이름의 라 보엠을 작곡했지만 푸치니의 작곡 이후에 레온카발로의 라 보엠이 밀린 것은 당연하다.
그래도 이 짧은 오페라 팔리아치는 유명한 아리아 [의상을 입어라(Vesti la giubba)]을 포함하고 있고 슬프면서 꽤나 있을 법한 일을 그리고 있는 오페라로 당대에 있었던 베리스모(사실주의)와 연관이 깊은 오페라이다. 물론 푸치니의 토스카가 나의 최애 오페라이지만 이 팔리아치도 그에 못지 않게 좋아하는 오페라 중 하나이다.
짧지만 강렬한 루제로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를 알아보자!
원히트 원더 루제로 레온카발로(Ruggero Leoncavallo)
루제로 레온카발로(Ruggero Leoncavallo, 1857-1919)
1. 생애
루제로 레온카발로(1857-1919)는 이탈리아의 작곡가로, 주로 오페라 작품으로 유명하다. 나폴리에서 태어나 음악을 공부한 후 몇년간 교사 생활을 했지만, 후에 그는 파리와 이탈리아를 오가며 다양한 음악적 경험을 쌓는다. 그의 초기 작품들은 명성을 얻지 못했지만 1892년에 작곡/초연된 "팔리아치(Pagliacci)"는 그의 성공작이자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 그는 베리스모(Verismo, 사실주의) 오페라 운동의 중요한 인물로, 현실적이고 강렬한 드라마를 음악으로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2. 주요 작품
- 팔리아치(Pagliacci, 1892): 레온카발로의 대표작으로, 한 여행 극단의 비극적인 사랑과 배신을 그린 오페라이다.
- 라 보엠(La Bohème, 1897): 푸치니의 동일한 제목의 오페라와 같은 시기에 나왔으나,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다.
- 지아니 스키키(Gianni Schicchi, 1919): 코믹 오페라로, 단막극이며 "트립티코"의 일환으로 작곡되었다.
아쉽게도 팔리아치를 제외한 다른 작품들은 각광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특히 라 보엠의 경우 후대에 나온 푸치니의 라 보엠과 비교가 많이 되어 평가가 엇갈렸다.
3. 팔리아치의 창작과정과 당시의 시대 배경
팔리아치의 창작 과정을 알기 위해선 당시 트렌드이자 운동이었던 베리스모 (Verismo, 사실주의)운동에 대하여 알아야 한다. 이 사실주의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예술적 흐름으로, 사실주의(Realism)와 자연주의(Naturalism)에서 영향을 받아 탄생한 장르이다. 이 운동은 문학, 미술, 음악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 걸쳐 나타났으며, 특히 오페라에서 두드러지게 발전했다.
배경:
- 사실주의와 자연주의의 영향: 19세기 후반 유럽에서 산업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예술가들은 사회적 현실을 보다 직설적이고 진실하게 묘사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사실주의와 자연주의는 이러한 경향을 반영한 문학적 흐름으로, 사회의 어두운 면과 인간의 본능적 감정을 강조했다.
- 사회적 변화: 당시의 사회적 변화와 함께 하층민과 중산층의 삶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는 베리스모 오페라에서도 일상적이고 현실적인 주제와 인물들이 다뤄지는 데 영향을 미쳤다.
주요 특징:
-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주제: 베리스모 오페라는 귀족이나 신화적 인물 대신, 일상 속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주로 하층민이나 중산층의 고난과 비극을 소재로 삼는다.
- 감정의 극적인 묘사/표현: 인간의 원초적 감정과 본능을 극적으로 표현한다. 사랑, 질투, 배신, 복수와 같은 감정이 강렬하게 드러난다.
- 단순한 선율과 강렬한 리듬: 음악적으로도 극적이고 직설적인 표현을 중시하며, 단순하지만 강렬한 선율과 리듬을 사용한다.
대표작품과 특징:
-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피에트로 마스카니의 작품으로, 시골 마을의 사랑과 배신, 복수를 그린 오페라이다. 베리스모 오페라의 출발점으로 여겨진다.
