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블데드에서부터 맨 인 더 다크(Don't Breathe)까지 이어진 로물루스
에이리언은 아마도 영화계에서 가장 오래된 시리즈 중에 하나로 1979년부터 2024년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얼마나 더 나올지 알 수 없는 거대한 SF 외계인 공포 영화이다. 그리고 이 시리즈를 리들리 스콧(Ridley Scott)이 시작을 했지만 제임스 카메룬(James Cameron), 데이비드 핀처(David Fincher), 장페이르 죄네(Jean-Pierre Jeunet)등 소위 거장들이 후속작을 만들었었고, 이제는 차세대 공포 영화의 거장 반열에 들고 있는 페데 알바레스(Fede Alvarez)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페데 알바레스가 누구인가? 사실 이 감독은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어쩌면 공포 장르에서만 두각이 보인 감독 겸 작가이다. 개인적으로는 스크린플레이도 잘 하지만 대본과 스토리를 잘 쓰는 작가에 가까운 감독이라고 생각하는데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는 맨 인 더 다크이다. 사실 한국에는 앞서 이야기한 타이틀로 개봉이 됐지만 원작은 제목은 Don't Breathe로 훨씬 작품의 설명을 잘해주는 제목으로 알려졌다.
물론 공포 영화들의 대부분이 그러하지만 주인공들의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어쩔 수 없이 공포의 무대로 몰아 놓고 계속해서 문제가 생기게 하여 숨을 쉴 수 없게 하는 옥죔이 이 감독의 전매특허이다. 이 스토리가 생각보다 재미있는 것이 주인공들이 그렇게 좋은 사람들은 아니라든지 범죄자라든지 하는 세팅을 주기 때문에 누가 나쁜 사람인지를 관객으로 하여금 혼동이 되게 하는 것도 이 감독이 스토리를 전개하는 혹은 주인공들을 세팅하는 방법이다.
처음 이 감독의 작품을 접했을 때 스크린플레이에서 획기적인 방법을 사용했기에 놀랐지만, 그보다 더 놀라웠던 것은 이 정말 디테일하기도 하고 짜임새가 좋은 스토리와 서팅 그리고 전개. 대부분의 공포 영화들은 점프 스케어(Jump Scare)를 사용하여 공포보다는 놀람의 영역에서 공포를 짜곤 하지만 이 감독의 영화는 이런 점프 스케어보다는 분위기가 주는 공포감과 탈출구가 없는 문제들에 주인공들이 던져지면서 희망이 사라지는 공포로 영화를 이끌어 간다.
이런 감독이 가장 좋아했던 영화가 에일리언 시리즈였고, 소위 에일리언 덕후였던 감독이 이제는 에일리언을 만드는 감독으로 앉았으니 얼마나 신나고 여러 가지 요소를 넣어서 영화를 제작했겠는가. 그렇기 때문인가 이번에 에일리언:로물루스를 보면서 들었던 느낌은 지금까지 나왔던 모든 에일리언 시리즈의 오마주 + 예우를 해 주는 영화이며, 아주 잘 만든 팬 헌정 영화라는 점이다. 사실 여기까지만 이야기하면 얼마 전 개봉했던 데드풀과 울버린의 엉망인 팬 헌정 영화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마블의 구세주를 자칭했던 데드풀과 울버린은 구세주가 되어주지 못했지만 이 에일리언: 로물루스는 팬 헌정 영화이자, 전작에 대한 예우를 모두 하면서도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에일리언 시리즈의 구세주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프로메테우스부터 에일리언 레저랙션까지 아우르는 영화
개인적으로는 에일리언 시리즈 자체를 엄청나게 좋아하는 마니아는 아니다. 물론 에일리언 시리즈를 영화로는 적어도 2~3번 이상 봤고 영화 안의 외계인인 제노모프(Xenomorph)의 생장 과정을 꽤나 흥미롭게 봤지만 그렇게 좋아하는 시리즈는 아니었다. 그 이유는 리들리 스콧의 3편인 에이리언, 에이리언: 프로메테우스, 에이리언: 커버넌트를 제외하고는 시리즈를 관통하는 어떤 사상이 없기 때문이다. 에일리언 시리즈 중 2,3,4는 그저 우주괴물에 관한 영화로 그렇다 할 내용이 없는 블록버스터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에이리언: 프로메테우스, 커버넌트가 나왔을 때 꽤나 흥미롭게 리들리 스콧의 에이리언 세계관을 엿봤고 사람들의 혹평을 보면서 왜 이렇게 악평이 많은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다. 사실 리들리 스콧이 사이언톨로지스트가 아닌가 의심이 되는 부분이 있을 정도로 인간 창조의 기원 자체를 외계인에서 가지고 오면서 거기에 더해 기존의 기독교의 구세주인 예수를 외계인이 보낸 선지자로 설정, 거기에 인간을 벌하는 존재를 만들어내면서 그 존재에 죽임을 당하는 외계인까지.. 무언가 뒤틀린 듯한 창조론에 머리가 복잡해지는 경험을 하게 되었었다.
