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알라룸푸르에서 볼 게 있나?
대부분 말레이시아를 간다고 하면 쿠알라룸푸르가 아닌 코타키나발루를 생각할 것이다. 실제로 블로그들이나 유튜브를 찾아봐도 쿠알라룸푸르는 관광지라기보다는 방콕처럼 동남아 시티 라이프를 즐길 수 있는 곳이라는 평이 많다. 실제로 우리도 갔다 와보고 나니 확실히 방콕의 하위 호환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요즘은 방콕이 너무 비싸져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오는 게 훨씬 가성비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확실히 한 달 살기를 해도 좋을 것 같은 이 도시에서 확실한 건 관광지로써의 기능을 하는 곳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태국이야 왓포나 왕궁 등 이 있지만 말레이시아는 중앙에 있는 므르데카 광장과 모스크, 그리고 이번에 소개할 바투 동굴 정도가 전부다. 하지만 전날 가족들에게 이런 일정을 이야기하고 나니 연로하신 부모님과 임산부인 동생네 부부는 가지 않겠다고 선언을 했고 결국 거의 유일한 관광지였던 바투 동굴을 우리 부부만 가게 되었다.
바투 동굴(Batu Caves)
운영시간: 오전 07:00 ~ 오후 09:00
가격: 무료 (동굴 탐험 등은 투어가이드 대동해서 가격이 있는 것 같다.)
한줄평: 계단이 엄청 많고 가파르지만 너무 무리만 되지 않는다면 가보는 걸 추천한다.
우리는 날이 너무 뜨거워지기 전에 다녀오기 위해서 아침에 나가려고 했지만 조식을 먹고 수영까지 하고 나니 9시 정도가 되었고 9시 반쯤 나가 10시에 도착을 하였다. 물론 바로 옆쪽에 기차역이 있어서 기차를 타고 갈 수도 있지만 우리는 그다음 일정이 또 있었기 때문에 그랩으로 택시를 잡아 타기로 했고 35분 정도 걸렸다.
생각보다 가는 길 자체는 막히지 않았기 때문에 택시비가 많이 나오지 않았지만 만일 막히는 시간대에 나오게 된다면 조금 가격이 나올 듯했다. 어찌 조금 늦게 나와서 오히려 러시아워를 피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전경
택시에서 내리면 게이트가 보이는데 이 게이트부터 동굴로 올라가는 계단까지도 생각보다 좀 걸어야 한다. 그리고 게이트부터 그 웅장한 크기를 자랑하는 금상이 있는데 크기가 꽤나 크다. 물론 태국에서 너무 큰 석상들을 하도 많이 봐서 그 크기에 압도되거나 경이롭진 않았다. 그래도 그 큰 금상을 어떻게 이곳에 놨을까? 하는 궁금증은 있었다.
그리고 계단 앞쪽으로 잡상인들과 매장들이 쭉 둘러싸여 있는데 인터넷으로 본 것처럼 앞에서 노출이 심한 사람을 잡는 경비원 같은 것도 없었다. 예전에 유튜브나 블로그에서 반바지를 입은 여자들을 가리라고 하거나 앞쪽에서 치마를 사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는데 우리가 갔을 당시에는 별로 그런 광경을 목격할 순 없었다.
아내는 일부러 긴 랩스커트를 입고 갔고 나는 반바지를 입었지만 별문제 없이 올라갈 수 있었고 그리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하는데 정말... 등반이라는 말이 맞는 것처럼 가파르고 좁은 계단이 이어졌다. 본 동굴로 가는 계단이 있는데 이 계단 위쪽이 아닌 다른 옆쪽 동굴은 유료로 형성되어 있지만 우리는 무료입장이 가능한 동굴만 갔다.
계단은 총 4개의 줄로 가장자리의 두 계단은 과거, 가운데 두 계단은 현재의 죄를 나타낸다고 하는데... 사실 별 감흥은 없다. 계단이 아무리 높아도 아무리 많아도 인간이 짓는 죄를 다 표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계단 및 동굴
계단을 오르기 시작하면 힘든 것 이외에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아마도 원숭이일 것이다. 미디어에서 보이는 것처럼 원숭이들이 사납게 훔쳐가거나 공격을 하지는 않는다. 물론 배고픈 녀석들은 과자 봉지나 물병을 채가는 경우도 있는데 그렇게 빈번히 일어나는 일은 아닌 듯했다.
원숭이도 원숭이이지만 계단 자체가 높고 폭은 좁아서 오히려 원숭이보다는 내가 넘어지지 않게 조심해서 등반(?)을 해야 한다. 옆쪽에 난간이 있기는 하지만 이 난간을 잡기가 싫을 정도로 새와 원숭이의 똥이 너무 많이 묻어 있다. 오히려 등반용 스틱을 가져오는 게 좋을 정도로 힘들어서 동생네 부부와 부모님이 오히려 안 오는 게 맞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계단을 다 오르고 나서 뒤를 한번 돌아보면 지나온 게이트뿐만 아니라 계단까지도 쭉 보이는데 꽤나 절경이다. 우리가 등반할 때는 구름이 있어서 엄청나게 덥지는 않았지만 다 오르고 나니 해가 나서 훨씬 풍경이 좋았다. 동굴은 계단이 끝나는 곳에서 바로 이어지고 더 들어가면 2차 동굴이 나오는데 조금 작은 규모이다.
동굴 안쪽에는 힌두교 사원이 지어져 있는데 힌두교 사제들이 관광객들에게 헌물을 받거나 돈을 받고 제를 지내주는 것 같았다. 물론 사원이라고는 하지만 규모 자체가 좀 작기 때문에 실망할 순 있지만 동굴의 분위기와 사제들이 뿜는 아우라 자체가 주는 기묘함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런 것에 민감하다면 쓱 보고 지나치는 것이 좋다.
2차 동굴을 들어가면 원숭이들이 훨씬 더 많은데 그 안쪽에도 역시 사원 혹은 사당이 지어져 있어서 이곳에서도 기도를 올릴 수 있는 듯했다. 2차 동굴에서는 하늘이 보이는 곳이 있는데 올려다보면 뻥 뚫린 하늘로 해가 들어오고 동굴이 어우러져 동굴에서만 느낄 수 있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즐길 수 있다.
총평
이번 쿠알라룸푸르 여행을 하면서 가장 자연과 닿아 있으면서 종교적인 색채가 진한 관광지였다. 물론 종교의 성지가 관광지가 된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하지만 유럽을 가면 성당을, 태국을 가면 불교 사원을, 그리고 말레이시아나 무슬림 지역에서는 힌두교 사원을 가는 것이 국룰 아니겠는가?
여하튼 개인적으로 뉴질랜드나 호주에서도 동굴 탐험을 즐겨했던 사람으로서 이렇게 큰 규모의 동굴과 힌두교 사원까지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기는 싫었다. 그리고 실망하지 않을 정도로 웅장하고 멋있었다. 다른 동굴이 있는지는 사실 갔다 와서 알게 되었는데 시간이 더 있었다면 그 다른 동굴도 유료라고 하더라도 들어가 봤을 것 같다.
쿠알라룸푸르에서 어쩌면 유일한 관광지 바투 동굴 (사실 실제로 따지만 쿠알라룸푸르도 아니다. ㅋㅋㅋ) 한 번쯤은 꼭 가보길
여행했던 기억을.
우리에겐 추억을.
누군가에겐 정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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