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음식은 말이야!
내가 기억하고 알고 있는 선에서 강원도 음식은 투박함이 전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시큼하고 쿰쿰한 강원도식 재래된장이 주를 이루는 국물음식은 멸치육수와 함께 어우러져 투박하면서 바다마을스러운 느낌을 강하게 낸다. 구황작물이라고 불리는 대부분의 음식, 감자, 옥수수, 고구마의 주요한 원산지이고 바닷가이기 때문에 해산물과 어우러진 음식들은 강원도의 느낌을 잘 살린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음식들은 호불호가 꽤나 많이 갈린다. 자극적인 느낌이 거의 없으며 감칠맛보다는 짠맛, 가벼운 맛보다는 진한 맛 위주이기 때문에 오히려 난이도가 있는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도 강원도가 제2의 국내 휴양지로 떠올랐기 때문에 이제는 많은 음식점들이 서울의 입맛에 맞춰 변하기도 했고 맛 자체를 개선을 했기 때문에 많이 나아졌다. 그리고 여러 음식 프로그램을 통해 이런 토속 음식들도 있다는 이야기를 통해 사람들의 의식 수준이 올라갔기 때문에 그래도 괜찮은 식당이 꽤나 있는 듯하다.
그런 강원도 음식 중 대표적인 것이 옹심이와 장칼국수이다.
동부감자옹심이
영업시간: 10:30-19:00 (브레이크타임 15:00-16:30, 수요일 휴무)
가격: 순옹심이-9.000, 들깨 순옹심이 10,000원
한줄평: 누가 이렇게 콧물을 맛있게 풀어놓았니?
이번 강릉여행에서 어떤 음식을 먹을까 고민을 하던 중 장칼국수 Vs. 옹심이 중 하나를 먹어보자고 아내와 이야기를 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강릉이 막상 도착을 하고 나니 정말 많은 음식점에서 장칼국수를 하고 있었고 좀 심한 경우에는 장칼국수와 전혀 상관없는 집에서 장칼국수를 파는 경우도 많았다는 점이다.
물론 장칼국수가 강원도의 토속 음식이긴 하지만 이렇게 아무 곳이나 대충 만들 수 있다면 차라리 잘 없는 옹심이를 먹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우리는 옹심이 집으로 향했다.
매장
강릉역과 가까운 동부시장 안에 위치하고 있는 동부 감자 옹심이집은 동부시장 입구에서 위가 아닌 아래로 가야 있다. 이 시장이 중앙시장보다는 작고 건물 안에 들어가 있어서 사람들이 자주 찾지는 않는 것 같은데 그래도 꽤 음식 맛집은 있는 것 같다. 사실 외부에서 보기에는 마치 옛날 구룡성채(?)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 보면 그냥 별 다를 것 없는 시장이다.
오히려 이쪽 입구보다는 뒤쪽이 더 가깝기 때문에 뒤로 들어가는 것이 났다. 우리는 11시쯤 도착을 했는데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고 한 3팀정도 있었다. 시장이고 아침이서 그런지 그렇게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는데 다들 옹심이 아니면 들깨옹심이를 시켜 먹고 있었다. 매장 자체는 그렇게 크지 않아서 테이블이 5개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으면 정말 오래 기다려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는 다른 것 없이 순옹심이와 들깨옹심이를 시켰는데 이것 이외에 만둣국을 제외하고는 다른 음식이 있지는 않다. 여름에만 콩국수를 할 뿐 다른 메뉴가 없기 때문에 초이스가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곳은 주문 시 동부시장 공영주차장이 1시간 기본 무료이라 이용할 수 있다. 주변에 주차장이 꽤 많은데 유료 주차장도 꽤나 섞여있기 때문에 조심해서 주차를 해야 한다.
음식
주문을 하면 김치와 무생채가 나온다. 김치와 무생채가 정말 젓갈이 강하게 들어가 맛이 강한 음식이다. 이게 전라도 김치라기보다는 강원도 김치의 특징인 것 같은 김치로 간이 센데 단맛이 많이 적은 김치라고 할 수 있다. 무생채는 푹 익어 김치 속 같은 느낌을 내며 신 맛이 강하다. 무채보다는 김치가 요물인데 특히 옹심이에 같이 먹으면 그 조화가 정말 좋다.
그리고 양념장이 각 테이블마다 하나씩 준비가 되어있다. 이 양념장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양념장이라고 생각해서 넣으면 큰일 날 수 있다. 무조건 먼저 덜어서 좀 먹어보던지 그릇에 덜어서 덜어 먹는 걸 추천한다. 이 양념장 역시 단맛이 거의 없는 고축가루와 후추향이 가득한 강력하게 찌르는 맛이다. 매운 것은 둘째치고 후추맛이 강하게 나는데 국물에 풀면 마치 매운 라면스프를 그대로 찍어먹는 느낌이 나는 칼칼함이다.
나는 일반 순옹심이를 주문했고 아내는 들깨 옹심이를 주문했는데... 난 순옹심이가 더 좋았고 아내는 들깨옹심이가 더 좋았다고 한다. 특이하게 옹심이에는 애호박이 아닌 일반 호박, 혹은 단호박이 들어있는데 생각보다 단맛을 내줘서 나쁘지 않았다. 옹심이 맛은 좀 더 놀랐는데 생선육수 베이스에 감칠맛이 폭발하고 단맛이 적다.
그런데 감자옹심이에서 오는 쫄깃함과 단맛이 이 감칠맛과 시너지를 내서 정말 맛있다. 거기에 간이 강한 김치를 곁들여 먹어주면 그 조화가 정말 좋다. 정말 투박하지만 있을 것 있는 꽉 찬 맛으로 입안을 폭격한다. 그리고 양념장을 풀어서 먹으면... 정말 다른 음식이 되는데 아주 칼칼한 옹심이로 즐기고 싶다면 양념장을 올려 먹으면 된다.
원래 감자떡을 좋아하지만 이렇게 국물에 감자떡인 옹심이를 넣어서 먹으니 색다르기도 하면서 의외로 맛이 조화로워서 놀랐다.
총평
사실 처음 나왔을 때 9,000원, 10,000원에 양이... 이렇게 적다니라고 생각을 하고 먹었다. 하지만 먹다 보니.. 양이 생각보다 많아서 배가 불렀는데 전분에서 오는 포만감이 강했다고 할 수 있다. 가격이 이것보다는 조금 저렴한 것이 맞는 음식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맛에서는 그 정도 가격을 받아도 또 사 먹을 것 같다.
옹심이의 공정이 많이 들어가기도 하고 육수를 내는 것도 쉬운 작업은 아니기에 이 정도 가격이면 괜찮다고 생각을 한다. 참 이 조합이 의외로 괜찮았기 때문에 놀란 첫끼였다. 새벽부터 와서 아침 겸 점심 겸으로 먹은 음식이기에 더 맛있었을 순 있지만... 차 안에서 많이 먹어서 배가 고픈정도는 아니었다. ㅋㅋ
정말 강원도의 투박함과 소박함을 맛보고 싶으면 이 옹심이를 먹어보길.
여행했던 기억을.
우리에겐 추억을.
누군가에겐 정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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