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를 탄 지 이제 30여 년이 되어가지만...
나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스키를 타기 시작했으니 정말 오랫동안 스키를 탔지만 아쉽게도 매년 탄 것도 아니고 거의 10여 년 정도는 타지 않았기 때문에 실력은 여전히 비슷한 수준이다. 카빙을 열심히 연습하지만 엣지를 잘 넣지도 못하고, 경사면을 탈 수 있지만 아직도 어려운 부분이 있다.
어렸을 때는 부모님이 주니어 스키도 사 주셔서 살로몬 스키로 부츠와 플레이트 모두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는 계속해서 부츠와 플레이트를 빌렸고 결혼을 하고 나서도 주니어보다 너무 비싼 성인 스키의 가격을 보고는 그냥 빌리곤 했다. 문제는 항상 스키가 내 것이 아니고 고급 장비가 아니라 싼 렌털을 했기 때문에 원하는 연습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항상 드는 질문은 '왜 예전 실력이 나오지 않을까?'였다. 물론 신체가 예전에 비해 거대(?)해 졌고 근육도 다르긴 하지만 내가 예전에 타던 대로 타는 방법은 같을 텐데 내가 몸으로 체득한 스킬에 대하여 문제가 있는 것인지 알기 위해 유튜브도 찾아보고 비슷하게 연습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러다가 고급 장비를 한번 렌털해 보자 하고 렌털하는 순간... 문제는 내 몸도 있겠지만 장비도 있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장비를 구매해야지 하고는 벼르고 있었지만 아쉽게도 가격이 적당한 게 없었기 때문에 우선은 스키 부츠만 사기로 했다. 그리고 아내와 열심히 알아보던 중 스키어들 사이에서 스키 아웃렛이라고 불리는 여주 프리미엄 아웃렛 근처에 위치한 토레스가 좋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역시즌 세일 기간이 좋다고 하여 이번 8월 말에 방문하였다.
여주 토레스
운영시간: 이 운영 시간이 시즌마다 다르다, 11:00~17:00이지만 여름에는 영업하는지 전화를 하고 가야 한다.
가격: 천차만별
한줄평: 정말 종류도 많고 서비스도 좋긴 하지만... 조금만 더 쌌으면 좋겠다.
이 프리미엄 아웃렛 단지가 망해가고 있다는 소식은 듣곤 했는데 막상 방문해 보니 토레스 근처의 대부분의 매장들은 문을 닫은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거의 대부분의 매장 앞에 주차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이 많이 붐비더라도 얼마든지 공간이 있다. 세일하는 첫 주 주말에 가서 그런지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이 날은 동호회에서 왔는지 동호회 사람들이 단체처럼 와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지는 않았는데 1층에는 옷, 2층에는 스키장비들이 있어서 자신의 목적에 따라다니는 듯했다. 조금 아쉬운 점은 옷 같은 경우에는 정찰제로 가격이 쓰여 있어 그 쓰인 가격에서 얼마인지를 이미 알고 있었지만 스키 장비의 경우에는 일일이 직원들의 안내를 받아서 가격을 물어봐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
이게 그 직원에게 마진이 떨어지는지 알지는 못하겠으나 사실 사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 사람들이 얼마나 가격을 가져가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스키 장비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 간다면 호구당하기 딱 좋은 시장 같아 보였다. 거의 노량진 시장에서 kg에 얼마 하듯이 부르는 이 스키 장비 가격은 좀 아쉬웠다. 사실 우리 부부도 스키 장비의 시세나 스키 장비 자체를 잘 모르기 때문에 가격 자체에 대한 두루뭉술한 가격 정도만 알고 있을 뿐이다.
기본적으로 우리 발에 맞는 장비를 사야 하지만 부츠의 경우에는 flex라는 수치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가격이 오른다. 당연히 기능 자체가 좋은 것이긴 하지만 여성의 경우에는 100 정도면 충분하고 남성의 경우 몸무게가 가벼우면 110 정도, 그리고 몸무게가 무겁고 잘 타면 120 정도가 적당하다. 괜히 월드컵 부츠니 flex가 130 이상 넘어가는 것을 사면 정강이가 남아나지 않기 때문에 실력에 맞는 부츠를 사는 것이 좋다.