물론 프로메테우스의 경우 사람들의 혹평이 너무 심해 커버넌트에서는 제노모프의 비중을 늘려 액션을 늘렸지만 그 결과 내러티브는 약해지면서 원래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못한 느낌이 들었고 오히려 관객들은 이도저도 아닌 영화에 더 혹평을 가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원래 3부작이었던 이 시리즈가 잠시 멈췄는데 이번 로물루스로 다시 한번 불씨를 살렸다고 할 수 있다.
로물루스의 시간적 배경은 에일리언 1과 에일리언 2 (Aliens) 중간으로 1.5에 해당하는 미드퀄이다. 그렇기 때문에 에이리언 4 (Alien: Resurrection)까지는 아우르는 것은 힘들 것 같았으나 그 연계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프로메테우스와 커버넌트에서 나온 블랙 구 (Black goo)를 가지고 여러 가지 효과를 본 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핵심이다.
에일리언 1편의 오마주 같은 경우에는 전기충격기와 안드로이드의 부활과 대사, 그리고 우주선의 이름 마더(MU-TH-UR 9000)가 있다. 그리고 2편의 오마주로는 탐지기, 라이플, 여 주인공의 대사, 붉은 조명에서의 에일리언과의 싸움 등이 있다. 에이리언 3편에서의 연결점은 찾지를 못했기 때문에 이 연결점이 어쩌면 가장 적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4편과는 새로운 에일리언 제노모프인 자식(Offsprin)과의 연결점으로 프리퀄과 시퀄까지 쭉 연계했다.
그리고 에이리언의 전매특허인 엔딩에서 앞으로 더 많은 영화들이 나올 수 있는 희망까지 이건 확실히 에이리언 시리즈의 불씨를 다시 한번 지피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이 영화만의 맛이 없느냐 그렇지 않다. 개인적으로 아무리 많은 오마주와 연계점을 가진다고 해도 이 영화는 이 감독만의 색채가 정말 잘 묻어있다.
사실 혹자는 에일리언 로물루스는 우주판 Don't breathe라고 할지도 모른다. 나도 그 생각에 많은 부분 동의를 한다. 다만 배경이 우주이고 주인공들을 쫒는 대상이 노인에서 제노모프로 바뀌었을 뿐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압권인 부분은 주인공들 중 안드로이드인 앤디가 도망쳐(Run)이라고 할 때가 가장 이 영화의 묘미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주인공들의 열연! 하지만 스토리는 좀 약하다.
이번 에일리언 영화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정말 모든 시리즈의 스토리를 아우를 순 있지만 그 자체의 스토리는 약하다. 주인공들의 관계 역학이나 케이(Kay)의 아버지가 누구인가? 혹은 안드로이드 앤디(Andy)의 과거, 주인공 레인(Rain)의 부모님과의 관계 등 풀리지 않은 요소들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주인공 서로가 끈끈했던 사이라는 것은 어렴풋이 알 수 있지만 서로를 구해야 할 만큼 이유를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스토리가 거의 풀리지 않았다.
그래도 각각의 배우들이 너무나 매력적으로 연기들을 했기 때문에 그들의 연기로 어렴풋이 짐작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주인공인 레인(Rain) 역의 케일리 스패니(Cailee Spaeny)는 이전 여주인공들의 복합인 것 같은 느낌으로 가냘픈 느낌 + 강인한 여전사의 역할을 모두 소화했다는 점이 아주 좋았다.
그리고 가장 연기가 좋았던 배우는 안드로이드 앤디(Andy) 역할의 데이비드 존슨(David Jonsson)이었다. 솔직히 이 정도로 사람이 정말 AI가 업데이트된 것 같은 느낌으로 바뀔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아주 친밀한 동반자로서의 앤디와 우주 최악의 기업 웨이렌드-유타니의 과학장교로서의 앤디 이 둘의 차이는 정말 다른 사람이 연기했다고 할 정도로 연기가 좋았다.
그래도 주인공들의 관계 역학을 할 수 있는 스토리가 빠진 것이 정말 아쉬웠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에일리언 시리즈를 부활할 수 있게 만들어준 구세주 에일리언: 로물루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다.
p.s. 에일리언, 에이리언, 에얼리언 등 영화 타이틀도 계속 달라지는데... 어떻게 통일 좀 하면 안 될까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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