- "팔리아치": 루제로 레온카발로의 작품으로, 여행 극단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극 중 극의 형식을 사용하여 현실과 극이 교차하는 구조를 가진다.
- "안드레아 셰니에": 움베르토 조르다노의 작품으로, 프랑스 혁명을 배경으로 한 사랑과 비극을 다룬다.
팔리아치의 창작과정:
레온카발로는 실제로 자신의 어린 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팔리아치"를 작곡했다. 그의 아버지가 판사였고, 실제로 벌어진 살인 사건에서 영감을 받았다. 19세기 말 이탈리아는 베리스모 운동이 한창이었으며, 이는 오페라가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주제를 다루게 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팔리아치"는 이러한 베리스모 오페라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았다.
4. 팔리아치의 초연과 평가
"팔리아치"는 1892년 5월 21일 밀라노의 테아트로 달 베르메(Teatro Dal Verme)에서 초연되었다. 초연은 대성공이었고, 이 오페라는 즉각적으로 세계 여러 도시에서 공연되며 인기를 얻었다. 비평가들은 작품의 강렬한 드라마와 혁신적인 음악적 표현에 찬사를 보냈다.
작품의 개요 및 줄거리
1. 주요 인물들
- 카니오(Canio) 테너:
- 역할: 극단의 주연 배우이자 남편으로, 아내의 배신에 고통받는다.
- 네다(Nedda) 소프라노:
- 역할: 카니오의 아내이자 극단의 주연 여배우로, 실비오와 사랑에 빠진다.
- 토니오(Tonio) 바리톤:
- 역할: 극단의 어릿광대이자 카니오의 친구로, 네다를 짝사랑한다.
- 베페(Beppe) 테너:
- 역할: 극단의 젊은 배우.
- 실비오(Silvio) 바리톤:
- 역할: 네다의 연인.
2. 막 당 줄거리와 아리아
프롤로그
- 장면 1: 톤니오가 극장의 막을 열며 관객들에게 극 중 극의 현실을 소개한다.
- 주요 아리아: "Si può? Si può?"
제1막
- 장면1: 소개와 경고
- 이탈리아 남부의 작은 마을에서 한 무리의 여행 극단이 도착한다. 극단의 리더인 카니오는 마을 사람들에게 저녁 공연에 대해 알ㄹ린다. 카니오는 그의 아내 네다와 극단의 배우들, 톤니오와 베페와 함께 있다. 극단의 도착을 축하하기 위해 술집에서 축하 행사가 열린다. 카니오는 그의 아내에게 충성스러움을 요구하며, 그녀가 그를 배신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경고한다.
- 장면 2: 사랑과 전쟁
- 네다는 술집에서 나와 그녀의 애인 실비오와 만난다. 두 사람은 서로의 사랑을 맹세하며, 네다는 카니오를 떠나 실비오와 함께 도망치기로 계획한다. 그러나 톤니오가 이들의 대화를 엿듣고, 카니오에게 이를 고자질한다. 화가 난 카니오는 네다와 실비오를 쫓아가지만, 실비오는 도망친다. 카니오는 네다에게 그 애인이 누구인지 말하라고 강요하지만, 네다는 이를 거부한다.
- 주요 아리아:
- 의상을 입어라 "Vesti la giubba": 카니오가 네다의 배신을 알게 된 후, 슬픔과 분노를 억누르며 공연을 준비한다.
제2막
- 장면1: 공연의 시작
- 저녁 공연이 시작된다. 극 중 극의 형태로, 카니오와 네다는 극단의 공연을 무대에 올린다. 이 연극은 네다의 배역 콜롬비나가 그녀의 남편 파냐초를 속이고 그녀의 애인 아를레키노와 도망치려는 내용이다. 이 극의 내용은 실제 상황과 유사하게 전개된다.
- 장면 2: 공연과 살인
- 카니오가 파냐초의 역할을 맡아, 극 중에서 네다의 애인을 추궁하는 장면이 펼쳐진다. 카니오는 극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극 중에서 진심으로 네다를 추궁하며 분노를 폭발시킨다. 카니오는 네다를 칼로 찔러 죽이고, 실비오가 무대에 뛰어들지만 그 역시 카니오에게 살해 당한다. 카니오는 실비오를 찌르면서 '연극은 이제 끝났다"라고 외친다. (토니오가 하는 경우도있고 카니오가 하는 경우도 있다.
