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산지에서 산지 커피만 팔 수 있을까?
카페 호핑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는 그 가게의 시그니처 음료와 커피를 보기 위함일 수 있으나 나는 그 가게가 추구하는 커피에 대한 생각을 탐방하기 위해서 카페 호핑을 한다. 그렇기에 여행지에서 카페를 찾을 때 로스팅을 직접 하는지, 그리고 필터 커피가 있는지, 커피 이외의 사이드 메뉴가 있는지를 살펴본다.
이번 태국 여행을 가기 위해 온라인상으로 여러 카페를 탐방하던 중 조금은 독특한 커피 체인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태국에는 크게 3가지 정도의 자국 커피 브랜드가 그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Coffee Academics, Pacamara Coffee Roasters, 그리고 지금 소개할 Roots라는 브랜드이다.
그중 Roots는 가장 독특해서 기대를 했던 카페였다. 그 이유는 이 브랜드는 태국 커피만 팔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카페에서는 블렌드나, 싱글 오리진, 그리고 스페셜티까지 취급을 한다고 했을 때 한 나라의 커피만 고집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다양한 맛을 추구하고 싶어서일 수도 있겠지만 단가가 맞지 않는 이유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페가 위치해 있는 곳이 커피 산지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결국 내수용 커피가 존재하기 때문에 작은 농장들과 계약을 맺어 단독으로 팔 수 있다면 단가를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3개의 신상(?) 혹은 신진 세력의 태국 국내 카페 체인에서 유일하게 태국커피만을 팔면서 그 세를 불리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흠... 역시 프로세스 빨인가?
예전이야 커피의 산지와 종류에 따라서 유니크한 맛이 보장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게이샤는 재스민 향이 나고, 에티오피아의 커피는 꽃향이 많이 난다던지, 브라질 커피는 고소하다던지 등 고정관념처럼 프로파일화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프로세싱이 다양해지면서 커피의 산지나 종류가 영향을 주긴 하지만 프로세스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 Roots에서도 그 경험을 했다. 내가 5년 정도 먹은 태국의 커피는 항상 워시드 프로세스를 거쳤는데 이번 태국 방문에서는 무산소 발효, 허니 프로세스, 그리고 내추럴까지 다양한 프로세스를 거친 커피들을 맛보았고 그 결과 태국 커피도 이 정도 퀄리티가 가능하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프로세스가 다양해져도 태국 커피의 적은 바디감은 채울 수 없는 그 어떤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점점 나아지고 이제는 커피를 고를 때 아프리카, 중남미의 커피뿐만 아니라 동남아의 아라비카도 먹을 수 있는 옵션이 생겨서 기쁠 따름이다.
Roots At CentralwOrld
여하튼 다시 Roots 카페로 돌아가서 이야기해 보면 이번 여행에서 태국에 도착한 후 가장 처음으로 먹은 커피였다. Roots의 매장은 사실 첫날과 마지막날 2번 방문을 했고 하나는 Central wOrld 안에 있는 스탠드였고, 다른 하나는 Mega Bangna에 있는 매장이었다. 두 매장 모두 몰에 있기 때문에 자리가 협소하고 스탠드, 혹은 테이크아웃 전문일 수 있으나 커피 맛은 나쁘지 않았다.
커피를 마신건 Central wOrld점이었고 커피 원두를 산건 Mega Bangna여서 사실 둘 다 커피를 마시진 않았다. 그런데 매장 자체는 Mega Bangna가 더 큼에도 불구하고 원두의 종류와 양은 센트럴 월드점이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만일 원두를 산다고 한다면 센트럴 월드에서 구입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Roots는 꽤나 매장이 많이 있기 때문에 너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방콕 안에 12개 정도의 매장이 있기 때문에 잘 찾아보면 숙소 근처에 있을 수도 있다.
또 한 가지 Roots를 구글 맵에서 찾으면 Roots At이라고 나오는데 상호는 Roots인데 등록을 Roots At으로 해놓은 것 같다. 그렇기에 같은 Roots 매장이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고 방문을 해도 된다.
Roots at Mega Bangna
아... 그런데... 추출은 좀... 그러네... ㅋㅋ
커피 원두와 커피의 퀄리티가 좋더라도... 만일 추출이 좋지 않으면 쉽지 않은 맛을 경험할지도 모른다. Central wOrld에 있는 Roots가 그러했는데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바디감이 많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Roots에서 자신들의 원하는 컵노트는 꽤나 잘 구현한 것 같다. 확실히 원두가 좋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필터, 에스프레소로 내릴 수 있는 커피의 종류가 시즌별로 달라지는 것 같다. 필터 커피의 경우에는 2가지 종류가 가능했는데 Go, Merlaeku Family라고 있었다. 처음에 Go이름만 보고는 Blend인가 했는데 알고 보니 싱글오리진 이어서 이름을 왜 이렇게 졌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한국에서 레시피를 찾아보다가 알게 된 정보이지만, Go가... 농장주 이름이었다. ㅋㅋㅋ
Go는 내추럴 프로세싱을 한 치앙라이 커피로 꽤나 다양한 건과일의 맛을 가졌다. 건포도와 비슷해서 커피가 식으면서 내추럴의 발효취와 함께 와인 느낌이 나기도 하였다. Merlaeku Mamily의 경우에는 배와 견과류 느낌이 났는데 개인적으로는 추출이 괜찮았더라면 이 커피가 더 맛있을 수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Go의 원두를 샀는데 재미있는 사실은 이 당시만 해도 Go는 필터 커피만 가능했는데, 나중에 한국에 와서 레시피를 찾아보니 Go는 에스프레소 커피로 변모해 있었다. ㅋㅋ
종류는 다양하지 않지만 3~4개 정도 태국 커피를 경험해보고 싶다면 찾아가면 좋을 Roots.
여행했던 기억을.
우리에겐 추억을.
누군가에겐 정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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