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동의 부활 후 첫 영화?
한국에는 1989년 유령 수업이란 이름으로 개봉했던 B급 영화계의 악동 팀 버튼(Tim Burton) 감독의 비틀쥬스가 36년 만에 후속 편으로 돌아왔다. 기괴함과 B급 감성의 최강자라고 불리는 팀 버튼 감독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1989년 배트맨 시리즈, 슬리피 할로우, 가위손, 찰리와 초콜렛 공장, 유령 신부 등 기괴하고 어둡지만 재미있는 영화로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크리스마스의 악몽 (The Nightmare before Christmas)이 팀 버튼 감독이 감독직을 맡은 줄 알지만 작가로서 참여를 했지 감독은 아니다.
영화 비틀쥬스는 팀 버튼 감독의 2번째 장편 영화로 이 영화로 인해 팀 버튼 감독은 특이한 세계관과 분위기 그리고 기괴한 연출까지 대중적으로 인정을 받는 감독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감독의 전매특허는 클레이메이를 사용한 CGI 기법, 그리고 기괴하고 어두운 분위기와 노래, 또한 신체 훼손 등 굉장히 고어하고 기괴하지만 어쩌면 사랑스러운(?) 복잡한 스크린플레이의 스킬을 자유자재로 작품 안에서 구사한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 몇몇 영화의 흥행 실패로 인해 사람들은 팀버튼 감독의 연출력과 흥행성에 의문이 들기 시작했고, 찰리와 초콜렛 공장 이후 얼마 전 방영했던 넷플릭스의 웬즈데이가 나오기 전까지는 팀 버튼 감독의 감(?)이 죽었다는 말이 팬들과 비평가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나왔다. 구시대의 유물 B급 감성으로 A급이 되지 못한 감독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지만 감독은 뚝심 있게 밀어붙였고 웬즈데이를 통해 정말 새롭게 부활했다.
그리고 그런 부활의 전초를 드라마가 아닌, 영화로 나타낸 것이 이번 비틀쥬스의 후속작 비틀쥬스 비틀쥬스이다.
The juice is loose, 비틀쥬스 마이클 키튼의 원맨쇼? 아니죠!
유튜브에서 비틀쥬스에 대한 내용을 조금만 찾아보아도 마이클 키튼이 연기한 비틀쥬스라는 캐릭터의 원맨쇼 같은 짤(?) 혹은 영상들이 돌아다닌다. 그도 그럴 것이 너무나도 매력적인 캐릭터에 엄청난 말빨 그리고 마이클 키튼이 연기를 했기 때문에 많은 팬덤을 거느리고 있다. 심지어 이 영화로 인해 비틀쥬스 뮤지컬 카툰 시리즈와 뮤지컬까지 만들어졌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비틀쥬스라는 영화 실제로 보면 주인공은 비틀쥬스가 아니다.
단편적인 예로 비틀쥬스 1편의 경우 러닝타임은 1시간 32분인데 비틀쥬스가 나오는 시간은 영화가 시작한 지 45분이 지난 후이고 총 등장 시간은 단 14분대이다. 나머지는 비틀쥬스가 아닌 다른 스토리와 배우들이 주를 이루지만 단 14분의 등장 시간만으로 이 비틀쥬스라는 캐릭터는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1편에서는 놀랍게도 이 비틀쥬스의 배경 설명이라든지 사후 세계에 대한 체계나 이야기가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
다만 1편의 비틀쥬스가 알려주는 내용은 인간을 자신들의 집에서 귀신들이 내쫓는 법이나 그런 일들을 사후 세계에서 관리하는 관공서들이 있고, 어느 정도 이 관공서의 어느 정도 법으로 통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귀신들을 계속해서 현세에 존재할 수 있고 원한다면 사후 세계의 도움을 받아 인간도 퇴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오히려 이렇게 짧은 설명이지만 벌써 흥미진진한 내용을 정말 찰나만 보여줬기 때문에 더 매력적으로 보인 것일 수도 있다.