1층 (스키 의류 및 헬멧, 고글)
1층에서는 옷과 장갑, 헬멧, 고글등이 구비되어 있는데 우리는 여기서 옷보다는 이너 장갑과 바클라바 정도를 살펴봤다. 옷도 꽤나 싸게 파는듯한데 문제는 원래도 120만 원 하는 옷을 반값에 팔아도 60만 원하기 때문에 가격이 기본적으로 높다. 우리 부부는 비싼 스키복은 저렴한 브랜드에서 사는 편인데 좋은 것을 입어보면 당연히 다른 이너나 내의를 안 입어도 될 정도로 좋지만 60만 원 이상을 옷에 투자하기보다는 차라리 부츠나 플레이트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옷보다는 부츠 쪽을 보러 갔는데 80% 하는 옷 품목들도 잘 찾으면 있으니 뒤져 보면 보물이 나올 것 같기도 하다. 물론 거의 대부분 절대적인 가격이 높다. 그리고 부속 장비의 경우에는 기본 가격에 10% 정도 세일 밖에 붙지 않기 때문에 더 싸게 구입할 경로가 있으면 굳이 여기서 구매하지 않아도 된다.
2층 (스키 장비, 플레이트, 부츠)
이곳으로 옷을 사러 가는 사람들도 많지만 사실 백미는 장비이다. 플레이트의 경우에는 개인적인 생각에 렌털로 다양한 스키를 경험하다 맞는 것이 있으면 비슷한 스펙으로 싼 것을 사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부츠는 다르다. 부츠는 새것을 신어봐서 자신에게 맞으면 그 맞는 부츠를 사서 자신의 발에 길들여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플레이트는 중고로 살 수 있어도 부츠는 그냥 사는 것이 좋다.
장비가 정말 많기 때문에 눈이 돌아간다. 일본에서도 스키샵에 가서 꽤 보긴 했지만 그곳보다 훨씬 더 많은 장비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아쉬운 점은 앞서 이야기했지만 이 부츠들의 가격이 전혀 적혀있지 않다는 점이다. 아 물론 부츠의 택을 보면 원가가 나와 있다. 하지만 선수가 아닌 이상 누가 이걸 정가에 주고 사겠는가? 솔직히 선수는 부츠 업체가 제공을 하면 했지 절대 자신의 돈으로 주고 사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각각의 사이즈별로 진열된 부츠를 보고 신어본 다음에 가격을 물어봐야 하는 시스템이었다. 우선 우리는 아내의 부츠를 찾는 것을 먼저 해서 여러 부츠를 신던 중 직원 한 명이 도와주기 시작했고 왜인지 모르겠지만 head 부츠를 계속 권했는데... 아마도 head 쪽 직원 같아 보였다. 그러나 아내는 조금 특이한 발 형태를 가지고 있기도 하고 헤드 부츠의 경우에는 이미 신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약하다는 걸 알고 있어서 다른 것들을 신어보고 아토믹으로 결정을 했다.
나는 사실 flex가 110 정도 되는 로시뇰이나 혹은 랑게, 피셔의 모델을 신어 보았지만 아쉽게도 발에 맞는 게 없었다. 그리고 flex를 120으로 올려서 헤드 넥소 라인을 신어 봤는데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발에 착 감기는 느낌의 부츠를 찾았다. 사실 넥소 모델이 더 이상은 나오지 않기 때문에 렙터나 다른 모델을 신는 게 좋을 것 같았지만 다른 모델들보다 이 부츠의 느낌이 너무 좋아서 어쩔 수 없이 이 부츠로 결정했다. 물론... 가격은 아내의 아토믹은 49만 원, 나의 헤드는 51만 원으로... 다소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비싸게 나왔다.
총평
결국은 정보 싸움이긴 한 것 같다. 내가 얼마나 알고 있느냐, 내가 얼마나 모르느냐에 따라서 이 노량진 수산시장과 같은 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듯하다. 개인적으로 각각의 부츠들이 5만 원에서 10만 원 정도씩 더 비싸게 받았다고 생각한다. 넥소의 경우 2년 전 모델이기 때문에 40만 원대 가격이 형성이 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 아토믹 마그마의 경우에도 일본에서의 가격을 보면 거의 5~6만 원 차이가 났다.
또 다른 생각으로는 이번에 이 부츠들을 신어보고 부츠의 감을 더 익히고 나면 일본에 갔을 때 부츠를 구매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저번 일본에 갔을 때 정말 혹할 정도로 가격이 저렴하고 합리적이어서 부츠를 사 와야 하나 많이 고민을 했었고 이번 토레스에서의 가격이 그렇게 싸지 않다는 것을 확인해 본 결과 일본에 가서 스키샵을 들릴 예정이거나 원정을 간다고 하면 주저하지 않고 구매할 것 같다. 환율도 그렇고 세금도 환급받으면 지금 산 모델보다 더 최신형으로 더 좋은 기능을 가진 부츠를 비슷한 가격에 살 수 있을 것 같다.
조금은 아쉬웠던 토레스. 그래도 한국에서 이 정도 규모의 세일을 하는 곳은 이곳밖에 없지 않을까? 물론 봄내, 원에잇, 피닉스 등이 있지만 규모는 여기 토레스가 압도적인 것 같다.
여행했던 기억을.
우리에겐 추억을.
누군가에겐 정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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