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같은 빕구르망이라도 솔직히 차이는 있다.
미슐랭가이드는 대중적인 입맛은 아니다. 특히 스타가 아닌 빕구르망을 받은 레스토랑의 경우는 어떤 기준에서 이러한 점수를 줬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적어도 먹을 만하다는 점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내와 나는 여행을 할 때 사실상 숙소 다음으로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것이 음식이다. 우리 부부는 어떤 나라를 다녀도, 그리고 여행이 아주 길어지지 않는 이상에는 외국에서 한식을 먹지 않는다.
우리 부부는 그 나라에서만 먹을 수 있는 것들을 먹는 편인데 이 나라를 언제 다시 올지 모르기 때문에 강행군 마냥 하루에 3끼 이상을 먹을 때가 많다. 이번 가족여행에서는 한식이 최고인 줄 알지만 그래도 새로운 것에 열려 있는 부모님과 새로운 걸 싫어하는 동생네 부부까지 고려해서 음식을 골라야 했다.
그래서... 우리가 가족여행 3박 4일 동안 한식을 집어넣었느냐?
절대 아니다. ㅋㅋ
아헤이 바쿠테, Ah Hei Bak Kut Teh
영업시간: 오전 7:30 ~ 오후 2:30 (2시쯤 끝난다. 일찍 열고 일찍 닫기 때문에 아침에 다녀오는 걸 추천)
가격: 오리지널 바쿠테 1인분 RM27, 2인분 RM50/ 드라이 바쿠테 RM27, 2인분 RM50
한줄평: 더 맛있는 바쿠테 집이 있을 것 같으니 굳이 찾아서 올만한 곳은 아니다.
이게... 첫끼를 어떤 음식으로 시작하느냐에 따라 하루가 달라질 수 있다. 이번 가족여행은 3박 4일로, 1일 차 새벽에 쿠알라룸푸르에 떨어지는 스케줄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기내식으로 아침을 새벽 4시쯤 먹었지만 쿠알라룸푸르에 도착해 호텔 체크인을 하고 나니 약간 배가 고픈 상태도 아니고 고프지 않은 상태도 아닌 어정쩡한 상황이었다.
첫날 점심으로는 간단히(?) 햄버거(?) 정도만 먹을 생각이었고 그 중간에 커피숍과 마트 탐방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아침을 그래도 든든히 먹어야 했다. 하지만 여행의 첫 시작을 너무 평범한 음식을 먹어서야 되겠는가? 우리 부부는 미리 먹고 싶은 음식과 음식점이 있다면 이야기하라고 가족들에게 이야기했지만 이렇다 할 피드백이 없었기 때문에 우리식으로 그냥 스케줄을 짰다. 하지만 그래도 너무 익스트림 한 건 경험시키지 않기 위해서 그래도 대중적으로 검증이 된 미슐랭 빕구르망 중에서 선택하였다.
스타 레스토랑들을 가고 싶기도 했지만 가격보다는 부모님이 문제였다. 부모님이 이런 코스 요리를 싫어하는 편도 아니고 경험을 적게 해 본 편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코스 요리만 먹으면 여타 다른 부모님과 마찬가지로 이상한 불평, 불만이 쏟아지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 상 차려 먹는 음식점을 주로 다니기로 결정을 하고 그렇게 우리의 첫끼는 바쿠테로 정했다.
매장
바쿠테에 대해 말레이시아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자신들의 음식이 아닌 중국 음식이라고 답한다. 기본적으로 다인종국가인 말레이시아이지만 무슬림의 기운이 강하게 뿌리내려 있기 때문에 돼지고기가 나오는 식당은 대부분 중국식인 셈이다. 심지어 딤섬 집에서도 돼지고기가 나오지 않는 가게들이 있는 이 나라에서 돼지고기란 참 어려운 음식인 것이다.
이 바쿠테라는 음식은 간단히는 돼지 갈비탕, 돼지갈비찜, 족발이기 때문에 일반 말레이시아인들을 잘 먹지 않는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에 이민을 온 중국 사람들이 만들어 낸 음식으로 우리나라의 중화 요릿집 같은 느낌으로 생각하면 된다.
매장이 다소 골목 사이사이에 위치하고 있어서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좀 어둑한 뒷골목을 헤집고 나가면 큰길이 아닌 골목 중간에 떡하니 있다. 차를 가져오는 경우라면 바로 앞쪽에 주차 공간이 있고 가로변에 바로 댈 수 있어서 어렵진 않다. 그리고 매장에 들어서면 여러 매장이 섞인 듯한 느낌을 받는데... 사실상 한 매장이다. 그리고 여기서 몇 명이냐고 물어본다면 PAX(팍스)라는 말을 기억하자.
말레이시아 매장에서는 점원이 people, person이라는 말보다는 Pax라는 말로 사람 수를 표현을 많이 하기 때문에 6명인 경우 six pax라고 이야기하면 알아서 자리를 마련해 준다.