이번 36년 만의 속편으로 나온 비틀쥬스 비틀쥬스에서는 그래도 사후 세계에 대한 구조라든지 체계를 그래도 1편보다는 더 볼 수 있었지만 여전히 설명되지 않은 부분들도 많고 이야기할 거리가 꽤나 많은 영화 구성이었다. 또한 1편보다는 비틀쥬스의 분량이 많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나오는 비중이 높지 않아서 자칫 과할 수 있는 영화의 밸런스를 아주 잘 맞추어 두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언뜻 보기에 비틀쥬스의 마이클 키튼이 모든 영화를 압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물론 이 영화에 흠이 굉장히 많지만 가장 흠이 없는 건 마이클 키튼의 비틀쥬스이다. 그만큼 비틀쥬스의 연기, 대사, 연출은 거의 모든 것이 완벽했다. 확실히 마이클 키튼이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비틀쥬스가 자신의 최애 캐릭터라는 만큼 연기에서는 혀를 내두를 정도로 좋았다.
비틀쥬스가 나오지 않는 영화의 부분에서는 비틀쥬스만큼은 아니지만 너무나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나오며 사실상 그들이 이 영화의 주인공이 되었다. 비틀쥬스는 이 주인공들을 돕거나 괴롭히는 존재일 뿐이다. 1편에서 나왔던 배역 그대로 달리아 역할의 캐서린 오하라(Catherine O'Hara), 리디아 역에 위노나 라이더(Winona Ryder)는 여전히 그 캐릭터들을 잘 살렸고, 새로운 캐릭터의 아스트리드 디에츠 역할의 제나 올테가(Jenna Ortega)는 정말 좋았다.
사실 제나 올테가가 리디아의 딸 역할로 나온다고 했을 때 웬즈데이의 모습과 너무 겹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조금 위험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확실히 제나 올테가는 다른 매력을 보여주면 이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또한 조연 배우이지만 돌로레스 역의 모니카 벨루치(Monica Bellucci) 이 누나는 나이가 들어도... 엄청난 팜므파탈의 모습을 보여주고, 카메오로 나왔던 관리인 역할의 데니 드비토(Danny DeVito)도 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그리고 어쩌면 이번 영화의 가장 아쉬운 부분인 사후 세계 경찰 서장 울프 잭슨의 윌리엄 데포(Willem Dafoe)인데 너무나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극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렇게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등장을 보여줬지만 아쉽게도 활용이라는 면에서 이 영화는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
반갑지만... 아쉬운 영화, 죽지도 않고 또 왔네가 아니라 이미 죽어있을지도?
일회성으로 쓰이는 카메오의 역할이야 활용을 간단하게 할 수 있지만 조연급의 배우들인 돌로레스와 울프 잭슨의 경우에는 캐릭터 소개가 너무나도 완벽할 정도로 되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굳이 이런 캐릭터들을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라는 의문이 계속해서 들었다. 그리고 그들의 퇴장은 배우에게도 또한 관객에게도 너무 무례한 느낌을 받을 정도의 조악함이 묻어났다. 솔직히 마지막 부분을 보면서 무언가 중간 이야기를 뚝 끊어 먹은 듯한 전개에 고개를 계속해서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전개의 조악함에 '어 이거 편집 잘못했다'라는 생각이 계속해서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극단적으로 이 주변의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스토리를 영화에서 싹 걷어 내어도 전체적인 영화의 스토리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런 경우는 참 드문데 이런 캐릭터들의 경우에는 불필요하다고 생각이 되어 오히려 걷어내는 작업을 후반에 할 수 있지만 캐릭터들이 너무 매력적이어서 살려두다가 문제가 된 것처럼 보인다.
비틀쥬스 뿐만 아니라 이번에는 사후 세계 그리고 다른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통해 세계관을 넓히고 더 많은 이야기들을 할 수 있게끔 했던 부분은 너무나 좋았다. 하지만 장황하고 창대했던 작품의 서막과는 반대로 종장에서는 손짓 하나로 모든 것을 끝내 버리는 맥 빠지는 내용의 전개로 관객들이 같이 맥이 빠지는 것처럼 느껴져 너무나 아쉬웠다.
영화의 마지막에 다음 편을 기대하게 하는 영상이 담겨 있지만 과연 이 정도 영화를 가지고 후속 편까지 만들 수 있을 정도로 흥행을 할 수 있을지는 아직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즐거웠지만 아쉬웠던 비틀쥬스 비틀쥬스, 팀 버튼은 이미 죽어있을까?
제가 보고, 볼만했던 드라마, 영화, 다큐멘터리 등을 포스팅으로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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