- 주요 아리아:
- 나는 더 이상 팔리아치가 아니다 "No, Pagliaccio non son!": 카니오가 자신의 고통을 드러내며, 진정한 감정을 억누르려는 노력.
이탈리아 광대판 사랑의 전쟁이라 할 수 있는 이 팔리아치는 결국 불륜에 대한 내용이고 카니오가 자신의 아내와 불륜남을 죽이며 비극으로 끝이난다. 아내의 불륜 사실을 알지만 슬픔을 주체하지 못하지만 광대로서 슬픔과 분노를 억누르며 의상을 입고 광대의 메이컵을 하는 그 모습은 조커의 모습과 닮아있어 조커가 나왔을 당시 이 팔리아치가 많이 회자 되었다.
주요 아리아 및 성악가
- 의상을 입어라 "Vesti la giubba": 카니오가 네다의 배신을 알게 된 후, 슬픔과 분노를 억누르며 공연을 준비한다. 엔리코 카루소, 프랑코 코렐리,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부른 걸로 유명하다. 명실상부 팔리아치하면 떠오르는 노래. 특히 중간에 슬프지만 크게 웃는 부분이 엄청나다.
- (가사를 보려면 아래 더 보기를 클릭해 주세요)
-
더보기
Recitar! Mentre preso dal delirio,
연기할 시간이야! 내가 광기에 취하는 시간 동안에,
non so più quel che dico, e quel che faccio!
나는 모르지 내가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하게될지!Eppur è d'uopo, sforzati!
그러나 힘을 내야 할 시간이야!Bah! Sei tu forse un uom?
하! 너가 인간인가?Tu se' Pagliaccio!
너는 광대일 뿐!Vesti la giubba e la faccia infarina.
의상을 입어라 그리고 얼굴에 칠을하라.La gente paga, e rider vuole qua.
사람들은 지불을 했어, 그리고 웃기위해 이곳에 왔지.E se Arlecchin t'invola Colombina,
광대가 작은 비둘기를 숨긴다면,ridi, Pagliaccio, e ognun applaudirà!
웃어라, 광대여, 그러면 관객들은 박수를 보낼거야Tramuta in lazzi lo spasmo ed il pianto
고통과 슬픔을 농담으로 바꾸어라;in una smorfia il singhiozzo e 'l dolor,
고통과 흐느낌을 얼굴울 찌푸리는 것으로 바꾸어라...Ah! Ridi, Pagliaccio, sul tuo amore infranto!
아! 웃어라, 광대여, 너의 깨어진 사랑 위에서!Ridi del duol, che t'avvelena il cor!
웃어라, 독으로 가득한 것같은 마음의 고통 속에서라도!
팔리아치의 비극... 하지만 웃어라!
광대로써 웃어야 하지만 자신의 개인사는 너무도 불행한 카니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던가? 글 초반에 나왔던 것 처럼 슬픈 광대는 자신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참 많은 질문과 삶의 무게를 느낄 수 있는 오페라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정령이니 고대의 왕국이니, 하는 오페라 보다는 이런 오페라가 아마도 더 잘 와닿을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강렬하고 극적으로 슬픈 광대 팔리아치 한번 기회가 된다면 보시길!
한번쯤 알아두면 좋을 내용을 포스팅으로 남깁니다.
만일 오타나 해석 실수 등을 댓글로 남겨주세요.
감사합니다
'음악 > 오페라 소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번 쯤 알아두면 좋을] 오페라 카르멘 (Carmen) (0) | 2024.08.08 |
---|---|
[한번쯤 알아두면 좋을]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La traviata) (2) | 2024.07.29 |
[한번쯤 알아두면 좋을] 오페라 투란도트 (Turandot) (3) | 2024.07.13 |
[한번쯤 알아두면 좋을] 오페라 라크메 (Lakmé) (1) | 2024.07.06 |
[한번쯤 알아두면 좋을] 오페라 진주조개잡이 (Les Pêcheurs de perles) (0) | 2024.06.2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