메뉴와 음식
테이블에 안내를 받고 메뉴를 살펴보니 바쿠테뿐만 아니라 해산물도 있었다. 바쿠테집에서 무슨 해산물을 하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중국의 식당은 메뉴의 수로 그 주방장의 실력을 드러낸다고 하니 뭐... ㅋㅋ 우리는 국물 바쿠테 2인용, 드라이 바쿠테 2인용, 공심채 삼발 볶음, 차이브 숙주 볶음, 족발, 밥을 주문을 했고 차나 음료는 따로 시키지 않았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특이한 점은 우리가 물과 음료를 전혀 시키지 않았다는 점이다. 어디서 어떤 내용을 들었는지 알 순 없지만 임산부인 제수씨를 위해서 엄마가 물을 페트병으로 바리바리 싸들고 왔기 때문에 나머지 사람들은 졸지에 단수를 당했다. ㅋㅋ
일반 바쿠테의 경우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듯이 한약재가 많이 들어간 국물에 돼지고기를 삶은 느낌이었다. 갈비탕처럼 진득한 고기 국물도 아니고 한약재 맛이 많이 나서 우리 가족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꽤나 갈렸다. 물론 한약재에 단맛이 많이 나는 느낌의 한약재라서 그렇게 거부감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마지막에 약간 씁쓸한 맛이 올라왔는데 이게 한약재에서 나오는 씁쓸함인지 혹은 이런 한약재들이 냄비 바닥에 붙어서 탄 맛인지 약간 쓴맛과 탄맛이 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국물의 특성상 아마도 아침보다는 점심 정도에 가는 게 오래 끓여 육수가 진해졌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설렁탕집에 가보면 아침과 오후에 국물의 맛이 전혀 다른 걸 알 수 있듯이 말이다.
그리고 족발. 동생이 족발을 먹어보고 싶다고 해서 시키긴 했는데 생각보다 맛이 있었다. 태국이나 우리나라처럼 부들부들한 느낌의 족발보다는 약간 쫀득, 질깃한 느낌의 족발을 같은 육수에 따뜻하게 해서 나온다. 생각보다 맛있었는데 오히려 일반 바쿠테보다는 족발이 더 맛있다고 모두가 이야기했다.
압권은 드라이 바쿠테였다. 드라이 바쿠테는 일단 첫 느낌이 쌍화탕에 졸인 돼지갈비와 내장이었다. 이게 일반 국물 바쿠테에서도 고기가 있고 동그랗게 말려 있는 내장이 있는데 이 내장이 국물 바쿠테에서는 약간 비릿한 맛이 있어 별로였다면 드라이 바쿠테에서는 달고 한약재의 향이 덮으니 고기보다 내장이 더 맛있게 느껴졌다.
정말 밥도둑이었는데 이른 아침이 아닌 점심에 먹었으면 드라이 바쿠테만 더 시켜서 밥과 함께 퍼먹고 싶은 느낌이 들었다. 원래 바쿠테를 한 사람당 하나 정도씩 시키려 하였지만 너무 이른 아침이고 처음부터 충격요법이 아닌 그저 충격으로만 다가오면 안 되기 때문에 자제했다. 삼발소스에 볶은 공심채의 맛은 새우, 멸치 젓갈로 만든 매운 소스에 공심채를 볶은 맛이었다. 말레이시아에서 거의 모든 끼니에 삼발이 들어간 음식을 먹었는데 단맛, 짠맛, 감칠맛, 심지어 매운맛까지 모두 있는 소스인데도 무언가 만족이 되지 않았다.
더 맛있는 삼발 소스가 있을 것 같았는데 이번에 우리가 방문했던 식당에서의 삼발 소스 맛은 그저 그랬다. 아 그리고 말레이시아 음식을 먹는다면 매운 건 기본적으로 깔고 간다고 생각을 하면 된다. 중국 식당에서는 그렇게 맵진 않다.
총평
그래도 처음 끼니로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바쿠테. 더 맛있는 바쿠테 집들도 있고 많은 추천을 받은 다른 곳도 있었지만 그곳은 아마도 아내와 둘이 왔을 때 가봐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국물 바쿠테보다는 드라이 바쿠테가 맛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다음번에는 드라이 바쿠테로 더 시켜봐야지 ㅋㅋ.
아헤이 바쿠테. 빕구르망을 받았지만 굳이 찾아서 갈 필요는 없는 듯하다. 이 정도 바쿠테를 하는 집은 사실 너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이 식당만의 결정적인 킥이 없었다. 가격 자체는 그렇게 비싸지도 싸지도 않다. 적게 시키기도 했지만 한 사람 당 하나의 바쿠테를 먹는다 해도 4인 기준 5만 원이 넘지 않게 할 수 있을 듯하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좀 비싼 것 같기도 하다. ㅋㅋ)
그리고 현금이 아닌 카드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영수증 자체에 시키지 않은 메뉴를 몰래 추가하는 경우가 있으니 동남아에서는 영수증을 잘 살펴보고 결제하길 바란다. 그리고 세금으로 6%, 서비스 차지로 6%가 붙기 때문에 일반 가격에서 적어도 12%가 더 올라가는 걸 고려해야 한다. 서비스 차지의 경우에는 6~10% 정도로 매장마다 다르고 세금은 무조건 6%이기 때문에 잘 살펴봐야 한다. 우리는 총 197.70 링깃이 나왔고 당시 환율로 6만 원 정도가 나왔다.
여행했던 기억을.
우리에겐 추억을.
누군가에겐 정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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